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7. 30. 06:00ㆍ★ 부부이야기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에 걸려온 전화, 혀가 조금 꼬여있는 익숙한 남편의 목소리,
" 미안한데, 나 지금 부천으로 갈거야. 당신에겐 미안한데..
사실은 3년전부터 당신 말고 좋아하던 여자가 있었어.
보미, 혜미 잘키워주고 위자료 문제는 내가 며칠내로 결정해서 연락할께."
수화기를 든 내 손이 덜덜덜 떨린다.
그날도 거래처 판촉으로 늦어지는 술자리로 안절부절 하던 나는
숱하게 남편에게 전화질을 했지만 절대로 핸드폰을 받지 않던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기다림에 지친 새벽3시가 넘은 시각에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런 날벼락 같은 소리들을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지껄였던것이다.
저절로 눈물이 솟구쳤고 사지가 덜덜 떨리고 숨이 멎은듯 죽을것만 같았다.
영업으로 인한 잦은 술자리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많은 상황들로 난, 늘
이런 드라마틱한 상황이 언젠가는 일어날거라고 상상은 했지만..........
내내 그리 불안해 하던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충격에 온몸이
사시 나무처럼 떨리고 숨이 막히고 죽을것만 같았다.
아~ 나는 앞으로 두딸들이랑 어떻게 살아야 하나...
이 남자에게 그 여자에게 가지 말라고 울면서 매달려야 하는가? 추접스럽게~
아님 이미 마음 떠난 이 남자, 고이 보내주고 당당한 싱글맘으로 새롭게
인생 살면서 내가 꿈속에서 꾸던 꿈처럼 잘나가는 커리우먼처럼
"해리포터" 시리즈 소설을 쓴 작가처럼 이혼후에 소설가로 성공을 해서 베스트 작가로 거듭날까?
오만 생각들로 눈물, 콧물 그리고 경기 들린 여자처럼 덜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게 지금부터 한 7년전쯤에 나에게 실제로 있었던 새벽녁의 남편과의 전화통화였다.
위자료를 3억 이상은 줄수 없고 그 위자료도 그 여자가 줄것이라고 말하는 남편이었다.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내가 물으니 분명히 혀가 꼬부라진 목소리긴 했지만,
부천에 빌딩 두채 갖고 있는 남편보다 세살 많은 혼자 사는 여자라고 말했다.
아이도 없고 일때문에 우연히 알게 된 여인네였다고 말했다.
그 새벽 술취할대로 취한 남편의 그런 전화를 농담으로 받아들일 아내는 세상천지에
없을것이었기에 그대로 나는 그 날 새벽, 남편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였고,
그 여자 정말 사랑하냐고 물었고, 그 질문에 그딴것은 묻지 말라고 윽박 지르는
남편에게 수화기를 잡고 왜 그런 사실을 이제 애기하냐고 따지면서 대성통곡을 했었다.
지금 그 여자 집에 가면 집에는 언제 올거냐고 묻고, 그 대성통곡을 하는 우와중에도
위자료를 3억은 너무 적으니 10억 달라고 흐느끼면서 이야기를 하던 나였다.
그여자가 돈 많다고 하니 10억 정도 줘도 되지 않냐고 하면서~
ㅎㅎㅎㅎㅎ
그렇게 수화기 붙잡고 울고 있는데 번호키를 누르고 위자료 운운하면서
부천 사는 3살더 많은 여자한테 가겠다는 술에 취한 내 서방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곤 웃는다. 어때? 나도 이젠 당신한테 작가 기질 배워서 소설가로 등단해도 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변태같은새끼.... 돌대가리, 썪어문들어질놈, 콱 접시물에 코빠트리고 죽을놈 같으니..
술에 취해선 건들거리며 히히거리며 웃고 있던 그 날의 남편의 모습은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으며, 그날의 남편의 철저한 연극에 속아서 대성통곡을 했던 나의
어처구니 없는 모습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우와중에도 돈많은 여자랑 바람 났다는 말에 위자료는 더 요구하던 나의
그 새벽녘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은 참으로 수치스럽다.
지금도 남편은 술자리가 있는 날이면 새벽즘에 집앞에 도착을 해서
나 지금 또 강남으로 3차 가야하거든. 그러니까 먼저 자!
라는 말을 하곤 내가 불같이 화를 내면 좋아라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 저 남자는 내가 아직도 자기가 늦게 온다고 하면 화내주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에 나 혼자 약올라 한다.
남편은 그런 나의 약올라 하는 모습이 재밌단다. 참 못된 버릇이다.
그리고 내가 그래. 알았어 하면서 순하게 먼저 잘께 라고 대답을 하면
반대로 남편이 약올라 하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남편을 상대로 늘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고 혼자 소설을 쓰던 그때의
마누라가 이젠 되려 그리워진다는 서방님이다.
조금씩 남편에게 무신경 해지는것이 편안하면서 남편은 조금은
서운하다는 마음을 고백해온다.
사랑이라 말하면서, 그 당시에 내 집착이 부담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래도
그때가 그립다고 말하는 남편을 보니 저 남자 진짜 나이 들어가는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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