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24. 06:00ㆍ★ 아이들 이야기
현재 13살된 우리 집 큰 딸은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로 좋아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다.
여자 셋(나와 우리집 두 딸들)과 사는 우리집의 유일한 한 명의 남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생각 할 줄 알았다.
혈액형도 우리 세 명의 여자와 다른 유일한 남자인 우리 아빠,
우리 세 명의 여자와는 다른 통통의 살집을 가진 우리 아빠,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술을 자주 마셔야 하는 우리 아빠,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동안의 얼굴과 젊고 잘 생긴 외모를 가진 우리 아빠,
아무리 힘들어도 회사에 나가서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우리 아빠,
자기가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자기 맘대로 못 쓰고 엄마에게 몽땅 줘야 하는 우리 착한 아빠,
음식 솜씨도 별로 없고 얼굴도 못 생긴 우리 엄마 같은 여자를 구제해 준 착한 우리 아빠,
엄마의 심한 잔소리와 바가지를 꿋꿋하고 참아 온 늘 엄마에게 져 주는 참 위대한 우리 아빠,
그런 사랑하는 아빠가 우리집에서 혼자만 남자라서 종종 외로움을 느낄 거라는 염려를 하는 큰 딸이었다.
우린 여자라서 여자가 느끼는 그 감정들을 다 느낄 수 있지만,
아빠는 남자이기 때문에 남자로서, 아빠로서, 느끼는 그 깊은 외로움 때문에 시시때때로 술을 마셨을 것이라고,
그런 아빠를 이해하기 보다는 늘 잔소리만 했던 엄마에게 참 서운 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런 아빠를 웬지 가끔씩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하는 우리집 큰 딸이다.
이번 주 들어서 우리집 두 딸들은 아빠 얼굴을 단 한번도 보질 못하고 전화통화로만 아빠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어젯 밤, 아빠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기침을 자주 하는 아빠 때문에 근심에 얼굴에 가득 하다.
엄마, 아빠한테도 생강차랑 대추 달인 물 끓여줬냐고 묻는다.
우리 아빠, 저렇게 심하게 기침을 하는데도(전날보다 훨씬 좋아졌는데..) 회사를 출근 했다고
참 우리 아빠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너무 고생을 한다고......
아빠가 집에 들어오면 엄마가 아빠한테 좀 잘해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어떻게 잘해주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추와 생강과 도라지, 그리고 박씨아저씨가 알려주신 파뿌리까지 넣고 하루에 한 주전자씩 끓여서 나와 남편이 마시고 있다.
확실히 기침 하는 횟수가 줄어 들었다. 물론 아직 이틀밖에 안 되서 완전하게 기침이 사그라지진 않았다.
다시마 국물로 마마님의 청국장을 끓였다. 보미가 청국장을 많이 해서 아빠를 드시게 하란다.
보미는 대추와 생강을 넣고 끓이는 거나, 샌드위치는 스스로 만들어서 동생을 챙길 수 있을만큼 컸다
어제도 내가 이모부님에게 다녀 오르랴 저녁 6시 30분즘에 집에 돌아왔는데
브리콜리까지 데쳐놓고 고추장에 식초를 넣고 어슬프지만 초고추장도 만들어 놨다.
기특히고 이쁜 내 큰 딸이었 다. 때때로 사춘기에 접어든 보미랑 다툴 때도 있지만,
학과성적이 최우수인 학생이 아니지만, 공부도 잘하고(어릴때 나랑 비교해선 엄청 잘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동생이랑 싸울 때도 많치만 지 아빠를 이리 살뜰히 챙기고 동생을 먹일 샌드위치를 만들고
엄마의 수고로움을 덜어 주기 위해 설거지까지 해 놓는 살뜰한 내 딸이 너무나 고맙고 기특하고 이쁘다.
그리고 돌돌이할아버지(내 이모부) 어떠시냐고도 묻는 그 마음도 너무너무 이뻤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편찮으셨을 때도, 5살된 보미는, 거동을 못하시는 할아버지를 전혀 무서워 하지 않고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여드리던 마음이 따뜻한 그런 아이인게 나는 너무나 좋다.
내 착한 딸의 마음이 너무너무 이쁜 날이었다.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 비운 아빠랑, 자기 방식대로 키우려는 엄마의 딸 키우기 (0) | 2011.01.11 |
---|---|
아이가 선택한 학원에 보내주는 것이 정말 잘하는 걸까? (0) | 2010.12.28 |
내 딸들을 남자보다 몸과 정신이 강한 여자로 키우고 싶은 엄마 (0) | 2010.12.20 |
아이가 아파도 학교와 학원은 꼭 보내야 하는 엄마 (0) | 2010.12.17 |
엄마! 내 친구가 우리집에서 자고 함께 학교 가면 안돼? (0) | 2010.1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