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자랑

2015. 1. 19. 07:59★ 나와 세상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얼마전에 외할아버지 제사때문에 큰 외삼촌댁에 다녀오셨다.

외숙모께서 자식자랑을 하셨단다. 큰외삼촌께는 1남 3녀의 자녀가 있다.

아들은 모르겠고 세 딸들은 효녀다. 나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울 엄마가 딸들 자랑하는 외숙모에게 샘이 나셨나보다.

나 또한 중 고생 두 딸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그 마음을 모르진 않기에

평소와는 다르게 엄마의 푸념어린 이야기들을 들어드렸다.

 

작년 12월 20일에도  남편과 두 딸과 함께 친정엘 다녀왔다.

11월에도 친정 김장 때문에 동생과 2박3일을 다녀왔는데 12월에도 친정엘 다녀왔다.

올해 들어 친정 나들이 횟수가 빈번해졌다. 물론 시댁 나들이의 3분의 1도 안되지만....

친정엄마 생신상을 차려드리기 위해 집에서 음식들을 준비하고 생일케익까지 사들고 내려갔다.

결혼하고 처음이었다. 친정엄마 생신상을 내가 직접 차려드린 것은.

18년동안 시어머니 생신상을 해마다 차려드리고 봉투까지 챙겨드렸지만 친정엄마 생신음식을

내가 직접 준비해서 차려드린 건 처음이었다.

72년 동안 처음이라고 하셨다. 본인 생일상을 온전하게 받아본 건.

감회가 새로우신 듯 퉁명스러움이 매력인 울 엄마, 좋아하시는 표정을 숨기질 못하셨다.

엄마 생신은 늘 김장때와 겹쳐서 온전하게 생신을 챙겨보신 적도 없으셨다.

재혼하신지 24년, 아빠쪽 자식들이랑 합하면 3남 6녀, 그 중에서 엄마 생신상을

차려준 자식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건 반성할 일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울 엄마니까

자식인 내가 첨으로 챙겨봤다. 엄마 생신에도 엄마가 음식들을 준비하셨다. 늘 그랬다.

작년 12월에도 3남 6녀중 엄마 생신때문에 내려온 자식은 한 명도 없었다.

왜냐하면 김장을 미리해서 아홉집에 김치를 다 보냈기 때문에.....

밤늦게 큰올케가 내려왔다. 엄마 아빠 선물을 사들고... 고마웠다.

재혼을 하셨기에 난 한 번도 올케를 진짜 올케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늘 그 분에게는 고마운 마음뿐이다.

나도 내 부모는 내가 챙긴다는 요즘 젊은 세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집 근처로 이모님이 이사를 오셨다.

맞벌이인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계시는 내게 한 분뿐인 이모님이시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신편이고 하나뿐인 아들 부부도 대기업 직원이고, 공무원이다.

자존심이 강한 분이라 이제까지 며느리 험담을 내 앞에서 한 번도 한 적이 없으셨다.

30대 중반인 며느리, 나도 집안 행사 때 몇 번 본 적이 있다. 요즘 젊은 엄마였다.

그 나이에 집이 세 채나 된다. 물론 그러기엔 이모님의 경제적인 보탬이 컸다.

이모 아들도 대기입 임원이 되었고 보통 남편들처럼 무슨 금전적인 사고를 친 적도 없다.

외동으로 자란 탓에 이기적이진 않을까 염려했지만 아직까지는 그런면은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런 이모님이 요즘 많이 우울해하시며 가끔 하소연을 하시다가 우신 적도 있다.

3년전에 돌아가신 이모부님의 빈자리가 크신 듯 싶고, 고부간의 갈등 때문인 듯 싶다.

 

 

우리집 사춘기 두 여학생, 보고 있으면 가끔씩 속이 터진다.

친구들이 다들 자식 자랑할 때 난 별로 내 딸들 자랑할 것이 없다.

부모가 자식 자랑하는 게 가끔, 꼴불견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런 부모들 이해할 수 있다. 그네들도 자기 자식들 흠이 없어 흉을 안 보겠는가....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매일 매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