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9. 06:50ㆍ★ 나와 세상
6월 24일 검사한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를 , 7월 4일날 전화로 통보 받았다.
깨끗하게 나왔으니 앞으로 3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만 받으면 된다고 했다.
수화기를 든 채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지금 의사가 자궁경부원추절제 수술을 한 것도 아니었고, 약을 처방해준 것도 아니었는데
검사결과가 깨끗하게 나왔다는 말을 해주는 의사가 내겐 은인처럼 느껴졌다.
나의 경부암 결과가 좋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밤에, 올케언니가 유방암2기로 서울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의 재혼으로 아빠쪽 자제들 3남3녀과의 관계가 아주 친밀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올케의 전반적인 결혼생활과 큰 오빠되는 분의 차가운 성격을 알고 있던터라 올케언니의 유방암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볼 때마다(1년에 한 두번) 올케언니라는 분은 늘 밝은 얼굴로 웃는 표정의 정이 많은 여자였다.
어느 정도의 거리감을 느끼는 관계였지만 올케의 그 동안의 맘 고생을 알고 있었기에 눈물이 났다.
큰 오빠라는 분은 술값도 아까워하고, 대인관계에서도 꼭 필요한 지출만 하는 남자였고
보통의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폼생폼사인 모습도 큰 오빠에게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런 남편과 사는 내내 올케언니는 맞벌이를 하면서 지금껏 한 번도 집에서 살림만 한 적이 없던 아내였다.
고3인 큰 아들, 경기도 시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공부를 잘하는 고1인 작은아들과
올해4살된 늦둥이 딸을 둔 그녀의 올해 나이는 마흔 한 살이었다.
아 홉살 차이가 나는 오빠를 올케가 많이 좋아해서 어린나이에 결혼을 했었다.
올케는 가끔씩 만나는 나와 동생에게는 하소연을 했다. 나와 동생은 시누입장이긴 했지만 진짜 시누가 아니기에 그랬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사람을 대하는게 때로는 더 편할 때도 있다는 걸 엄마의 재혼을 통해 내가 느낀 점의 한 가지였다.
올케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어린이집 교사를 하다가 2,3년전부터는 어린이집을 직접 운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좀 살만하다 싶으니 이 번에 유방암 2기라는 진단을 받은거였다.
나와 남편, 내 동생들이 보는 큰 오빠라는 분은 술이나 도박, 바람, 사업 등등의 문제로
아내의 속을 썪히는 문제남편이 갖고 있는 성향은 한 가지도 갖고 있지 않는 남편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차가운 사람이었다. 아내에게 자상하고 다정한 말 한마디나 행동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이었다.
그건 부모 형제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에 벌벌 떠는 사람이었고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남의 아픔을 위로해줄 줄 모르는 냉정한 성격이었다.
그런 오빠 성격으로 올케는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그런 힘겨움을 우리 자매를 만날 때면 하소연을 했었다.
고3인 아들이 아빠와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데도 차가운 오빠의 성격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고3, 고1인 두 아들이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은 평범하지가 않았다.
이번 유방암 진단으로 오빠도 큰 충격을 받았을거라 생각한다.
수술은 잘 됐다고 했다.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항암치료에 들어간다고 했다.
유방암은 전이가 잘 되는 암인지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운영하던 어린이집도 어찌될지는 잘 모르겠다.
남편과 올케언니 병문안을 다녀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내 손을 잡았다.
내 손을 잡는 남편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도 감사히 생각한다. 내 암이 이 정도에서 끝난준게....
그로 인해 남편이 술을 멀리하고 가정의 소중함을 좀 더 절실히 느낄 수 있게 된 것에....
의학을 많이 발전했으니 올케언니의 암도 분명히 완치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올케언니에게, 다른 생각하지 말고 본인 건강만 생각하라는 말외에는 해줄 수 없는 게 없었다.
암, 더 이상 특별한 사람만 걸리는 병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다시 한 번 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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