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4. 09:51ㆍ★ 나와 세상
장안동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상숙이,
드라마 제작사 사무관리국 이사로 있는 미혼인 명희,
얼마전에도 만난 서초동 검찰청 판사 부인인 영미,
활달하고 넘치는 에너지로 보험회사 FC 일을 하고 있는 송화,
월세를 받던 건물에서 직접 가게를 새로 시작해서 맛집으로 등극했다는 튀김집 사장인 윤미,
중고자동차 매매 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딸딸이 엄마인 정순이,
나를 가장 자주 웃게 해줬던 전라도 사투리가 여전했던 내 친구 삼숙이,
한국에서 근무하다 중국 지사장(발렌타이)으로 발령받은 영국인 남편을 따라간 점숙이,
점숙이가 그 날 함께 데려온 나는 처음 얼굴을 본 이름 모를 친구,
어제 여고 동창생들을 건대입구에서 만났다.
엄청나게 추운 날씨때문에 모임에 가지 말까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두 딸들의 권유로 외출을 했다.
남편과 내 딸들까지 나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집을 나서기전에 약속장소인 라꾸드뷔페를 검색하다가 1인당 식대가 5만원이
넘는다는 사실을 알고 모임에 참석하는 것을 망설이기도 했었다.
내 머리털 나고, 1인당 식비가 그리 비싼 식사를 여직 해 본적이 없는 나로서는 그 비싼 식대가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연말에 미리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한데다가, 친구 모임이 끝난후에 술자리가 있는 남편의 대리운전을
하러 가기로 미리 약속이 되어 있어서 취소할 수가 없어, 비싼 식대를 걱정 하면서 집을 나섰다.
10년만에 본 친구도 있었고 7,8년만에 본 친구도 있었다.
얼마전에 만난 두 친구들은 몇 번 얼굴을 봐서 더 편했다.
생전 처음 가 본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고급뷔페의 음식 맛은, 내 입에는 그냥 뷔페 음식이었을 뿐 특별하진 않았다.
배가 고팠음에도 두 접시를 채우지 못하고 나의 저녁식사는 끝이 났다.
그 뷔페 음식맛이 별로인 것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입맛이 한식을 좋아하는지라 맛있다는 친구들과
다르게 별로 맛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감자탕 같은게 찌게가 더 생각났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으례히 아줌마들이 모이면 화제에 오르는 남편과 시어머니의 대한 이야기들은 하지 않았다.
이제 친구들의 주 관심사는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아닌듯 싶었다.
40대인 내 친구들의 주 관심사는 자식들임을 친구들의 수다속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전교1등을 하고 중학교 졸업을 하게 되었다는 딸딸이 엄마인 정순이는, 아이들의 교육관이 확실한 엄마였다.
지나치게 공부에 매진하는 작은딸과, 사춘기를 제대로 겪으면서 공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고등학생 아들때문에 고민하는 영미,
한 번도 일을 그만 둔 적이 없는 엄마를 위해 중학생인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작은딸을 살뜰히 챙기는 착한 아들을 둔 송화,
아직도 엄마가 잠을 재워줘야 잠이 드는 어린 두 아들을 둔 점숙이,(혼혈아라 그런지 외모가 출중했다)
일과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키운 것 같은 유치원원장으로 있는 상숙이도 큰 딸이 한국무용으로 국립예술단 활동을 한다고 했다.
올해 대학입시를 치룬 큰 딸과 중3이 되는 작은아들을 둔 윤미도 일과 자식농사를 다 성공한 듯 보였다.
그리고 우리 친구중에서 가장 일찍 결혼을 해서 헤어디자이너인 23살인 딸과 얼마전에 군입대를 한 아들을 둔 삼숙이는
어쩌면 올해 큰 딸을 시집보낼지도 모르겠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했었다.
연예인 매니저 일을 20년 가깝게 하다가 지금은 외주드라마제작사 이사직을 갖고 있는 명희도
올 가을즘에는 웨딩마치를 올릴 것 같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주었다.
결혼식날 학교때 친구들을 위해 피로연 장소와 2차까지 생각해 놓았다는 명희는,
아줌마들인 우리들이 자식들 이야기 꽃을 피울때는 참으로 재미 없어 했었다.
비싼 저녁식사를 마치고 같은 건물 1층 커피숍에서 수다를 더 떨다가 밤11시가 되서야 헤어졌다.
친구들은 집으로 향했고 나는 그 시각에, 남편의 대리운전을 하기 위해 서울 노원쪽으로 갔다.
창동쪽에서 튀김집을 하는 윤미와 함께 택시를 타고 갔다. 윤미가 아니었다면 나는 전철을 타고 혼자 갔을 것이다.
택시비 절반은 내가 내야 했는데 택시비 16,200원을 윤미가 혼자 다 냈다.
미안해하는 나를 보고 윤미가 자기 가는 길이니 부담스러워 하지 말라고 했다.
창동으로 가는 차안에서 윤미의 성공담(?)을 들으면서
아... 그래서 전라도 여자들을 보고 생활력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하나보다.... 라고 느꼈다.
고생스럽고 힘든 시간들을 견디면서 그리 맨손으로 시작해서 남편과 아이들을
그리 키운 윤미라는 친구가 존경스러웠다.
손끝이 야무진 윤미의 모습에서 그 동안 내가 너무 나태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시가 다된 시각에 술을 마신 남편을 대신해서 대리운전을 해서 새벽 1시즘에 집에 도착을 했다.
오래간만에 만난 여고때 친구들,
반가웠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의 현재 모습과 친구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든 친구들은 정말로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살아온 것 같다.
학교 다닐 때의 나의 대한 이미지가 공부 잘하던 모범생으로 알고 있는 친구들이
여전히 나를 보면 학교 선생님 같다고, 사감선생님 같다는 말을 어제도 여러번 했었다.
정말로 나는 학교 때 공부는 못했던 학생이었는데 왜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내가 공부를 아주 잘했던 모범생으로만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틀에 박힌 바른 생활, 모범생의 이미지를 나도 깨고 싶은데, 여전히 친구들에게 나란 사람은
예전 그 모습, 그 이미지 그대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어제 만난 친구들 중의 몇 명에게 문자를 보내고 받으면서 나도 정말로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기회를 일부러라도 만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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