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냄새로 아빠를 기억하는 딸들, 그래도 아빠를 젤로 사랑한단다

2011. 1. 21. 06:07★ 아이들 이야기

 

                    <그림은 엄마가, 글과 그림의 마무리는 작은아이가 >

 

 

올해 중학생이 되는, 큰 아이가 다섯살때쯤이었을 것이다.

시댁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큰 아이는  졸고 있었다.

그 시간이 밤9시가 넘은 시각이었고 어느 정거장에선 술에 취한 듯한 중년의 아저씨가 버스에 올라탔다.

우리 앞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 아저씨에게서는 심한 술냄새와 안주냄새가 났다.

그 때였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5살된 큰 딸아이가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서 하는 말,

" 엄마! 아빠 왔어? 아빠 냄새가 나.,!! "

"뭐? "

 

아빠의 존재를 술냄새로부터 기억하던 큰 아이의 반응에 가슴이 아릿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 이야기를 소재로 라디오 프로에 사연을 올려서 전화연결을 하는 기회가 있었고,

65만원에 해당하는 상품권을 획득 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그 애길 두 딸들에게 들려 주었더니, 작은아이가 내게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달라고 했다.

오늘도 새벽1시 30분에 술냄새와 함께 들어오는 아빠를 막연하게 느끼는 두 딸들이다.

방학이라고 10시가 너머 11시가 되서나 잠이 드는 두 딸들도 종종 새벽에 귀가하는

아빠의 인기척에 깨는 경우가 있다.

워낙에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아늑하고 좁아서 그럴 것이다. ^^*

적당히 술을 한잔만 일찍 귀가하는 날에는 두 딸들은 아빠를 앞장 세워 집앞 슈퍼에 들린다.

과자 인심이 후한 아빠를 부추겨서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봉지 가득 채워서 들어온다.

 

 

 

 

 

 남편이 나보다 두 딸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술 한잔 하고 들어온 날,

첫째는 집 앞에서 아빠가 사주는   과자봉다리에 있으며,

둘째는 오로지 우리집 딸들만 볼 수 있는 아빠만의 몸 개그쇼 때문이다.

나에게는 실소만 자아내게 하는 그 익숙한 모습들이 내 두딸들에게는 재미있는 쇼로 보여지나보다.

두 딸들은 그런 아빠의 원맨쇼에 숨 넘어가게 깔깔대고 웃으면서 행복한 아이들로 변한다.

과거에 술로 인해서 아빠의 대한 나쁜 안 좋은 기억들도 있지만,  

이런 독특하고 유치찬란한 아빠의 원맨쇼 덕분에, 딸들은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

물론 이런 개그맨이 될 수 있는 한계는, 딱 적절한 알콜섭취를 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지, 그 정도가 넘어 갔을 때는 두 딸들도 아빠를 외면하고 싶어하기는 한다.

그럼에도 우리집에서 아빠의 인기는 엄마인 나보다는 항상 더 높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