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8. 06:12ㆍ★ 부부이야기
시어머님에게 전화를 드렸다.
아이들 학교 전학을 잘 했으며,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다고....
때 아닌 홀애비 신세로 전략한 아들 생각에 걱정이 많아지신 어머님이셨다.
남편의 회사가 시댁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으니, 당분간 시집에서 회사를 다니라는 어머님의 청을 남편이 거절을 했나보다.
술을 자주 마시는 아들이, 혹시라도 술에 취해 혼자 집에 들어가서 보일러도 안 켜고
찬바닥에 누워 잠들었다가 입이라도 돌아가면 어떡하냐고 걱정을 하시는 어머님이셨다.
남자는 절대로 혼자 두면 안된다고 불안해 하시는 어머님이셨다.
언제부터인가 남편은 그렇게 마누라와 아이들 없는 혼자만의 시집행은 어색해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님은 좋아하는 음료수가 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며느리인 나는 알고 있다.
여름이면 수박을 제일로 좋아하시고, 수박 외엔 여름에 드시는 과일이 없다는 것도,
사과는 갂아 드시는 것은 안 좋아하시지만 갈아서 마시는 것은 좋아하시고,
반찬중에서는 홍어무침을 오이와 배와 사과를 썰어 새콤달콤하게 무친 것을 좋아하시고,
간장게장을 좋아하시고, 20년전에 받으신 식도 수술때문에 식사양이 적다는 것도,
소화기계통이 약하다는 것도, 변비로 고생을 하시는 것도, 그로 인해 지금 무슨 환을 드시고 계시는지도...
등등 어머님에 기본정보는 아들인 남편보다는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며, 이런 내가 알고 있는 정보들을
무심한 성격을 가진 아들인 남편 에게 수시로 알려주어야 하는 며느리의 의무에 충실하면서 살았다.
어머님이 반평생을 키우신 그 아들을, 받아서 며느리인 내가 반평생을 키운다는 느낌을 가끔씩 받는다.
결혼을 한 후의 무심한 아들의 모습은 며느리의 책임이 되는 경우가 있다.
어머님은 다정다감했던 아들이 변했다는 생각을 갖게 되시는 듯 하다.
편찮으신 어머님을 찾아뵐 때도, 방에 들어가서 어머님 손 이라도 잡아 드리면서
많이 편찮으시냐고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하라고 시키는 것도 아내인 내 몫이 된다.
마음은 그렇치 않은 사람인데 표현하는 것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나이 드시면 부모 마음이, 자식이 건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주는 위로가 얼마나 큰지
너무나 잘 알기에, 마흔 다섯살인 나보다 더 큰 남자 어른을 내가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남자도 여자도 결혼을 하고 나서 내 가정이 따로 생기고 나면
부모님이 계신 집보다는 내 아이들과 내 아내와 내 남편이 있는 집만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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