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2. 8. 06:00ㆍ★ 아이들 이야기
고민을 상담해주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사춘기 아들이 집에서는 엄마와 사이가 좋은데
엄마와 함께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가 못생겼다고 엄마를 부끄러워한다는 사연이 있었다.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자식, 엄마에게 얼마나 큰 상처겠는가?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날짜가 지난 할인쿠폰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유로, 마트에서 마트점원과 큰소리로 싸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아들은 그런 거칠고 야단스러워 보이는 엄마가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 뒤에도 그런 엄마의 물건값을 깍거나, 몇 푼 아끼기 위해서 다른 사람의 이목따위는 생각안하고
언성을 높히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사춘기 아들은, 이유를 떠나서 그런 엄마의 모습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했다.
그 프로그램을 열여섯살이 되는 딸아이랑 함께 시청했었다.
딸 아이가 그랬다. 자기 같았어도 엄마가 저랬으면 정말로 창피했을 거라고....
자기는 엄마가 저랬다면 그런 엄마를 모르는 사람인척 하면서, 그 자리를 도망쳐 나와 버렸을거라고 말했다.
차량통행이 드문 횡단보도에서 빨간신호일때 모든 사람들이 건너도 끝까지 기다렸다가 초록등으로 바뀐 다음에 건너는 엄마,
친구랑 다투거나 내가 다쳤었을때도 상대방 아이의 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내 아이의 잘못부터 따지는 엄마,
우리들의 버릇없는 행동도, 아빠의 잘못도 다 엄마탓이라고 말하는 엄마,
남 탓하는 사람이랑,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가장 싫어하는 엄마,
그러면서 엄마도 가끔씩 거짓말을 하기도 하는 엄마,
돈돈 하면서도 할머니와 관련된 돈은 10원 한 장 받지 않으려고 하는 엄마,
공부 잘하는 딸들이기보다는 바른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하면서도 간간히 공부를 못하면 성공할 수 없음을 시사해주는 엄마,
우리 가족외에 밖에서 다른 사람과 언성을 높혀서 싸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소심한 엄마,
조금 슬픈 영화에도 엄청난 눈물을 흘리는 눈물이 많은 엄마,
제사나 명절이 지나고 나면 꼭 몸살이 나는 저질체력을 가진 엄마,
소설이나, 봤던 영화내용에 대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엄마,
바르고 착한 사람인척 같으면서도 진짜로는 착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엄마,
뭘 따지면서 엄마의 권리를 주장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는 조금은 비겁한 엄마,
그러면서 우릴 야단칠 때만큼은 엄마 혼자 열폭해서, 언성이 높아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 아줌마로 변하는 엄마,
대충 이랬다. 열 여섯난 내 큰 딸 눈에 비쳐진 내 모습은 이랬다.
엄마는 참 착해.... 그런데 참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그리고 인생을 넘 재미없게 사는 것 같아.
라는 말을 딸들에게 자주 들었다. 소심하고 비겁하다는 말도 종종 들었다.
분명하게 따지고 넘어갈 문제에도 상대방 무안할까봐서, 큰 소리 나는게 싫어서 피하는 엄마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딸들을 위해 당당하고 야무진 엄마로 살아야지 하면서도, 막상 현실에서는나는 그렇게 살지를 못하고 있다.
나도 좀 우리 가족외에 다른 사람에게 부당한 일을 당하면, 야무지게 따질 수 있는 똑소리 나는 엄마리고 싶다.
그런데 바른척 하면서 살지만 실상은 세상살이에 너무 소극적이고 비겁한 엄마로 살고 있는 모습을
두 딸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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