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고생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2014. 10. 15. 11:41★ 아이들 이야기

 

 

 

 

<중학생이 남긴 슬픈 유서>

 

1등 같은 것은 싫은데....

앉아서 공부만 하는 그런 학생은 싫은데....

난 꿈이 따로 있는데, 난 친구가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은 우리 엄마가 싫어하는 것이지.

 

난 인간인데. 난 친구를 좋아할 수도 있고,

헤어짐에 울 수도 있는 사람인데,

어떤 땐 나보고 혼자 다니라고까지 하면서 두들겨 맞았다.

 

나에게 항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기라고 하신 분.

항상 나에게 친구와 사귀지 말라고 슬픈 말만 하시는 분.

그 분이 날 15년동안 키워준 사랑스런 엄마.

너무나 모순이다, 모순.

 

세상은 경쟁! 경쟁! 공부! 공부! 아니 대학! 대학!

순수한 공부를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닌, 멋들어진 사각모를 위해,

잘나지도 않는 졸업장이라는 쪽지 하나 타서

고개 들고 다니려고 하는 공부.

 

- <양의 유서 H에게>

당시 사대부중 3년생이었던 여학생의 유서.

 

 

중2인 작은 딸 중간고사 시험은 2주전에 끝났다.

작은 딸은 한결같은 모습으로 시험공부를 한다. 성적은 열심히 한 것에 비하면 보통이다.

그로 인해 자신의 지능이 모자람을 알고 우울해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결과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

체육 실기에서 탁월함을 보이는 작은 딸은 학교 체육선생님으로 부터 타고난 체육선생의 기질을 타고 났다는 칭찬을

여러 차례 들은 바 있고, 학교에서 친구 관계나 선생님들에게도 밝고 쾌활한 아이로 인정 받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달에도 감사 일기를 잘 써서 최우수상을 받아왔고, 이 달에는 친구 칭찬상 부분에서 장려상을 받아왔다.

지난 주에는 친구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같이 잤다.

학교에서 영화관람과 호수공원 견학을 가기 전날, 친구랑 자고 싶다고 해서

친구 엄마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아서 우리집에서 자정까지 수다를 떨다 내게 몇 번이나

그만 자라는 내 잔소리를 듣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 도시락을 싸지 못하는 친구들 몇 명을 위해 김밥 도시락을 네 개를 준비했다.

아이 엄마가 고맙다고 아이 편에 고구마를 보내 주셨다.

내가 해준 간식 중에 작은 딸 친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치즈 김밥이다.

작은 딸은 이렇게  북한도 무서워 한다는 중2이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듯 싶다.

하지만 사춘기 절정기에 있는 아이인지라 대화의 끈을 놓치 않고 관심은 갖되 지나친 간섭이 안되게

관조하는 엄마의 자세를 잊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고1인 큰 딸, 어제로 중간고사가 끝났다.

수학과 한국사 과목을 제외하고는 1학기 기말고사 때보다 점수가 다 떨어졌다고 한다.

의기 소침해한다. 시험 기간중에도 공부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서  어느 날 밤 내 품에 안겨 울기도 했다.

자신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공부도 안되고 미래에 꿈도 없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면서 흐느껴 울던 큰 딸을 안아줬다.

그리고 말해줬다. 그런 마음 드는 건 자연스러운 거고 당연한거라고~~

열 명의 아이 중에서 한 두명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너 처럼 그렇게 혼란스러워하고, 흔들리면서

크는 거라고, 그런 과정을 겪는 다는 건, 우리 딸이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는 증거니까 넘 스트레스 받아 하지 말라고....

엄마도 그랬다고....공부가 인생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엄마로서 학생인 우리 딸에게

어쩔 수 없이(꿈이 없는 상태와 특별한 재능이 없는 )공부를 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을텐데

혹시라도 그런 엄마의 잔소리 때문에 우리 딸이 스트레스 받은 거 아니냐고,,,,,

대학도 가지 않고 싶다면 굳이 꼭 가지 않아도 된다고....

다만 공부를 해 놓으면 훗날 진로 선택을 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늙어서 공부를 할 때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공부를 ㅎ라고 하는 거라고.....

공부 외에 니가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하라고, 엄마는 그 일을 밀어줄 수 있다고..

그리고 네가 어떤 선택을 해서 실패를 한다고 해도 그걸 두려워 할 필요도 없다고....

때론 실패에서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니까......

 

 

배운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내가 교양과목을 들었던 과목들이 내 아이를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게 해줬다.

난 두 딸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가득하다. 혼란스러워하고 때때로 버릇 없는 행동을 해서 바로 잡아주는

그 과정까지도.... 모두가 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라 생각할 수 있는 엄마가 되었다.

매일 매일이 내 딸들이 이쁘고 기특하고 고맙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가 되는 공부를 하는 것 같다.

과거에 내가 저질렀던 엄마로서 미숙했던 말과 행동들도 딸 들에게 고백하면서

나는 오늘도 엄마 되기 라는 과목을 열심히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