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29. 08:46ㆍ★ 나와 세상
몇 년 만에 여고친구들을 만났다.
두 친구 다 아들, 딸을 둔 평범한 엄마들로 살고 있다.
우리모두가 두 아이들을 키운 엄마들이었고, 아이들 때문에 맘고생을 하는 걱정거리들도 다 비슷했다.
여고때 친구들인지라 몇 년만에 만났어도 어색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고상한 척(?) 하지 않아도 서로가 편했다.
어제, 서울 영등포역 롯데 백화점 10층 식당가에서 수 년만에 만난 친구들을 만나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좋았다.
결혼 18년이 넘은 친구는 결혼생활 중, 1년를 제외하곤 항상 직장맘으로 살았고 얼마전부터는 또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뒤늦게 공부를 하르랴 머리가 아프긴 하지만, 일을 하는데 꼭 필요한 공부인지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밝고 활달하고 매사에 긍정적이라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 친구는, 함께 있는 내내 에너지가 넘쳐 보였다.
고1인 아들은 사춘기임에도 아직까지도 엄마가 사다준 옷을 투정 한 마디 없이 입는 범생이라고 한다.
나이차가 나는 작은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서 친구는 뒤늦은 학부형 노릇을 하르랴 직장과 학교를 바삐오간다고 했다.
저녁7시 땡, 치면 집에 귀가하는 남편 덕분에 친구는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는데 힘든 적은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했다.
친구의 남편은 우리가 다니던 고향의 다른 남학교를 다니던 우리네 동창생이다.
맞벌이를 오랫동안 해온 친구는, 자긴 죽었다 깨어나도 집에서 살림만 하는 생활은 못한다고 했다.
어제도 그 친구는 연신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있는 내내,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낙천적이고 활동적인 그 친구의 성격은 천성적인 것 같다.
자신의 그런 성격은 어려서부터 봐온 엄마 아빠의 밝게 생활하시는모습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그 친구도 자신의 두 아이들에게 일하는 엄마가 조금은 소월할 수 있는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한다고 했다.
가정적인 남편 덕분에 이 친구의 가정은 편안해 보였다. 수 년전에 이 친구를 만났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
어제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친구, 두 아이를 낳기전까지만 직장생활을 했고, 그 후엔 한 번도 직장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친구는 지금은 세상의 그 어떤 일을 해도 잘해낼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일속에 파묻혀 사는 남편을 둔 덕에 늘, 자기 집은 자신과 두 아이만 사는 집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그 친구는 여직도 두 아이보다 남편에게 더 집착을 하고, 남편이 지금도 그리 좋다고 말했다.
숨막히고 원리원칙주의자인 친구의 남편은 대한민국의 판사라는 직업을 가진 공무원이다.
범죄자들이 왜 그리도 많고, 범법자들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고, 그 친구가 말했다.
우리나라는 잘못됐다고, 판사들을 더 많이 뽑아야 한다고, 일에 치여 죽을 것 같은 남편의 얼굴을
보기가 너무 힘들다고...... 두 아이의 육아는 전적으로 엄마인 친구의 몫이라고 했다.
토요일 일요일도 검찰청에 출근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어쩌다가 일찍 들어오는 날도 자정이라고 했다.
두 아이들이 아빠를 아빠로 느끼지 못한다고......보수적이고 원리원칙주의자인 남편 때문에 이런 저런
힘든 일이 많고 부인인 자신은 지금도 남편의 월급이 정확히 얼마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가족들의 보험 또한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남편이 보험 가입을 극구 반대를 해서 몇 개 있는 보험들도
전부 해약을 해서 수년 전에 기관지 수술을 받은 아들도 병원비를 자비로 지출했다고 했다.
남편이랑 싸워서 이겨본 적도 없으며, 판사로서 공무원으로서는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지만
남편으로서 아빠로서는 정말 힘든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문지상에서 범죄자의 형벌을 낮게 판결하는 판사들의 대한 악플들이 생각났다.
친구는 지금도 전세살이를 하고 있다. 시부모님을 비롯해 남편의 가족들도 원리원칙주의자라고 했다.
변호사로 개업을 하면 돈을 좀 벌지 않겠냐는 또 다른 친구의 말에, 자기 남편은 죽었다 깨어나도
영업을 못하는 성격이라서 절대로 변호사는 하지 못할거라고 했다.
친구가 직장생활을 해볼까 생각한 적도 많았지만, 워낙에 오랫동안 집에서 살림과 육아에만 전념하다보니
사회생활에 대한 두려움도 큰데다가, 남편이 반대를 한다고 한다.
친구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남편의 월급을 한 푼도 주지 않겠다는 말로 친구의 사회생활을 반대한다고 한다.
올해 중3인 아들을 바르고 공부 잘하는 모범생으로 키우고 싶었던 욕심이 지나쳤던 친구도 힘들었던 것 같다.
판사의 아내로서 본인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 친구는, 큰 아들을 어려서부터 완벽한 아들로 키워서
남편을 비롯해 시댁식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큰 아들은 아무래도 공부는 자길 닮아서인지 아닌것 같다고. 대신 초4인 작은 딸은 친구가 전혀 신경쓰지
않았음에도 친구관계나학교 성적을 비롯한 모든 부분에서 친구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고 했다.
무뚝뚝한 남편도 그래서 딸아이에게 만큼은 애정표현을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한다.
나랏일을 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존경할 수 있는 남편일지 모르겠지만,남편과 아빠로서는 너무 시간이 없는
남자랑 사는게 녹녹치 않다고, 아이들과 아내 모두 남편을 늘 그리워 하면서 산다고 말했다.
12월중순경에 다시 한 번 얼굴을 보자는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사는 모습들이 참 다양한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면서, 내가 젤로 지지리궁상으로 사는 모습으로 비쳐지진 않을까 하는
열등감을 잠시라도 가졌던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또 언제 친구들을 만날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조금씩은 일단은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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