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하고 괜찮은 사람이다...

2013. 3. 25. 06:00★ 나와 세상

 

 

 

 

토요일, 새벽일찍 일어나 김밥을 싸서 남편과 함께 친정엄마를 시골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올라왔다.

남편이 친정엄마를 집까지 모셔다 드린 적은  이번이,결혼 후의  처음있는 일이다.

지금의 상황을 모르시는 엄마는, 사위에게 한없이 미안해하고 고마워 하셨다.

 

엄마에게는 이번 내 상피암의 대해서는 끝까지 함구 할 생각이다.

남편과 함께 집으로 올라오는 길은, 우리 부부만의 여행처럼 느껴졌다.

뭔가 정리하는 마음으로 친정아버지의 성묘도 다녀왔다.

 

 

 

 

 

남편은 믿지만, 남편에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무 씩씩해서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내게 맡기게 된다는 남편의 변명도 수긍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남편과 나라는 사람은 여러면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나보다 더 좋은점을 가진 남편의 면만 보기로 했다.

 

그 동안 큰시누의 여러차례의 전화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

전화통화에서 내가 느끼게 될 피곤함과 동정심 및 다른 잡념들로 마음의 불편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자만 한 통 보내줬다. 친정엄마 내려가시면 전화하겠다고, 내가 느끼는 통증은 없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며느리의 상피암소식에도 끝까지 모르쇠로 일괄하고 계시는 듯한 어머님의 태도만으로 그 쪽으로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알고도 모르는 척, 본인 수술휴유증으로 불편함만 토로하신다는 모습만으로도 난, 이미 그 분의 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진실의 대해서  모른척 하고 외면하고 싶어하는 사람의 태도에는 공통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나는 어느면에서는 지나치게 냉정한면을 갖고 있으면서

남편에게만은 참 모질지 못한 너그러운 아내이며, 남편을 많이 사랑하고 남편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아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게 될 서류들과, 보험회사와 종합병원에 제출할 서류들과 조직검사 슬라이드 준비도 마쳤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내 치료에 전념하게 될 것이다.

지난 주에도 한 번도 거르지 않고, 3월에 입학한 사이버대학 문예창작학과의 모든 강의들을 빠지지 않고 들었다.

팔 아프게 노트필기도 열심히 했었고, 강의도 두 세 번씩 반복해서 들었고,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도 읽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매일 다른 찌게를 끓이고 집안일에도 더 부지런을 떠는 주부로 지내고 있다.

그동안 친정엄마 덕분에 세 끼니를 꼬박 꼬박 챙겨 먹을 수 있었으며, 쓸데없는 생각들도 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몸의 통증에 견디는 힘이 강한 울 엄마, 어느분처럼 어리광을 부리거나 징징대지 않는 울 엄마의 좋은점만 난 닮았을 것이다.

 

 

 

 

 

 

때론 감정의 기복때문에 변덕을 부리기도 하지만, 내가  할 일은 기여이  하는 나를,  내가  인정하고 이뻐해주고 싶다.

오남리 집의 수도배관 교체도 무사히 마쳤고 도배 장판도 화요일이면 마무리가 될 것이다. 공사비 200여만원의 지출도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하루의 나의 모든 생활의 대한 것들을 작은 수첩에 철저하게 메모를 하는 것과, 가계부 기록하는 것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잘하고 있다.

 

 

나는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다.

겪을 수록 매력도 있는 사람이고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사람이다.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끈기가 부족하고 게으른면도 있지만 그래도 좋은 점이 더 많은 사람이다. 매번 나는 이렇게 되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