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30. 05:00ㆍ★ 부부이야기
입장 바꿔 생각해봤다.
동생이 올 여름에 친정엄마를 모시고 우리 식구, 동생 식구 함께 바닷가로 놀러가자고 했다.
그런데 남편이 자기는 처가식구들과 함께 보내는 휴가는
불편하기도 하고, 몸이 고단하기도 하니까 집에서 쉴테니 아이들과 나만 다녀오라고 했다.
형부가 못 간다고 했더니, 동생이 형부도 안 가는데 뭐... 그럼 다음에나 가지 뭐.... 라고 말했다.
시어머님을 모시고 바닷가로 놀러가자는 막내시누의 말 때문에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생각해봤다.
입장을 바꿔서 내 동생이 내게 친정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가자고 했고 그걸 남편이 거절을 해서
여행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면 내 마음이 어떠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가 본적도 없지만 그런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여름에 시어머님을 모시고 가까운 바닷가라도 함께 놀러가자는 막내시누의 의견을 2주일전에 들었다.
결혼16년동안 시어머님과 함께 어딘가로 함께 여행을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버님 살아생전에 서울 수락산 계곡으로 시댁 식구들 모두와 당일치기로 놀러 간 적이 한 번 있었고,
그리고 9년전즘에 내가 살고 있던 남양주 집 근처 계곡으로 시어머님과 큰 시누 가족 모두가 놀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사이에 시어머니와 큰 시누 가족들과 밖에서의 외식은 여러차례 가졌으나 여행을 다녀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시어머님 모시고 외식을 하거나, 친지분들 경조사에 참석을 할 때마다 늘 불편했다.
어머님과 함께 계곡으로 놀러를 갔을 때도 쉬다 온게 아니고, 옴팡지게 일만 하다 온 것 같았다.
집에 도착을 하면 녹초가 되었고 두통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가계부 기록을 하면서 한숨을 쉬어야했다.
시어머님이 동행하는 외출이 불편하고 어려웠던 이유는 내가 며느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대는 번잡스러운 장소에 가는 것 자체를 큰 스트레스로 생각하는 나의 성격 탓이기도 했다.
남편이 어머님에게 효도를 했으면 한다.
친정일에 남편 없이 나만 가거나, 남편 없이 내가 알아서 해결하는 게 자연스러운데
시가일에는 왜 자식인 남편보다 내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결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아프고 나서 난 변하기로 맘 먹었다. 이번 일에도 흔들리고 약해지는 내 마음을 추스렸다.
어머님과 여행가는 것, 남편과 아이들만 다녀오라고 진심으로 부탁 했다. 그런데 내가 안 가면 뭔 소용이냐며 없던 일이 되었다.
여행을 할 마음의 여유, 아직은 내게 없다.
있다고 해도 불편한 시어머님과 함께 해야 한다면 그 스트레스가 심할 것 같았다.
친정엄마가 많이 힘들어 하시고, 많이 편찮으신데도 아직 내려가지 못했다.
올케언니의 첫 항암치료이후에 많이 힘들어 한다는 소식을, 엊그제 큰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전해 들었다.
고용보험과 알바천국을 뒤지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돈 벌이도 알아보면서 디지털 대학 2학기 수강도 고민하고 있다.
둘째 동생과 친정에 함께 다녀오는 일로 여러차례 전화통화를 했었다.
날짜를 맞추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이번 주말에 동생 시아버님의 기일이고
다음 주 화요일은 내 시가쪽 시조부님의 기일이다.
아이들 학원 방학이 내일부터 일요일까지다. 그래서 이 번주가 아니면 애들과 어딜 다녀오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방학이지만 애들은 더 바쁘다. 자원봉사와 과학숙제도 정해진 날짜에 해야 하고, 매일 새로운 간식투정까지 해댄다.
엄마가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다.
이번 주가 아니면 어려울 것 같다. 다녀와야겠다. 갈수록 농사일을 버거워 하신다.
울 엄마, 내가 챙겨야 한다. 남편에게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 함께 내려가지고 했지만 거절 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손님대접 안하지만, 장모는 사위를 늘 손님대접을 해야 한다.
남편과 함께 가면 엄마가 더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에 가서 이 것 저 것 먹거리들 사다가 사위 먹이기 바쁘다. 그래서 나만 가는게 낫다.
스스로 다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친정 다녀오자고...... 시어머님에게는 바로 옆에 사는 큰 시누도 있고
함께 살고 있는 시동생도 있고, 막내시누도 1주일에 한 번씩 시어머님을 찾아뵙고 있다.
그리고 어머님은 전보다 얼굴색도 좋으셨다.
돈 애기에 아프시다는 애기를 다시금 시작하셨지만 이제는 나는 그런 이야기에 귀 기울여지지가 않는다.
일은 도와드리지 못해도 엄마 얼굴을 보고 와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편찮으신데도 병원 다니는 것조차 버거우신 밀린 밭일에 집안일까지 ...... 일단 다녀오는게 맘이 편할 것 같다.
큰 아이는 못 데려간다, 자원봉사 날짜와 과학숙제 땜에..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남편과 큰 아이가 먹을 반찬들을 준비해 놨다.
근대된장국과 닭도리탕, 그리고 비빔밥 재료들로... 친정에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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