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적이라도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하는 걸까?

2013. 8. 31. 09:16★ 부부이야기

 

 

친구의 부모님은 숟가락, 젓가락 그리고 공기그릇과 국고릇이  따로 정해져 있었단다.

어려서부터 늘 봤던 모습이라서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었단다.

결혼을 해서 두 아아이의 엄마가 된 친구는  아이들과는 구분되는 그릇들과 수저와 젓가락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게 유별난 행동이라는 생각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가는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는 그런 시가의 모습이 처음엔 굉장히 낯설었다고 한다.

 

 

30대중반에 혼자되신 엄마에게 단 한 번도 내가 니네를 어찌 키웠는데..... 라는 보상을 바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아프거나 다쳤을 때는 끙끙거리며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이 악물고 참는는 듯한 모습만 보고 자랐다.

결혼하고 나서 그런 친정엄마의 참는 모습이 더 가슴 아팠고,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모습에 더 가슴 아파했다.

시어머니의 아프다, 돈 없다, 가난하다. 내가 니네들을 어찌 키웠는데 라는 말을 귀에 딱쟁이가 앉을정도로 들었다.

그래서 자식에게 빚을 내서라도 자신을 챙기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시던 시어머님의 모습이 전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징징대지 말자, 어리광 부리지 말자, 보상을 바라고 자식을 키우는 부모는 되지 말자.

내가 아픈거는 내가 감당할 몫이지, 다른 사람에게 징징댈 사항은 아니다.

내 모습이 많이 망가졌다면 그건 내 탓이지 누구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는  비겁한 사람은 되지 말자.

나, 힘든거만 생각하고 다른 사람 힘든 것을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은 되지 말자.

돈 이라면 무조건 다 된다는, 돈의 액수로 관심과 애정의 척도로 생각하는 사람은 되지 말자 다짐하면서 살았다.

 

 

친정엄마의 좋은점만 닮고, 나쁜점은 닮지 말자.

시어머니의 좋은점만 닮고, 나쁜점은 닮지 말자.

사람을 미워하면 나만 힘들다. 마음에서 풀어내자. 그러면서 매일매일 다짐했다.

짜증나고 화가 쌓일 것 같으면 의무감에 하는 최소한의 도리 같은 것도 하지 말자.

그런 나를 욕하고 느자구 없는 사람이라고 하든 말든 그런 것에 연연해 하지 말자.... 다짐의 다짐을 했다.

 

 

 

 

 

 

3년전 부터 시작되는 시어머니의 끊임 없는 사고들로 수시로 병원을 찾게 된다.

일하다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머리까지 다친 사건을 시작으로

허리 혹 제거 수술, 올해는 대장암 헤프닝으로 끝난 의료사고로 인한 복부개복수술,

그 사이사이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병원진료들과 아프다는 하소연들로 나는 오래전에 이미 지쳤다.

두 시누들이 효녀들이라서 그런지 그런 어머님을 살뜰히 잘 챙겨드렸다.

 

 

어제, 또 어머님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끔은 어머님이 다치거나 아프다는 애길 모르고 지나가고 싶다.

내 귀에 안 들리게 해주면 안되는 걸까? 알고도 모른척 하는 것이 아직도 내게 힘든일인가보다.

욕실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얼굴을 긁히고 입 안을 꿰맷다고 하신다.

젤 먼저 드는 생각, 또?

 

 

 

 

 

 

 

가끔은 모른채 하고 지나가고 싶다. 전화 몇 통으로만 떼우고 싶을 때도 있다.

며느리라는 의무중에 기본적인 도리라는 말이 참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동안 몸에 밴 습관을 억지로 버리는 일도 쉽지가 않다.

엄마를 보고 배운 습관이 있고, 어른의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말에 스스로가 얽매여 사는 것 같다.

두 딸들이 울 엄마는 할머니가 다쳤는데도 안 가보네.... 라고 생각하게 될까봐, 나중에 인정머리 없는 사람이 될까 몸과 마음을 추스린다.

 

 

사람이라면 도리는 해야 한다.

경우 없는 짓꺼리를 하는 것들은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경우 없는 짓꺼리를 하더라도, 내 할 도리는 하고 살아야 한다. 그게 사람이다.

경우 없고 지 밖에 모르는 것들은 죽을 때까지 지가 잘못한 것 모른다.

눈과 귀가 박히게 보고 듣고 자란 나, 과도기속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면서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