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 아이들

2015. 9. 16. 11:08★ 나와 세상

 

 

 

 

지난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이었다.

5살쯤되어 보이는 작은여자아이가 누군가를 부르며 활짝 웃으며 뛰어 온다.

" 선생님!" 하면서 양팔을 벌리고 달려와  안기기라도 할 폼이다.

흐린 날씨라 오후 6시가 조금 넘었을 뿐이었는데 주위가 어두워지고 있어서

달려오는 아이의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들었다.

빠른 걸음으로 걷고 있던 나는 소리나는 쪽으로 고개만  돌리고 걷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밝은 목소리로 활짝 웃으며 달려오는 여자아이가 내 앞에서 멈춰서 내 치맛자락을 잡고 나를 올려다 본다.

그때서야 여자아이 얼굴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도서관에 종종 들리던 아이다. 이름은 기억나지가 않는다. 바로 뒤에는 수줍은 듯 웃고 있는 5살난 여자아이의

언니(초5)도 나를 보면서 웃고 있다. 다시 날 향해 인사를 한다.

"응.... 너희들이구나..... 어디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민망해진다.

"네, 선생님, 엄마랑 저녁 먹으러 가요....." 나를 보며 반갑게 웃고 있는 아이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게 전부다.

" 그래, 맛있게 먹고 월요일날 보자...." 라고 퇴근길을 재촉했을 뿐이다.

손이라도 잡아주며 나도 반가워해줘야 했는데.....그러고 싶었는데.... 아직 남의 아이는 안아주는 일이 어색하다.

 

 

 

 

 

 

 

 

내가 근무한지 두 달이 넘은 이 곳은 시립도서관이 아닌 복지관내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다.

도서관 바로 옆 교실은  방과후 학생들로 오후 시간이 되면 시끄러워진다.

취학전의 아이들은 수시로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 도서관에 들린다.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단박에 알아 볼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초등학교 4,5학년쯤 되는 언니와 5~7살 되는 동생이 손을 잡고

도서관에 와서 책을 읽거나 DVD를 시청하는 자매들이 꽤 많다.

학원에는 가지 않는지 초등생 언니는 숙제를 하고, 미취학 동생은 숙제하는 언니 옆에 앉아

 "언니 숙제, 언제 다 끝나?" 라는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면서 심심함에 몸부림 치는 모습을 자주 본다.

남자 형제들이 함께 도서관에 오는 경우는 아직까지는 거의 보질 못했다.

그런 자매들을 볼 때마다 내 두 딸들의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 여자아이들 중에 유독 내  눈에 띄는 자매가 몇 명 있다.

그 중에 정확하게 이름을 기억하는 자매도 있지만 아직 도서관에 자주 오는 아이들의 이름을 나는 다 외우지 못하고 있다.

 

 

 

 

 

이 곳 복지관 주변에는 아파트 단지가 밀집되어 있는 곳도 아니고 복지관 위치도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는 다문화 가정도 많다. 방문객 중에도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엄마의 모습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지난 주에는 시립도서관에서 주최하는 작은 도서관 종사자들 교육도 받았다.

 

복지관에 소속되어 있는 작은 도서관이라 도서관 사서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물론 나는 사서 보조이고 알바생이라  12시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도 있는  이 곳 직원인 정식 사서와 하는 일도 다르다.

지난 달까지는 사서의 퇴근시간이 평균 밤9시였다. 아침 9시부터 내가 출근하는 5시까지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못하고 각종 사업계획서니 프로그램에 관련된 모든 서식이나 진행과 아울러 매달 입고된 신간도서 관련된 일도 한다.

거기다가 도서관 관련된 모든 경비도 그때그때 마다 서식에 맞춰 보고해서 결재를 받아야 하고, 프로그램 계획은 물론

강사들 비용에 내 알바비까지 각종 서식으로 보고하는 일까지 전부 사서가 한다. 옆에서 보기 짠할 정도로 일에 파묻혀 산다.

작년에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25살된 사서샘은 한 번도 투덜대지 않았다.

되려 자신이 아직 업무 처리 능력이 더뎌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라고 말한다. 볼수록 참한 처자였다.

함께 근무할 수록 내 딸도 저렇게만 커준다면........ 라는 바램을 가진 적이 많았다. 소신도 있고 긍정적이고 참 열심히 일하는 처자다.

 

 

 

 

 

이제는 나도 매달 입고되는 신간도서 목록을 작성하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매달 2번 실시되는 성인 대상으로 진행하는 독서토론도 사서샘과 번갈아가며 진행하고 있다.

사서샘과 격주로 근무하는 토요일에 취학전 아동들과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디어도 내가 근무하는 토요일에 진행하는 프로그램 계획도 내가 생각해야한다.

색종이 접기나, 그림그리고, 색칠공부, 보드게임 등등 매주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달라야 하기에

이 또한 시간이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다행히 올 여름에 내가 수료했던 '가정보육교사" 교육에서 배웠던 전래놀이나 색종이 접기나

아이들 놀이게임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배워둬서 나쁠 건 없나 보다.

 

 

만족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을.

도서관에서 만나는 아이들도 이쁘다. 내가 두 딸을 키우면서 못해준 것들을 이 곳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다.

성격적으로 아직 다정하고 정감있는 야간사서샘은 되지 못하지만 조금씩 아이들과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집에 있는 물감들과 뜨개질 관련된 기구들과, 보드게임기까지.... 사용하지 않고 벽장안에 쳐박혀 있는

스케치북 10권과 색연필과 새 노트들등등 우리집에 있는 학용품들을 일하는 곳에 전부 가져다놨다.

여름에 배웠던 '가정보육교사' 내용들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도움이 된다.

물론 도서관을 뛰어노는 공간으로 생각하는 시끄러운 아이들도 있다.

무뚝뚝해서 인사를 해도 받아 주지도 않고, 말 걸기도 무서운 10대 교복입은 청소년들도 있다.

하지만 도서 대출 비율이 가장 낮은 청소년이 우리집에도 두 명이나 있기에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다만

나도 간사한 사람인지라 벌써 최저시급의 알바비를 받고 있는지라 월급이 좀 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는 8시간을 근무하고 오늘은 4시간을 근무해야 하는 나는 작은 도서관 야간 사서일이 참 좋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등록한거지만 디지털 대학 2학기 수업도 잘 들으면서 과제준비를 해가고 있다.

9월 들어 벌써 청소년 소설을 4권째 읽고 있는 중이다. 과제 중 청소년 소설 15편을 읽고

그 중에서 10권의 독서 리뷰를 과제물로 제출하는 과목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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