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거절도 때론 무례로 느껴질 수도 있다?

2014. 4. 8. 10:29★ 아이들 이야기

 

 

 

 

지지난 주 금요일 점심때, 큰 아이 학교  양호선생님의 전화를 받았다.

보미가 4교시 체육시간에 같은반 아이가 찬 축구공에  맞아 눈을 다쳤다고.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눈이라서 일단은 병원에 가보는게 좋을 것 같아 연락 했다고 했다.

 

여자애들이라 딸들을 키우면서 다쳐서 병원을 찾은 적은 없었다.(큰 아이 7살때 동네 머스메가 장난쳐서 다친적 한 번 있음)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다치게 한 적도 없어서 그랬을까?

양호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차분하게 외출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체육복 차림에 왼쪽눈에 안대를 한 큰 딸을 학교 교문앞에서 만났다. 아파서 울었는지 눈이 벌갰다.

괜찮냐고, 아프진 않냐고 다독거리면서 보미 손을 잡고 안과을 찾았다.

 

큰 아이는 학교 점심시간이라서 수업을 빠질 일은 없다고 안심을 했다.

수업시간에 다쳤어도 5교시 수업을 빠지면 1년 개근상을 받지 못하게 되고

그리 되면 내신과 관련있는 수행평가에 영향을 준다나..... 고등학교에 입학하고부터  보미는

내신성적에 유독 신경을 많이 썼고 서울 경기인근에 있는 4년제 대학이 아니면

대학을 가지 않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여러차례 밝힌바가 있었다. (그런 큰 딸이 내겐 생소하다)

 

큰 아이는 다친 자신의 왼쪽 눈보다 자길 다치게 한 같은 반 남자애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체육시간에 생긴 그저 사고일뿐인데 남자애(반장이라고 했다)가 너무 미안해하면서 어쩔줄 몰라했다면서.

축구공에 정통으로 맞아서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지만 그로 인해 운동장에 있던

아이들 시선이 집중이 되는게 더 신경이 쓰였다는 보미의 성격은 정말로 나를 닮아 있었다.(남의 이목 더 중요시하는거)

병원도 안 갈려고 했는데 양호선생님이 눈이니까 꼭 가보라고 해서 할 수 없이 엄마에게 연락이 간거라고....

 

 

 

눈의 상처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듯한 우리 모녀의 모습에 안과의사가 나무라듯이 말했다.

이거 입원 해야할 일이라면서 안압이 높아져서 녹내장이 와서 수술을 할 수도 있다고 겁주는 말을 했다.

눈동자 안의 혈관들이 터져서 피가 맻혀있어서, 당분간은 무조건 야외활동을 금지하고 빚이 전혀 들지

않는 공간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무 것도 보지 말고(책도 노트북도 빚도)

잠을 잘 때도 눕지 말고 앉아서 자야 한다고, 그렇치 않으면 안압이 높아져서 녹내장이 될 수 있다고~~

진단명은 '2차성 홍채염, 눈 외상에 의한 이차성 녹내장, 왼쪽 외상성 전방 출혈' 이었다.

 

 

조퇴를 꼭 해야하는지를 묻는 아이에게 의사선생님이 크게 야단을 쳤다. 지금 조퇴가 문제가 아니라고~

진료확인서를 첨부해서 아이 담임에게 제출하고 조퇴를 했다.

조퇴를 하면서  큰 딸은 이 일로 1년 개근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과,

자신에게 너무 미안해 하는  친구 걱정을  더 많이 했다. 그 친구는 자기보다 더 놀란 것 같다고......

의사의 으름장에도 나는 딸 아이의 대해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웬지 그랬다. 내 아이들에게만은 나쁜일은 없을거라는 확신이 내게는 있다.

 

그 뒤로 3번을 안과를 더 찾았다. 다행히 상처는 잘 아물어서 피도 사라지고 안압도 높아지지 않아서

지금 상태로 봐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토, 일요일 이틀동안은 불꺼진 어둔 방안에서 눈 감고 24시간 앉아만 있었다)

녹내장여부와 시력 검사는 3개월즘 뒤에 다시 해보자는 의사의 애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치게 한 아이의 엄마 전화를 세 번이나 받았다. 다친 눈은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잘 아물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고 수업시간에 생긴 사고니 아이의 책임은 아니니 걱정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도 미안해했다.

 

기여히 한 번은 찾아오겠다는 아이 엄마  마음을 모르지 않으나

4월 이 달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남자아이 엄마의 청을 거절했었다.

그래서 어제 이사하고 차나 한 잔 하자는 약속을 하고  세 번째 전화통화를 끝냈다. (내가 어제 서울 신사동에서 약속이 있었다)

혹여라도 보미의 눈에 휴유증이 남는다고 해도  그 일을 다치게 한  아이에게 책임을 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남자아이의 의도적인 장난도 아니고 수업시간에 일어난 사고인데 그걸 실수한 아이에게 책임지라는 건,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휴유증까지는 학교 보험에서도  책임져 주지 않으며,

보험처리 해주는 것도 치료비의 7,80%뿐이라는 애길 들었다.(담임선생님이 사고난 당일 미리 말해줌)

그래서 난 그것도 신청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병원비도 전부해서 5만원 안팎밖에 안 나옴) 남편이 학교에서 사고난 근거를

남기기 위해 학교에다 보험 처리 받겠다고 애길 하라고 했다. 그 때부터 갈등을 했었다.

꼭 그래야만 하는걸까?

 

지금 상태로는 보미의 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번일로 느낀바가 많았다.

이번엔 내 아이가 다쳤지만  자식 키우다 보면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실수로 다치게 할 수도 있다.

실수로 내 아이의 눈을 다치게 한 남자애는 내 아이보다 더 놀랬고 걱정했을 것이다.(보미 말이 그 남자애가 넘넘 착하다고 했다)

아이의 엄마도 내 태도와는 상관없이 내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어할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에게 일어난 일이기에 나와 내 아이가 감당해야한다고만 생각하고  되려

남자애와 그 아이 엄마 걱정을 더 많이 하는 나와 보미는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그리고 미안해하는 상대 아이 엄마의 마음을 재차 거절만 하는 것도 내 입장만 생각하는건가 하는 반성도 해봤다.

만약에 내 아이가 실수로라도 다른 아이를 다치게 했다면 내 마음이 어떠할까? 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이런 성향을 그대로 닮은 보미를 보면서, 그게 한 없이 좋기만 하는걸까?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여하튼 보미의 이번 사고가 이렇게 가볍게 넘어갈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