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게이트 그녀를 아십니까?

2013. 6. 24. 08:10글쓰기 공부, 연습

 

 

 

 

톨게이트 수납사원 일을 그만 둔지 4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전국의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마다 내가 근무 하던 수납사원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된다.

결혼10년차에 처음 갖게 된 직업이 고속도로의 수납사원이라는 3교대 직업이었다.

퇴계원에서 일산까지의 민자고속도로의 개통(2006.6.30.)과 함께 개통멤버로 근무하게 된

톨게이트 수납사원일은 내게 인생의 생소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톨게이트 수납사원으로 근무한지 28개월이 되어가던 퇴사일 때까지도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나란 사람은 근무가 시작되는 부스안에 들어설 때면

개통 첫날에 느끼던 막연한 두려움과 설레임을 느끼던 수납사원이었다.

그녀들 대부분이, 한 가정의 주부면서, 며느리고, 딸이면서, 누군가의 아내이고 엄마였다.

8시간 근무중에서 식사시간과 두 번의 쉬는시간을 제외하고는 한 명의 수납사원이 하루에 처리하는

자동차대수는 내가 근무하던 민자고속도로의 경우에는 대략 2,500대내외였다.

톨게이트 근무를 하면서 두 세 번의 명절연휴때면 일반 직장인들이 쉬는 연휴날에

귀성객들로 인한 교통체증를 몸소 직접 겪기도 했었고, 그 덕분에 명절이면 큰며느리라는

시댁에서의 내게 주어진 노동량이 줄어드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처녀시절 비내리는 어느 여름날에 장난전화에서 들었던 이상야릇한 들짐승 같은

신음소리가 뭔소리인지를 모르고 여보세요!”를 연꺼푸 외치던 내가, 결혼10년차

아줌마가 되고나서 갖게 된 고속도로 수납사원직업 덕분에, 내 남편 이외의

외간남정네의 거시기 구경도 바로 이, 1평짜리 부스안에서 할 수 있었다.

동료들의 증언으로만 접하던 그 허접하고 덜 떨어진 변태들을 만났을때도

그게 거시기인지도 모르고, 그 행위가 거시기 관련된 행동이었던 것도 모른채

"안녕하십니까? 고객님"을 외치면서, "잔돈 얼마입니다" 라는 복창까지 했던 나의

과거의 행동들을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다.

그 때 나에게 자기의 거시기를 구경시켜주고 싶어하던 5명의 다양한 연령대의 그 남정네들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내 기억속에 남겨져 있는 그들이 타고 있던 차량번호를

기억이라도 하게 된다면? 이라는 상상을 가끔 해보기도 한다.

 

 

새벽근무로 시작되는 초번 근무(새벽6~ 오후2)에서는 출근길의 다양한 샐러리맨의

모습들과 그 바쁜 출근시간에 기기이상으로 마비가 되는 날에는 5백원짜리 동전에

얼굴을 맞아본 적도 있었고, 민자도로인 관계로 18, 18 하는 욕설들과 아울러 다양한

욕설들과 날강도 뽀이년들이라는 말도 수 없이 들을 수 있었고 그런 욕설들을 들으면서도

치아 6개 이상이 보이도록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는 인내심도 발휘 할 수 있었다.

낮근무로 시작되는 중번근무(오후2~10)에서는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풍경을

볼 수 있었으며, 마지막 말번근무(10~새벽6)에서는 밤이 전해주는 고즈녁함과

졸음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터득하게 해주었으며 밤과 새벽에 더 바쁜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이렇게 톨게이에서의 다양한 경험들은 나의 2006년도부터 2009도의 두툼한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기록으로 남겨져 있다.

 

 

 

 

 

지금도 나는 톨게이트 부스안의 그녀들을 마주칠 때면 그녀들에게서 친근함을 느낀다.

그리고 내가 공짜로 통행료를 받지 않고 '면제' 키를 눌러서 통과시켜주었던

경기도와 서울 강북구쪽의 경찰과 군, 구급차량과

소방차량들의 번호 중에서 지금까지도 기억하는 차량번호도 몇 개 있다.

일반인들은 친근하게 느끼지 못하는 그런 차량을 보면 반가움마저 느끼게 된다.

근래 들어서 하이패스 차량들이 늘어나면서 톨게이트의 수납사원이라는 직업도

머지 않아 사라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해보게 된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이라는 인삿말로 운전자들을 맞이하며 하루에 2천명이 넘는

사람들과 손을 맞닿으면서 근무하는 그녀들이다.

1평 남짓되는 그녀들만의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군상들을 단 몇 초동안 만나면서

몇 개 이상의 치아를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몇 초 이상의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오늘 하루도 근무가 시작 되기전, 조회시간의 관리자들의 전달사항과

주의 사항을 들을 것이고, 부스 입실 전에 큰소리로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부르짖으며 여러번 복창 연습을 할 것이다.

여러분도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지나갈 때마다 1평짜리 그녀들만의

공간에서의 생활을 한 번즘은 생각하고 한 번 더 웃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