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9. 06:00ㆍ★ 부부이야기
토요일날 어머님은 퇴원을 하셨고, 남편이 내 카드로 병원비 70만원 정도 되는 병원비를 계산 했다.
이틀에 한번 꼴로 전화만 하던 며느리인 나~
주말부부가 된지 2주일째, 엊그제도 우린 만나서 퇴원을 하신 어머님을 뵈러 시댁엘 갔다.
가는 길에 본죽에 들러서 호박죽과 야채죽을 사들고, 과일 가게에 들러 딸기와 귤도 함께 사들고 갔다.
시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큰 시누가 어머님을 보살피고 있었다.
큰 시누가 나를 보고 말해 준다.
"언니, 우리 엄마가 완전히 애기가 돼버렸어요...."
보미, 혜미를 보고 흐느끼시면서 어머님이 우리 손녀딸들도 못보고 이 할미 죽는 줄 알았다...라고 말씀 하셨다.
일어나 있어도 누워 계셔도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하셨다.
병원에 더 계시라는 남편과 시누들의 청을 뿌리치고 답답하시다 면서 퇴원을 하신 어머님이셨다.
큰 시누가 내게 말했다. 자긴 엄마가 치매에 걸릴 까봐서 그게 젤로 걱정이라고~
그 날도 누워 계시다가 갑자기 일어나서, 막내시누가 보인다고(이미 나가고 없는 막내시누가)
현관앞으로 나가셨다고~~
보미와 함께 어머님 무릎을 주무르고 있는 데 갑자기 어머님이 어린애 마냥 엉엉 소리내서 우셨다.
아무래도 오늘 밤에 본인이 죽을 것 같다고. 몸이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하시면서... 조만간 숨이 끊어질 것 같다고~
그런 모습들, 나에게는 참 익숙한 모습들이었다. 돌아가신 내 친정 할머니, 돌아가신 시아버님의 모습들이 오버랩이 됐다.
어머님의 우시는 모습에도 별로 놀라지도 않는 차가운 심장의 며느리인 나~~
남편도 그런 어머님의 모습에 표정에 변화가 없다.
밤새 깊은 잠을 못 주무시는 어머님으로 인해 남편은 잠을 설쳤고,
신경이 예민한 나는 밤새 뒤척이며, 어머님의 거동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아침이 되자 어머님이 북어대가리와 다미사와 양파와 무우와 굵은멸치를 넣은 국물에 미역국을 끓여 달라고 하셨다.
보양식으로 좋은 사골국물이나 고깃국물은 드시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고기는 재우지 않았다.
브리콜리는 끓는 물에 데쳐서 초고추장에 묻혀 먹고 싶다고도 하셨다.
계란 노른자는 빼고 흰자로만 계란반찬을 해달라고 하셨다.
축구를 나가는 남편의 아침상을 차리고 나서 종일 주방에서 서성거렸다.
두 아이와 마트에 가서 어머님이 드실 음식 재료들을 사러 다녀왔었다.
음식 쓰레기와 쓰레기들을 버리고 32평 아파트 안을 청소기로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나니 시간이 벌써 오후 2시가 넘었다.
이번 병원비 때문에 타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는 보험들을 확인하기 위해 어머님의 보험 증권들을 살펴보기 시작 했다.
시동생과 막내시누의 보험 증권들을 화일에 따로 정리를 해서 분류를 했다.
보험에 과신을 하고 계신 어머님은 이런 저런 보험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걸 정리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대부분이 시누와 시동생의 보험증권들이었다.
큰 시누가 보험회사에 전화해서 물어 볼 질문 목록들과 증권 번호들도 작성을 해서 어머님께 드렸다.
시댁 청소 까지 마칠 때즘에는 어머님이 전날 밤보다 현저하게 회복되어 계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후 5시즘에 시집을 나섰다.
애미야., 욕 봤다... 언니... 왔다가 고생만 하고 가네요... 라는
시어머님의 인사와 막내시누의 배웅을 받으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 어머님의 입원으로 막내시누가 어머님의 일을 그만 두게 했다.
본인의 퇴직금을 받아서 어머님을 드리기로 했다는 애길 들었다.
그 돈으로 친구들과 놀러 다니고 편하게 살라고 말해 준 자식은, 어머님과 함께 살고 있는 막내 딸 뿐이었다.
4명의 어머님의 자식 중에서 가장 효자는 막내시누, 한명 뿐이었다.
그런 동생에게 한 없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큰 오빠로 존재하는 내 남편,
그 남편은 마누라인 나에게는 자신이 결혼 생활내내 사고 친것에 대한 미안함에 덤으로,
늘 편찮으신 아버님으로 인해 맘고생 몸고생 시킨 것에 이어, 이번 어머님의 입원으로 인해
다시 한번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되는 내 남편 어깨가 한없이 축 쳐져 있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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