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4. 06:31ㆍ★ 부부이야기
올해 75세가 되시는 어르신이 계신다.
젊은시절 형사직업을 가진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해서 아들, 딸 낳고 살았으나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 분의 아들(52세), 딸(48) 모두 그 분이 혼자 키우셨다.
여기까지가 내가 알고 있는 그 분의 대한 내용의 전부이다.
2남 5녀중의 맏딸이셨고 친정 또한 넉넉한편은 아니었다.
그 동안 나는 그 분을 6,7번 정도만 뵈었을 것이다.
말씀이 거의 없으신분이셨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시는 분이셨다.
그럼에도 나조차도 그 분이 자신의 살아온 세월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도 충분히 짐작이 되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살아오셨을지......... 아마 그 분이 여느 분처럼 자신의 살아온 험한 인생살이를
수 많은 이야기들로 남들에게 풀어놨다면, 내가 그 분의 대한 이미지가 지금처럼 곱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올해 71세가 되시는, 나의 친정엄마와 동갑이신 어르신이 계신다.
신혼첫날밤에 신랑 얼굴을 처음 봤다는 이 분의 지난 살아온 이야기는 귀에 딱쟁이가 앉을 정도로 자주 들었다.
술 좋아하고 호탕한 성격의 남편과 슬하에는 2남2녀의 자녀들을 둔 어른이셨다.
40대에 성인병을 얻은 남편 때문에 본인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자식들을 위해 본인이 얼마나
큰 희생을 하면서 살았는지를 습관적으로 자주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안스러운 마음에 연민도 느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분의 이야기들를 듣는게 지겨워졌다.
이 분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조차, 몇 년에 한 번 얼굴을 볼까말까 하는 친지분들에게조차
본인만큼 고생을 하면서 산 여인은 세상에 한 명도 없는 것처럼 떠드는 분이셨다.
자식들에게 못해준 것보다는 본인이 얼마나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자식들을 키웠는지에만 촛점을 맞춘 이야기들만 하셨다.
그런 그 분의 이야기는 듣기 싫어졌고 객관적으로 그 분이 대체 뭔 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현재의 내게는 돈 벌어다주는 남편이 있고, 평범하게 잘 커주고 있는 두 딸들도 있다.
큰 며느리라는 타이틀 때문에 나름 맘 고생을 하고 있지만, 한 집에서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망할놈의 술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건들을 여러 차례 겪었지만 지금은 길바닥에 나 앉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두 아이들을 위해 나의 전부를 걸면서 사는 어미도 아니고, 결혼생활 내내 직장맘 생활을 하면서
몸과 마음 고생을 쉬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힘들다고 징징대며 글로 풀어내고 싶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갖다 붙이면서 이 공간에 투덜대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어떤 사람의 사소한 말이나 행동에 극단적으로 나쁘게만 생각하면서 내 스스로가 상처를 크게 키우는 경우도 많다.
그 동안 쌓인 묵은 감정들을 풀어내지 못했으면서도 글로 풀어냈기에 지금의 이 정도라도 유지하는 거라고 떠들어대지만
실상은 이 모든 것들은, 보통 사람 이상의 예민한 성격을 지닌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러 참고 산다는 게, 부당하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게 해준 결혼생활이었다.
병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 동안은 너무 소극적으로만 치료했나보다.
내 안의 내 문제들은 다른 누구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스스로가 잘 다스리지 못했던 것이다.
때론 나도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에 응어리가 남아서 한(恨)으로 남게 될,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에는 분명하게 거부의 표현을 하면서 살고 싶다.
그렇치 않으면 앞으로도 나의 병은 더 깊어질 것만 같기 때문이다.
아픈 것도 아닌데. 정말로 이 정도는 별 것 아닌데 내가 너무 엄살이 심하구나...
전적으로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를 하는 그 어르분의 지긋지긋하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끼던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내 이야기들을 듣거나 읽으면서 똑같이 느낀다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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