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4. 29. 06:00ㆍ★ 아이들 이야기
<사진은 작년 학교 도서관 봉사활동을 할 때 찍어둔 사진을 대신해서 올려봅니다
어제 아침은 작은아이 학교의 녹색어머니 봉사를 하는 날이었다.
작년까지는 도서관 봉사활동도 함께 했지만 올해는, 이 곳으로 전학온지도 별로 안 됐고,
나란 사람이 봉사정신이 투철해서 학교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학부형은 아니라서 지원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그런 엄마들 모임들 사이에서도 난,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듯 해서
올해는 녹색어머니회 말곤 아무런 것도 신청하지 않았다.
바로 집 앞, 횡단보도에 서서 교통안전봉을 들고 팔을 들어 올리고 내리는 행동은 내겐 아직도 어색하다.
작은아이 친구나, 작은아이가 등교하는 모습을 볼 때 말고는 어정쩡한 웃음으로 서 있는 내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활동을 할 때마다, 나는 생각하게 된다.
TV에 나와서 내내 미소를 짓는 얼굴로 내내 웃고만 있어야 미인대회 참가자들이나,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의 대한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집 안에서 두 딸들과 킥킥대고 웃을 때 빼곤 현관문을 나서면 나는 잘 웃지 않는 사람이 되는 듯 하다.
<사진은 작년 두 아이의 가을 운동회때 찍어둔 사진을 대신 올려봅니다>
내가 그런 어색한 표정으로 녹색교통지도를 하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예일곱살쯤 되는 여자아이가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를 아는 아이인가....? 생각했었다. 내 동생 말고는 이 동네에서는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데...
내 앞에 선, 맑고 맑은 눈을 가진 6,7살쯤 되어보이는 여자아이가 나를 연신 올려다보면서 웃었다.
그 여자아이 옆에는 50대쯤으로 보이는 중년의 아저씨가 함께 웃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 가서 뭘 사오더니, 그 여자아이가 다시 나를 보고 달려와서 또 웃는다.
그리고 해맑게 웃으면서 아무말도 없이, 내게 손을 내민다.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손을 내밀어 생전 처음 보는 그 여자애의 손을 잡았다.
치아들이 전부 누렇게 변색이 되어 있었고, 다 깨져 있었다.
그 여자 아이, 나를 계속 올려다보면서 연신 웃으면서 이모라도 만난 아이마양 행복한 표정이다.
순간 나는, 그 아이의 그 맑은 미소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냥 그래졌다. 나는 어른이든 어린애든,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경계부터 하는 사람이다.
선뜻 다가 가지도 못할뿐더러,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웬만해서는 먼저 웃지 않는 사람이다.
양갈래로 머리를 묶은 평범해 보이지만은 않았던 그 아이가 내민 손을 잡으면서 웬지,
나는 어제 아침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여자아이의 아빠로 보이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아저씨가 그런 자기 딸을 보면서
"제가 마흔 세살에 얻은 딸이랍니다." 라고 하면서 자신의 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신호등이 초록불로 변하자, 그 여자아이는 서운하듯이 내 손을 놓고 건너갔다.
작고 마르고 지나치게 왜소한 체구를 가진 50대즘으로 보이던, 허름한 작업복의 아저씨의 손을 잡고
말괄량이 삐삐처럼 폴짝거리며 뛰어가던 그 여자아이는, 길을 건너면서 내내 나를 돌아다보며 빠이빠이를 했다.
가슴속에서 뭔가 싸아악~~ 하니 바람이 지나가는 듯 했다.
괜히 서글퍼져서 눈물이 날 것도 같았고, 사람의 대해 경계와 의심을 더 많이 하면서 겁많은
요즘 아줌마로 살고 있는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랬다.
내 딸들은 절대로 어제 아침에 만난, 그 여자아이처럼, 생전 처음 본 사람에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면서 반가워 할 수 있을 정도로 순진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아이라고 그 맑은 눈을 가진, 다섯여섯살 되는 어린여자아이가 내밀던 손도 선뜻
잡지 못하며 조금이라도 주춤거리고, 마주 보며 얼른 웃어주지 못한 내가 많이 부끄러웠던 그런 아침이었다.
웬지, 나는 어제 아침에 생전 처음 본, 그 여자애를 평생을 잊지 못할 것만 같다.
그냥 슬펐고, 그 아이가 보고 싶을 것 같고, 그 여자애에게 미안했고, 다시 보면 활짝 웃어주면서
한 번은 번쩍 들어 안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흔두살의 두 딸을 키운 엄마인 나, 많이 울컥 했고 부끄러운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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