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31. 10:15ㆍ★ 나와 세상
2010년 10월 21일날 가을 추수일 때문에 내려 갔었다.
그 때도 두 동생들과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내려 갔었다.
그 뒤 부터는 동생들과 날짜가 맞지 않더라도 추수즘해서 친정엘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에 동생내외와 막내동생과 함께 친정에 다녀왔다.
엄마, 아빠가 갈수록 농사일을 힘들어 하신다.
논과 밭 모두 내놓고 쉬라는 말을 수도 없이 했지만
알았다고 대답만 하시곤 농촌 분위기상 놀 수 없다시면서 해마다 농사일을 시작하신다.
추수한 벼를 말리는 기계에서 벼를 자루에 담아 창고에 쌓는 일을 거들었을 뿐이다.
우리 세 자매와 아빠쪽 자녀들이 여섯 명이나 있으니 자식들이 번갈아 가면서 농사일이
바쁠 때마다 내려가서 하루 정도만 도와 드려도 엄마 아빠의 힘겨움이 덜 하실텐데...
라는 생각을 몇 년전부터 했지만 그걸 내가 나서서 말을 꺼내는 일은 어려운 일이었다.
모내기 때 한 번, 여름 고추 수확 때 한 번, 추수 할 때 한 번, 그리고 김장할 때 한 번
이렇게 네 번만 시골에 내려가서 도와드리면 좋겠다는 바램을 아빠가 내게만 말씀 하신 적이 있다.
하지만 도시 생활을 하는 자식들도 각자가 생활이 있으니 그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아빠도 그걸 입 밖으로 내뱉으시기에는 아빠 성정 또한 꼿꼿하신 듯 싶다.
올해 들어 내가 친정을 내려 간 게 여섯 번이었다. 남편 없이 나만 내려 갔었다.(이번 추수 때 빼고)
사위는 늘 손님으로 생각하시는지라 갈수록 나만 내려가는 걸 엄마도 더 편하게 생각하시는 듯 싶다.
반찬 하나라도 더 신경 써야 하고, 사위를 딸 대하듯 편하게 대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 정서이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시가 방문은 서른 두 차례였고, 그 주에서 남편 혼자 시가를 방문한 횟수는 두 번 뿐이었다.
아직도 시가 방문은 우리 가족 모두가 방문해야한다는 철칙이 있는건지... 남편은 혼자만의 시가 방문을 탐탁치 않아 한다.
이번에도 친정에서 각종 먹거리들을 바리바리 싸왔고, 엄마의 심부름으로 인천 사는
이모에게 전해 드릴 단감 한 박스와 묵은지 한 통, 들기름과 고춧가루 들깨가루 등등도
전해 드렸고, 시어머니께 갖다 드리라는 햅쌀과 찹쌀과 단감과 참깨등도 갖다 드렸다.
엄마는 그러고도 깜박 싸주지 못한 모시떡이랑 마늘 등등이 있다고 전화로 나를 나무라셨다.
이번 친정에 내려가는 길에도 늘 하던 것처럼, 보성 시조부모님 성묘를 다녀오는 길에
내가 태어나 여고까지 다녔던 장흥에 들러 여고 친구 세 명을 만나 점심 한 끼를 먹었다.
그런데 그 일로 엄마에게 크게 야단을 맞았고 집에 와서도 엄마는 전화로 친구 만난 걸 두고
서운해 하시고, 2시간도 안된 그 시간동안 집에 와서 차에 싣을 먹거리들을 찬찬하게
싸지 않았다면서 엄마의 모진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 일로 나는 전화상으로 엄마랑 다퉜다. 나도 마흔 살이 넘은 딸이고, 친구들을 자주 만나러
다니는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아는 엄마가, 그리 말씀 하시니
그 동안 나도 엄마에게 쌓인 묵은 감정의 찌꺼리들을 쏟아냈다.
엄마와 딸 사이는 오묘하다.
그리 싸우고 나서 화가 나신 엄마가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고 나면, 나도 한참동안 혼자서 씩씩 댄다.
그리고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니네 엄마는..... 말로 시작해서 동생과 같이 친정 엄마 험담을 잔뜩 늘어 놓는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후회가 되고 엄마의 성격일 뿐, 그 속에 우리 딸 년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딸 이라도, 이제는 눈치가 보여서 차를 끌고 어디 가고 싶어도 맘 편히(사위들이 있으니) 말씀 하지 못하셨다는
생각에 또 운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엄마! 뭐 한가? 아깐 내가 미안했네..." 라는 서두로 싱겁에 사과를 한다.
엄마도 픽, 웃으신다. "그래 저녁은 먹었냐? 애들은 학원서 왔고...?" 그러면서 일상적인 엄마와 딸의
대화로 이어진다.
엄마에게 말 한마디 안하고, 매사에 엄마까지 가르치려 들고, 엄마가 외숙모 흉을 볼 때도 한 번도
엄마 편을 안 들고 판사라도 되는양, 객관적인 판단을 해서 외숙모를 두둔하는 딸 이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니 년은 늘 잘났고, 니 년은 항상 잘하고 잘못 한게 없는 년이라고 서운해 하신 적이 많았다.
엄마도 지척에 외할머니를 계셔도 자주 찾아가 뵙지 못하는 것에 가슴 아파 하신다는 걸 알면서도
엄마집에 내려 갔을 때 내가 먼저 외할머니한테 다녀오자는 말을, 먼저 한 적이 없었다.
이리 나 자신을 돌아다보면 잘못한 것 투성이면서도 뭬 그리 잘났다고 입 바른 소리만 해댔는지...
그래도 친정엄마가 큰 병 없이 저리 계셔 주신게 내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너무 자주 깜빡 깜박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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