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 30. 06:00ㆍ★ 부부이야기
그런 말을 자주 들었다.
여자가 그냥 넘어가는 법도 좀 있어야지 그렇게 끝까지 짚고 넘어가야지만 직성이 풀리냐고,
세상을 살면서 꼭 그렇게 옳고 그른 것을 정확하게 밝혀서 바르게 살면 누가 상 주냐고? 좀 적당히 좀 하라고....
지긋지긋하다구..... 숨이 턱턱 막힌다고.....피곤하다고.......
부부싸움 후에 내가 남편에게 종종 들었던 말들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똘아이 같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래, 나는 좀 피곤한 사람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정식으로 상대방에게 사과를 해야 하고,
함께 생활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으면 그게 실수라도 다음부터는 절대로 같은 실수는 하면 안되는거고,
동물이나 짐승이 아닌 이상, 처벌이나 쌍소리나 큰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 들어야 하는 게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남편도 이런 마누라랑 사는게 무척이나 피곤했을 것이고, 힘들었을 것이다. 나도 그건 안다.
특히 중년의 건망증은 심해졌으면서도 남편이 과거에 저지른 과오(?)들의 대한 기억들은 왜 그리도 또렷한지 신기하기도 하다.
2주일전즘 욕실문짝을 때려부순 잘못을 저지른 남편은, 그 부분의 대해서 정식으로 사과하지를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사과 했으면서 아내인 나에게는 사과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서로 말을 안한다거나, 기싸움 같은 것도 안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
여전히 나는 아침이면 김밥 두 줄과, 양파즙 500미리도 남편 손에 들려서 출근시켜주는 일도 잘하고 있다.
밖에서의 술자리를 근 2주간 자제하고 이른 퇴근(밤10시전후)을 하는 남편을 위해 늘 새로한 밥과 반찬들을 준비해주고 있다.
지난 토요일, 나와 남편만 집에 있게 되었다. 두 딸들 모두가 학원과 친구 만나러 나가고 없었다.
늦은 아침을 먹으면서 남편이 넌지시 물었다.
"등록한다던 글쓰는 공부 어떻게 됐어? 등록했어?"
마누라가 뒤늦게 글쓰는 것좀 배워보겠다는 말에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남편이었음에도 내 대답은 너무나도 퉁명스러웠다.
" 신경쓰지마... 내가 알아서 할거거든. 당신이 등록 못하게 해도 죽어도 등록할거니까 신경쓰지마셔..
그래서 당신 보란듯이 성공해서...어쩌고 저쩌고......"
내가 들어도 어이없고 기막히는 퉁명스러운 대답이었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나면 잘잘못을 떠나서 무조건 내가 먼저 화해 손을 내밀어 줬고
그게 습관이 되어서 남편은 그런 나에게 익숙해져서 늘 내가 먼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길,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주길 기다리는 남편이 되었다.
가끔 그런 내가 자존심도 벨도 없는 년 같다는 생각에 내가 어디 한 군데가 모자란 년 같다는 생각까지 한 적도 많았다.
밖에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안 그러면서 남편은 왜 마누라 앞에서만은 그리 쫌스럽고 쫌팽이에 쫌생원이 되는건지 .....
이제까지는 밖에서 고생하는 남편이니 내가 남편의 손을 먼저 잡아주자는 마음으로 풀곤 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그 짓을 그만 하고 싶어졌다.
왜. 나만 늘 그래야 하는거지? 라는 마음이 들고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부부싸움 후의 냉전기간은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는 말도 하고 웃고, 아내로서 해야 할 일들은 하면서, 시어머니의 대한 미움 때문에 남편에게마저 마음의 문을 닫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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