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5. 06:00ㆍ★ 부부이야기
주방쪽 도배를 하는 날에도 나만 서둘러 일어났고 전날밤의 숙취로 고생을 한 서방님은
도배를 마칠 때까지도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깨지는 머리를 베개에 뉘이고 주무셔야만 했었다.
일찍 오실려고 했는데 전무님이 끝까지 잡고 당구장에서까지 놔주지 않았다고...
참 불쌍하고 고생하신 내 서방님, 그래서 토요일 오전에도 도배를 하는데 나만 이리 저리 다니면서
도배를 하는 분들과 함께 했었던 것 같다.
도배를 하는 두 분이 부부셨다.
그분들의 일을 조금이라도 거들어 드리기 위해 찢겨진 벽지들을 열심히 쓸어 담아서 따로 정리를 해드렸다.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을 뵈면 거의 다가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 대부분인 듯 해서 행동 하는데도 조심스럽다.
일을 마치고 내려 가실 때도 짐들을 들고 따라 내려가서 차에 실어 드리고 올라 왔다.
집에서 입은 츄리링 차림으로.... 그 때까지도 내 사랑하는 서방님은 안방에서 일어나시지를 못하시고 계셨다.
베란다 정리를 하다보니 보니 버려야 할 물건들이 이리 또 쌓이게 되었다.
집안 정리를 요즘 들어 하다보니, 내가 그 동안 대체 살림를 어떻게 하고 살았나.. 하는 한심한 생각 까지 들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만 같게 느껴지는 하루 였다.
오후 3시까지 쉬임없이 움직이다 보니, 새벽까지 남편을 기다리다가 잠이 든 나는 도저히
잠기는 눈을 어찌 하지 못하고 1시간 남짓 낮잠이라는 것을 자고 일어났다.
토요 축구를 다녀온 남편은 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서 밤8시즘에 함께 부천 동생집으로 왔다.
이사 하는 날까지 남편과 우리는 주말 부부라는 것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중간중간에 내가 이전 집을 오가면서 정리를 더 해야 할 것이며, 이삿 날 하루전날에는 이전 집에서 잘 것이다.
이런 이사는 나도 처음이라 더 정신이 없는 듯하다.
어제는 두 아이가 월요일부터 다니게 될 학교를 다녀왔다.
일요일이라 운동장에 축구를 하던 조기축구회 동네 아저씨들만 보였다.
전에 다니던 학교보다 작고, 체육관 건물도 없고 도서관도 없다고 투덜대는 작은아이였다.
교문 앞에는 2010년도 학업성적성취도 우수 학교로 선정 되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현수막에 두 아이는 교과 진도도 새 학교가 빠를 것 같다고, 성적도 걱정되는지
미리 나에게 이번 기말고사에서는 평균 90점은 기대도 하지 말라고 엄포를 했다.
새로 다니게 될 이번 아이들 학교는 내가 살게 될 동생집 베란다에서 봐도 학교 교문이
보일 정도로 너무너무 가깝다는 장점이 있어서 너무나도 좋다. ^^*
인근 마트에도 가보고, 오후 2시30분에 상영하는 "대지진" 이라는 영화도 아이들과 함께 봤다.
그 영화 때문에 나는 눈이 퉁퉁 부어서, 눈의 건조함을 더 심하게 느껴야 했다.
동생과 함께 가까운 병원과 영어학원 위치도 알아봤다.
밖의 외출이 오래간만인 나는 벌써 나와 있는 크리스 마스 트리가 생소했다.
찬바람에 날리는 내 부시시한 모습과 터서 갈라진 내 입술과, 여전히 바꾸지 못하고 버리라는
효도화 신발을 보면서 나도, 올해까지만 이 신발을 신고 올 겨울에는 버려야지 생각하면서
내일 아이들 학교를 갈 때는 동생 부츠라도 빌려 신고 가야지를 생각하는
보통의 학부형으로서의 마음을 가져 봤다.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에 두려움은 있지만 내 딸들도 나도 그 두려움과 아울러 셀레임도 있을 거라 짐작한다.
야무지지는 못한 엄마지만 내 두 딸들에게 당분간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한달에 한번은 꼭 영화를 함께 보면서 그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눠 보는 사치를 부려보기로 약속을 해봤다.
집에서 10분만 걸어가면 영화관도 있고, 공원도 있고, 도서관도 있고 대형마트도 있어서 이전 생활보다는 더 철저한 계획적인 소비가
필요하겠지만 계획 하는 것에 따라 많은 문화생활을 누릴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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