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이 좋은 사람과, 이유가 있어서 좋은 사람

2011. 4. 23. 06:00★ 부부이야기

 

 

 

왜 내가 좋은데요? 라고 물었을 때,  단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좋아요..이유 같은 것은 없어요.."(연애시절)-반말도 안했다.

나의 어떤 점이 좋은데? 라고 물으면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후딱..대답한다. " 그냥 좋아.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현재)

연애시절까지 합해 15년을 봐온 남편이 내가 좋은 이유는 그냥이라고 한다...

물론 지금의 대답은 다 믿기에는 좀 껄쩍찌끈하지만, 뭐 그래도 믿어볼라고 애쓴다.

 

 

본받을 점도 많고, 바르고 정직하고 성실하며, 부단하게 노력하는, 마음도 착한 사람이 있다.

그런데 웬지 그 사람이 참 좋은 사람인 것은 확실한데 좋아지는 느낌은 없는 듯 하다.

좀 헐렁하고, 예전 내가 싫어하던 면을 가진 술도 좋아하고 무심하고, 가정에도 소홀하고

노력도 안하고 그냥저냥 대충 사는 것 같은 사람인데도 좋은 감정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

 

 

스물살의 나는, 학구적이고 지적인 그런 남자를 꿈꿨던 것 같다. 오래되서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스물일곱살의 나는 순박해보이고 아주 착해보이고 후덕보이는 울 남편같은 편안한 그런 남자가 좋았던 것 같다.

대한민국의 주부가 되고 나서는 내 좋은 남자의 기준은, 오로지 가정적인 남자, 처자식을 세상에서

가장 귀히 여길 줄 아는 남자가 세상에서  좋은 남자의 기준이 되었다.

 

 

 

 

 

지금의 나는 남자든 여자든 까칠한 사람은 일단은 부담스러워진다.

바르고 정직한 것은 좋은데 폐쇄적이고 어두운 사람도 쉽게 좋아지지가 않는다.

그리고 예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외향의 모습은 많이, 몹시 삐쩍 마른 사람은 참말로 안 좋아진다.

날씬 한 것은 몰라도 헐벗어 보일 정도로 말라 보이는 그런 사람은 웬지 까칠해 보여서 좋아지지가 않는다. (나는 나 자신은 안 좋아한다?)

 

나이가 들어가니, 남자 여자 구분 없이 이런점 때문에 그 사람이 좋고

저 사람은 저래서 싫다는 구분이 없어지는 듯 하다.

그냥 느낌으로 좋고 싫고를 내 멋대로 정하게 되는 듯 하다.

그리고 가족 외에는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것, 자체가 참 가벼워짐을 느끼게 된다.

 

 

이러이러해서 좋은 것과, 그냥 좋은 거랑은 다른 듯 싶다.

어찌 보면 사람이 좋아지는 것이 빠르고 쉬울 수록 그 감정이 식는 것도 참 빠른 듯 싶다.

반대로 천천히 좋아지는 것은 그 감정이 식는 것도 서서히 혹은 굳어져서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