2010. 6. 29. 06:00ㆍ★ 부부이야기
주방에서 칼질을 하다가 칼에 손이 베서 아야, 하는 외마디 비명소리에 번개처럼 달려와서
자기가 다친것보다 더 마음이 아프다는 표정으로, 안스러워 하면서 가슴 아파하던 남자가 있었다.
잠결에 눈을 떴을때 옆에 자고 있던 아내가 안보인다고, 길 잃은 아이가 엄마를 찾듯이
좁은 10평짜리 신혼집을 돌아다니면서 "자기야. 자기야! " 하면 애닳아하며
찾아헤매다가, 화장실에 있다는것을 알곤 징징 대면서 " 난 자기가 나 놔두고 도망간줄 알았어.."
라면서 칭얼대던 서른 두살 먹은 새신랑 남자가 있었다.
회사에 출근을 해선 하루에도 열번도 넘게 전화를 해서 밥은 먹었냐, 뭐하고 있냐,
먹고 싶은것은 없냐, 갖고 싶은것은 없냐 물으면서 누가 자기 신부 업어갈까 불안해하던 남자가 있었다.
음식솜씨 없는 신부가 차려준 밥상을 받을때마다 세상에서 그렇게 맛있는 밥상을 처음 받아본 사람처럼
행복하다고 연꺼푸 말하면서 바라보던 눈길에서 애정이 뚝뚝 떨어지던 그런 남자가 있었다.
무거운 짐보따리를 들기라도 할라치면 호들갑을 떨면서 그런 연약한 몸으로 그런 무거운것을
들면 안된다면서 손사래를 치면서 자기가 인생의 모든 무거운 짐도 혼자 다 짊어지겠다던 남자가 있었다.
서른 두살이던 그 새신랑이 그 남자였으며, 그 남자가 현재의 내 남편의 과거의 모습이었다.
주방에서 일하다가 손을 베서 아야 하면, 쯧쯧 혀를 차면서 주부 경력 몇년인데 지금까지도
음식 만들면서 손을 베는 초보적인 실수를 하냐고, 누워서 일어나보지도 않는 남자는 있다.
잠결에 눈떴을때 옆에 누워 있던 마누라가 안보이면 흥, 술냄새 싫어서 다른방 가서 잔다고
토라져선 아침에 출근할까지 입을 댓자로 내밀고 있는 속좁은 남자는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의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자정너머 집에 들어오는 시각까지
집에 전화한통 하지 않는 남자는 있다. (카드나 돈이야기나 용건 있을때는 전활 한다)
여전히 음식솜씨에 있어서 발전이 없는 아내의 밥상을 받을때면, 다음 생애에 태어나면
딴것은 몰라도 음식솜씨가 기똥찬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말하는 남자는 있다.(맛없단 애긴 절대로 안한다)
외출을 해서 무거운 짐들이 많은 날엔 무거운 짐을 아무렇치도 않게 아내에게 안기면서,
내가 무거워서 못든다고 하면 "자기는 철녀잖아, 수시로 집가구들을 혼자서 이리저리 옮기는.."
라고 말하는 남자는 있다.
마흔다섯살이 된 이 남자가 나와 함께 살면서 아웅다웅 하면서 살고 있는 현재의 남편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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