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3. 06:00ㆍ★ 나와 세상
마흔 세살, 결혼 15년에서 20년차 주부들이 내 나이 또래일 것이다.
지난 달 말에 딸 아이의 핸드폰 무료통화가 2시간이나 남아서 그걸 사용하르랴 여고때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첫 직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언니들과 여고 때 친구들과 잠깐씩 수다를 떨었다.
돈 많은 시어머님 덕분에 경제적으로 여유는 있게 살지만 고된 시집살이로 갑상선저하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는 언니,
신혼때 1년을 제외하고 지금껏 홀시어머님을 모시고 한 건물에서 사르랴 홧병이 병으로 찾아왔다는 언니의 한숨소리가
같은 며느리인 그 언니의 건강이 진심으로 염려되었다.
지금도 한 건물에서 팔십이 넘으신 시어머님과, 시누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 언니의 소원은,
시어머니, 시누의 아이들인 조카들 없이 4인 가족인 자기 식구들끼리만의 외식을 한 번 하는거라고 했다. 으이그......
신문사에 다니는 남편과 세 아이의 엄마인 또 다른 언니는,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면서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큰 딸이 이번에 외고를 입학했고 둘째 아들은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지만 건강하고 밝게 잘 자라고 있고
막내 아들도 큰 아이를 닮아 공부를 잘해서 아이가 과학고를 목표로 공부를 한다고 한다.
늘 야무지고 애교가 넘치는 그 언니는, 이제는 남편의 대해 초연한 아내가 되어 있었고 자식들도 잘 키우면서 살고 있었다.
자기자신을 위한 투자도 적당히 하고 있었으며 시댁과의 관계도 적당한 불편함과 적당한 도리만 하면서 잘 살고 있었다.
서울 이태원에 살고 있는 여고때 친구, 시어머니 앞에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살던 큰며느리였던 친구였다.
장학금을 받고 고등학교를 다니던 아들이 올해 수능을 봤는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시댁에서 분가하고 나서부터는 시어머님 앞에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있다는 그 친구는, 지금은 무궁화5개인 호텔에
알바를 하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여배우들을 수시로 볼 수 있다고 했다.
가정적인 남편은 머릿숱이 없어서 대머리 아저씨가 되어가지만 친구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남자인지라 서로에게 편안하다고 했다.
여고를 졸업하고 내가 제일로 궁금했지만 그 친구의 소식을 절대로 알 수가 없었던 친구의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
중3때 같은 반이었던 그 친구는 68번이었다. 키가 172이나 된 그 친구는 인형처럼이뻤다.
내 번호가 67번이었고 내 키가 170이었다. 나보다 키가 컸던 친구라서 난 그 친구를 좋아했었다.
여고 졸업후 소문으로만 이른 나이에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음악을 하던 우리 고향의 남고를 졸업한 남자랑 결혼을 했다는...
올해 21살이 된 큰 딸은 유학을 가 있고 중1인 아들이 있다고 했다. 그 친구는 지금 농협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내 전화에 너무나 반가워 하는 그 친구가 그랬다.
무슨 직장 다니냐고,,,,, 너 학교 다닐 때 공부 정말로 잘했잖아...
나 직장도 없고 그냥저냥 산다고 했더니 왜? 라고 물었다.
그 친구의 짐작으로는 내가 공무원이나 공부 잘한 학생들이 밟는 인생을 살면서 무난하고 편안하게 살고 있을거라 생각했단다.
여전히 넌 피부가 깨끗하냐고, 성형은 어디 했냐고? 피부관리는 몇 번이나 받고 있냐고 물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뭘 받아? 뭔 관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그딴 것 받은 적, 결혼식 하기전에 딱 두 번 받아본 것 말고는 돈 주고 받아본 적 없는데.... 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는 자기가 번 돈은 자기 혼자 다 쓴다고 했다. 자긴 부자는 아니지만 피부관리도 꾸준하게 받고 있으며
자기 월급은 오로지 자길 위해 쓴다고 했다.
결혼생활동안 남편과 힘든 시간들도 많았지만 현재는 그리 살고 있다고 했다.
자기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친구들도 만나 돈 쓰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나보고 언제든지 내려오면 연락하라고.... 자기가 쏜다고... 그저 밥먹고 살 정도지만 훗날 후회하지 않고
남편이나 자식에게 보상받으려는 마음 갖지 않기 위해,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 최소한 것들은 하면서 산다고....
이 친구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사는것에 치여 나 자신에게 너무 인색하게 굴면서 산다고 해서 얼마나 생활에 도움이 됐을까?
같은 수준으로 살고 있는 내 남편도, 자기 자신을 위해 여러개의 축구회를 나가면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있으며
사람들과의 인맥도 쌓고 있으며, 사회생활의 연자이긴 하지만 남편은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소비를 하면서 살았었다.
나는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친구 만나면 지출되는 단돈 만원 2만원을 아끼기 위해 되도록 외출을 자제했으며,
그게 오랫동안 반복되다보니 사람들을 만나는게 귀찮아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두려움까지 갖게 되었다.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은 떨어지고 스스로가 참 초라하게 느껴진다는 열등감도 깊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는 그냥 아줌마가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시댁의 모든 경조사들은 빠지지 않고 챙기르랴 지출되는 돈은 아까우면서도 한 번도 빠트리지 않았다.
나도 이제는 만나고 싶은 친구도 만나고, 그 친구들을 만나서 먹는 밥값 커피값 만원 2만원 아까워 하지 말고,
때론 나도 이쁜 옷 한 벌도 살 줄 아는 아줌마로 살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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