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11. 06:00ㆍ★ 아이들 이야기
<작년 10월달에 조랭이 떡볶이를 요리책 펴들고 만들고 깄는 큰 딸을 찍은사진>
올해 중학생이 되는, 나의 마른 체형과 생김새를 많이 닮은 나의 큰 딸,
학창시절 유일한 나의 장점이던 책 읽는 것은 전혀 닮지 않는 나의 큰 딸,
옷 입는 취향이나 멋내기에서 촌스러운 눈을 가진 엄마를 전혀 닮지 않는 나의 큰 딸,
요리하는 것을 별로인 엄마를 닮지 않아서 엄마가 할 줄 아는 음식은 다 할 줄 아는 나의 큰 딸,
핸드폰으로 문자 보내는 속도가 "기인열전"에 나올 정도로 빠른 요즘 아이의 모습을 가진 나의 큰 딸,
야단을 맞을 때도 절대로 소리 내서 울지 않는, 속으로 뭔가 삼키고 있는 듯한 나의 큰 딸,
요즘은 공부를 해보려는 노력을 하면서 도시락을 싸들고 학원을 다니고 있는 나의 큰 딸,
주변 친구들에게 기 죽기 싫어서, 외모도 되고 성적도 되는 여학생이 되고 싶어서 공부를 한다는 나의 큰 딸,
엄마의 촌스러운 화장 스타일이 창피하다는 말도 할 줄 아는, 의외의 솔직함도 갖고 있는 나의 큰 딸,
엄마의 큰 키만 고마울 뿐, 생김새나 몸매는 절대로 닮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나의 큰 딸,
나중에 크면 과음은 안해도 아빠랑 대작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술은 마실 줄 아는 숙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하는 나의 큰 딸이다.
스키니 바지가 뭔지를 우리집 큰 딸 덕분에 나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이런 나의 큰 딸이 새로 사귄 학교, 학원 친구들을 사귀고 있다.
예전 다니던 친구들과는 싸이월드 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하기도 하고 있다.
엄마인 나는, 알고 싶다. 내 큰 딸이 요즘 들어 어떤 친구들을 사귀고 있는지,
그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뭔지, 젤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뭔지도....
내 남편은 이런 나에게 자주 당부를 하고 있다.
냅두란다~~~~ 보미가 사귀는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만 있으되,
그 친구들이 날라리인지,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지, 그 아이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궁금해 하지 말고
설사 품행이 안 좋은 친구를 사귀어서 방황을 하더라도, 냅두고 지켜만 보란다.
그리고 보미 스스로가 깨닫고 사람을 사귐에 있어서, 어떤 사람을 가까이 해야 하는지
어떤 사람은 멀리 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직접 경험하고 터득할 수 있게 끔, 내비 두라고 말한다.
큰 딸이랑 옷을 사러 가면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너무너무 자주 있다.
딸 아이의 옷 입는 취향을 100% 반영해주고 있는 엄마지만(왜냐하면 나도 내 옷보는 눈은 영 아니란걸 인정하기때문에)
단정치 못한, 너무 어르스러운 스타일의 옷을 고르거나,
점원이 권해주는 옷들을 보고도 맘에 드는지, 안 드는지 확실히 자기 의사표현을 하지 않는
딸의 모습을 볼 때면 속이 터져서 미쳐버릴 것 같을 때도 무진장 많이 있다.
쇼핑 자체를 귀찮아 하는 나와, 그런 것을 전혀 귀찮아 하지 않고 즐기는 큰 딸이랑은 참 다르다.
아직 초경은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보미의 키는 167이 넘기 때문에 이젠 아동복은 입지 못한다.
중학교 교복을 맞추면서도 저것이 중학교 들어가서 눈에 거슬리는 요즘 여학생들처럼
치맛단을 올려 입거나 줄여 입거나 하면 그걸 어떻게 감당 해야 하나를 걱정하고 있는 엄마가 된다.
이런 나에 비해 남편은 참으로 태평하며, 큰 딸, 보미에 대해서 마음을 비운 성인 군자처럼 군다.
옷 입는 스타일이 우리 부부가 모두 촌스러운 것은, 어려서부터 엄마들이 사다준 옷만 입어서란다.
그러니 보미 스스로가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고르게 하는것은
훗날 스타일이 좋은 아가씨로 자라게 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키 크고 늘씬 한것도 큰 혜택이고, 우리 딸 보미는 나중에 스타일 좋은 세련된 숙녀가 될 것이니
옷 고르는 취향도, 사이즈도 한 치수 크게 사서 내년까지 입힐 생각은 절대로 하지 말고
지금 입어서 딱 맞는 사이즈를 사주도록 해라~ 라고 말하는 참 좋은 아빠로 존재하는 내 남편님이시다.
공부도, 친구도, 복장면에서도 잔소리 하지 말고, 엄마인 내 스타일대로 키우려 하지 말고
보미 본인이 선택하고 그 선택에 있어서, 후회를 해도 보미가 감당해야 할 몫이고,
보미가 자신에 맞는 사람도,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의 복장도 보미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보미가 선택하게 냅두라고, 이론적으로 참으로 내 남편은 열려 있는 생각을 갖고 있는 아빠다.
이런 차이 때문에, 나는 늘 보미에게 잔소리만 해대는 피곤한 엄마의 모습으로
남편은 보미에게 핸드폰에도 "참 좋은 울 아빠"로 저장이 되어 있을 정도로 좋은 아빠로 존재하나보다.
아~
자식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아무리 좋고 바람직한 방법이라도
내 남편 처럼, 모든 것을 보미에게 맡기고, 보미의 선택을 100% 믿고 따라주는 엄마가 되어 주는 것은 힘들 것 같다.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술냄새로 아빠를 기억하는 딸들, 그래도 아빠를 젤로 사랑한단다 (0) | 2011.01.21 |
---|---|
나는 두 딸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 다만 수다를 자주 떨 뿐이다. (0) | 2011.01.18 |
아이가 선택한 학원에 보내주는 것이 정말 잘하는 걸까? (0) | 2010.12.28 |
착하고 마음이 따뜻한 우리집 큰 딸 자랑하기~~ (0) | 2010.12.24 |
내 딸들을 남자보다 몸과 정신이 강한 여자로 키우고 싶은 엄마 (0) | 2010.1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