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딸의 부탁

2018. 4. 9. 11:37★ 아이들 이야기





작은 딸이 <방탄 소년단> 팬이 된지는 2년 남짓 된 것 같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연예인을 좋아해본 적은 있어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그리고 직접 그 연예인 팬 싸인회를 가거나

한 적은 없는 나로서는, 작은 아이의 방탄에 대한 팬심이 신기하기도 했고,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냐하면 아이돌에게 전혀 관심 없는 내게 작은 딸은 <방탄 소년단> 멤버들 이름을 외울 것을 강요했고,

내가 전혀 원하지 않음에도 그들의 음악 세계와, 그들이 즐겨 읽는 책들과 가삿말을 그들이 직접 쓰고

작곡까지 한다는 걸 홍보하면서 엄마인 나도 <방탄소년단> 팬이 되길 간절히 바랬다.

사는 것에 바쁜 나는 연예인 이야기와 연예인들 걱정하는 대화가 세상에서 젤로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아줌마들 말에 깊이 공감하는 1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작은 딸이  방탄 소년단 새 앨범이나 캐릭터 상품들이 나오면 구입 하고,

떡볶이 먹을 돈을 아껴서 콘서트를 다녀오고, 팬미팅도 다녀오는등 방탄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걸 보고 고3이 되었는데도 저런걸 냅둬야하나를 고민한 적이 있다.

작은아이 방 벽들이 방탄 포스터로 도배된지도 오래다.

거기다가 <방탄 소년단> 멤버중 한 명이, 내 여고 동창 그것도 고3때 같은반 친구의 아들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엄마로서 내가 그 친구에게 부탁을 해서 싸인이라도 받아줘야 하나를 고민한 적도 있다.

고3때 나랑 같은반이었다는 그 친구는, 이름도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 친구다.

그저 한 교실에서 공부했던 동창일 뿐.... 고3때 우리반에 그런 아이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지냈던 나였다.(한 반에 학생수 70명)


작은딸이 고3이 되어서도 사춘기의 저항과 아울러 방탄 팬클럽인 '아미' 에 가입되어 있는 것도 여전했고,

거기다가 작년 겨울 방탄 콘서트를 다녀와서는, 거기서 만난 방탄 팬 중 1년 언니가 이번에 고려대를 합격했다며

방탄의 팬으로서 품격을 높혀야지만 방탄의 품격도 높아진다는 말로, 열공 모드에 들어가기도 했다.(긍정적인 효과)

그러니 무조건 방탄 노래와 영상을 매번 보는 걸 무조건 말릴 수도 없었다.



그런데 지난 주, 작은아이의 방탄 멤버 사인을 받으면 수학과목을 100점도 받을 수 있겠다는 말에

학창시절 단 한 번도 나와 말도 섞지 않고 서로 얼굴도 모르는 방탄소년단 멤버중 한 명인 ** 엄마인

내 여고 동창에게 전화를 걸어  작은 딸아이 이름을 적은 방탄 멤버 **의 싸인을 부탁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고맙게도 그 친구가 잠시잠깐 아들 보러 서울에 올라온 길에 내 딸 아이에게 남기는 친필 싸인을

받아서 사진으로 찍어 톡으로 보내줬다. 친구 말이 아들이지만 지금은 엄마인 자기도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 친구가 조만간 서울 다시 올라오면 함께 얼굴 보자는 말을 작은 아이에게 전했더니

회사 휴가를 내서라도 그 친구를 만나러 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참....

세상에서 젤로 무서운게 자식이라고.......

무참하고 어색함을 무릅쓰고 딸내미 수학점수 상승을 위해 친하지도 않던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싸인을 부탁한 나나, 그 싸인을 받고 잔뜩 들뜬 내 작은 딸이나..... 으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