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하는 것도, 기록 하는 습관도 어릴때부터 형성되는지도...

2011. 4. 27. 06:00★ 아이들 이야기

 

 

 

 

엄마와 떨어져서 할머니와 단 둘이 살기 시작 한것은 중학교에 입학하고부터인 14살때부터였다.

그 때까지, 그 이후에도 할머니나 엄마에게 저금 해라. 돈 아껴써라... 군거짓 하지 마라.. 라는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었다.

절약이나  저축의 관한 가르침을 받지 않았지만 나와 두 동생들은 학창시절에, 군거짓로 돈을 쓴 기억은 거의 없다.

그래서 부모님에게 참고서 산다고 거짓말 하고 군거짓을 하는 아이들 애기는 전혀 실감하지를 못한다.

가난해서이기도 했지만, 사람은 분수를 알아야 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저금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을, 우리 세 자매는 그냥 그냥 저절로 터득하면서 자랐던 것 같다.

 

 

마흔 두살인 나, 마흔 살인 내 동생, 서른 여덟살인 내 막내동생 모두 지금까지도 주전부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과자나 음료수 아이스크림 따위를  우리가 먹기 위해 사 먹은 적은 없다.

어린 시절 나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이면 엄마나 작은아버지가 시골에 사는 내게 과자 사먹으라고

주신 돈으로 떡볶이나 튀김을 사 먹어 본 기억이 내겐 거의 없다.

물론 먹고 싶었다. 학교 끝나고 친구들끼리 분식집으로 매점에 갈 때마다 나도 껴서 사 먹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했었다. 그런 군거짓 하는 것도 습관이며, 한 번 입 맛이 들여지면 그런 군거짓의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기에 애써 그 왕성한 식욕을 참고, 집에 돌아와서 부엌에서 찬밥에 열무김치로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그런 것들이 슬프고 비참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나는 배가 고파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아이들도 과자를 좋아한다.

군거짓도 좋아하며, 남편도 과자나 주전부리를 참으로 좋아한다.

결혼해서, 금전적으로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빚으로 인해 허덕대는 경험을 하게 된 나는,

그것도 내가 쓴 돈이 아닌, 함께 사는 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혹은 사람 노릇,  자식 노릇하르랴 빚이 늘어가는

경험을 하고 나서, 두 딸들에게 저축하는 습관과 돈을 귀하게 여기고 아낄 줄 아는 사람으로 키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여행을 하고 장신구를 사고 겉치장을 하르랴 카드사용을 남발하고 그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되는 젊은 사람들을 주변에서 자주 봤었다.

내 아이들도 그런 돈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100원 버는 주제에 200원을 쓰는 분수도 모르는

허영스러운 숙녀로 키우기 싫어서, 내가 선택 한것이 용돈 기입장 기록해서 내게 검사를 받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매사에 그런 것처럼 이도 오래 가지 못하고 중간중간 빠트리고 검사 안하고 넘어간 적이 더 많았고,

까마득하게 잃고 지내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어제 문득 생각이 났다.

작은아이에게 빌린 돈 2만원을 갚으면서, 용돈 기입장을 가져와보라고 했다.

(난 종종 집에 현금이  없으면 작은 딸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하지만 꼭 갚는다^^*)

중간고사 시험이 끝난 작은 아이가 떳떳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가져온 용돈 기입장을 가져왔다.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꾸준하게 용돈 기입장을 써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흐뭇했다. 그냥 기특하고 이뻤다.

 

 

 

 

작은아이는 옷을 사거나 돈을 주고 뭘 사는 것을  안 좋아하며, 치장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그에 비해 큰 아이는 교복을 입고 다니지만 쇼핑 하는 것도 좋아하며, 이쁜 것에 관심도 많다.

작은아이는 돈을 무척이나 아껴쓰는 편이며, 자신의 용돈으로 떡볶이를 사 먹고 나서도  엄청 후회를 한다.

내가 자기 옷이나 운동화를 사 준다고 해도 매번 거절을 하며, 되려 엄마인 내게 돈을 아껴쓰라는 잔소리를 한다.

가끔씩은 그런 작은아이의 모습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돈 귀한 줄 모르고

이것 사달라 저것 사달라 하는 아이보다는 낫다 하는 마음으로 위로를 한다.

중학생이지만 큰 아이는 작은아이보다는 그런 면이 좀 부족한편이다.

돈에 관해서만은 큰 아이가 보통의 요즘 아이들이 갖고 있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아껴쓰고 저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저 막연하게 이론으로만 알고 있을 뿐, 실감하지는 못하는 듯 하다.

 

어쩌면 엄마인 나의 강요로 시작된 "용돈기입장" 기록하는 일은 작은아이에게는 나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저축 하는 것도 그렇다. 용돈중에서 잔돈이 생기면 저금통에 따로 넣을 정도로 야무진 구석이 있는 작은아이다.

하지만 큰 아이는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그걸 실천에 옮기기에는 먹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게 많은듯 싶다.

가정 주부인 나, 이 달에도 카드 대금이 통장에서 빠져나가고 나자, 통장잔액이 두 자리 숫자가 되었다.

초등학생인 작은아이의  본을 받아서 나도 좀 더 계획적이고, 최대한 소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저금 하는 것도 기록하는 것도 정말로 습관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면서, 문득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