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스 가득 담겨져 있는 친정엄마의 마음을 또 받았습니다

2011. 3. 17. 06:00★ 부부이야기

 

 

마흔 두살이 되서도 친정엄마에겐 그저 못미더운 딸년인가 보다.

입맛 없는 봄이라고 봄동을 무쳐서 택배로 보내주신 엄마시다.

밭에서 뽑은 싱싱한 것들로 직접 무쳐서 바로 비닐로 여러겹을 싸셔서 보내 주셨다.

혹여라도 김칫국물이라도 흘릴까봐서 겹겹이 싸시면서 엄마는,

마흔살이 넘은 딸년 목구멍으로 이런 먹거리가 넘어가는 것을 상상하시면서 포장을 하셨을 것이다.

 

 

 

 

 

 

집에서 5분 거리에 가면 살 수 있는 그런 상추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추들까지 비닐에 싸셔서 보내주셨다.

어려서부터 묵은지와 상추쌈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생각하는 큰 딸의 식성을 잘 알고 계신

엄마는 시골에서 택배를 보내주실 때마다 이런 야채들을 챙겨서 보내주시고 계신다.

어려서부터 엄마는 그러셨다.우리네 딸들 뿐만이 아니라 이웃이나, 친척분들에게도 뭐든 바리바리 싸주는 분이셨다.

그런 엄마이시니, 볼 때마다 삐쩍 말라 있는 큰 딸년을 보면, 아무리 쳐 먹어도 살이 안 찌는 것을 늘 안타까워 하신다.

 

 

 

 

 

 

 갓김치가 건강에 좋다고 꼭 챙겨 먹으라고, 갓이 좀 귀해서 많이 못했다 하시면서 그런것 까지 챙겨 보내주셨다.

조선간장과 포항초도 함께 박스에 차곡차곡 담아서 보내 주셨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는 이런, 마트 가서 몇 천원이면 살 수 있는 이런 것들을 되려 부담으로 느껴질런지도 모른다.

허나, 시골 출신이고, 먹거리에 점점 신뢰감이 떨어지고 있는 요즘 같은 세상에, 살뜰히 챙겨 보내주신 친정엄마가

계신 것에 한 없이 감사하며, 두 딸들에게도 시골 외갓집이 있다는 것에 큰 축복이라는 것도 알려주고 있다.

 

 

 

 

 

 

 

마늘값이 비싸다고 손수 집에서 까서 찧어서까지 보내주신 울, 엄마~

요즘 농번기 준비로 밭으로 다니시르랴 집 전화도 자주 받지 않으시는 엄마이신데....

가끼이 사는 동생네와 반찬을 나눠서 냉장고 안에 넣어 뒀다.

40키로 짜리 쌀자루를 보내시면서 그걸 착불로 부치신게 걸리셨던 엄마, 이번에는

택배비는 선불로 미리 계산까지 하셨다.

 

 

 

 

 

 

친정엄마의 마음이 담긴 먹거리를 받은 날,

당직 근무를 하던 서방님이 축구 시합을 하고 한 잔 하고 온다는 말에 발끈 했었는데,

딸의 대한 한 없이 주기만 하는 그 마음을 내가 본받아 하나를 생각해 봤다.

엄마에게 주기보다는 늘 받기만 하는 이 모자란 딸년처럼, 쉬임없이 술을 좀 자중해 줄 것을

부탁하는 내 청을 들어주지 않는 남편을 그래도 봐주는 마음, 내가 본 받아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