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3. 15. 06:00ㆍ★ 부부이야기
<사진은 네이버에서 가져왔고 이미지외 다른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며칠전에 어머님께서 전화가 하셨다.
수의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내가 가입한 상조보험에서 수의가
지급이 되면 준비 안하려고 하신다고~~
딸이 아닌, 며느리인 나, 수의(壽衣)라는 단어에 뭐라 쉽게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자식들에게 부담 안 주려고 미리 준비하신다는 어머님의 말씀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나, 어릴 때 할머니 생각을 해 봤다.
중1때부터 고3이 될 때까지 시골 초가집에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던 나는,
할머니가 그 수의라는 옷을 준비하셔서 고이고이 접어서 장롱 깊숙한 곳에
넣으셨다가, 가끔씩 꺼내서 매만지시던 모습을 종종 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어머님은 수의(壽衣)) 이야기에 며느리인 내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어머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해드리 못하는 며느리가 되었다.
친정엄마에게 여쭤봤다. 엄마는 수의 준비 해놓으셨냐고?
예저녁에 준비해 놓으셨단다. 왜 말씀 안하셨냐고 했더니..
어떤 부모가 그런 옷을 준비하면서 자식에게 말을 하냐고.... 하셨다.
친정엄마와 시어머님께서는 동갑내기 올해 69세가 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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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4년 동안 집안 어르신 세 분의 장례식에서, 세 번의 입관식을 참관한 적이 있었다.
두 손을 곱게 마주 잡고 누워 계시던 할머니의 모습도 기억나며, 시아버님의 모습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정쪽 큰 고모집의 수의를 입고 계시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저승 가는 길에 마지막 입고 가는 옷 한 벌이 수의(壽衣)라고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아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어
마지막 죽음으로 가는 길에 입고 갈 옷 한 벌를 준비하는 마음은 어떤걸까?
작은 것에도 버거워 했던 지난 날에도 죽음을 준비하거나, 죽음을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저승길에 입고 옷 한 벌 준비하는 부모의 마음이란 어떤 것인지 문득 착찹함을 느끼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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