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8. 26. 09:38ㆍ★ 나와 세상
잠시 동안 내린 비 때문에 서늘한 기운에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다.
설핏한 잠에서 깨어나 일어날 때마다 느껴지는 어지럼증이 가라 앉을 때까지 벽을 짚고 잠시 동안 서 있어야 했다.
그 때부터 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거실 한 구석에 분홍색 체크 무늬 밥상을 펴서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전원 버튼을 켰다.
며칠 전에 작성한 <워크넷>에서 작성한 이력서를 정성 들여 다시 작성을 했다.
마지막 경력란에 2016년 7월 31일 <부천 ****** *** 도서관> 야간 사서 퇴사.
그리고 자격증란에 보통 운전면허 2종 외에 컴퓨터 활용 2급 취득 이라고 기재하고 이력서 수정을 완료했다.
이사 후 전업주부가 가질 수 있는 평일의 여유로움을 만끽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쫓기듯한 불안함에 종일 집에 있는 한가로움이 죄스럽기만 하다.
1997년 가계부 부터 연도별로 엑셀 파일로 저장하는 작업을 하고
<홈런> 사이트에 접속하여 파워 포인트 수업을 수강하며 도서관 근무를 하게 될 경우
홍보물 제작하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혹여라도 내 나이 때문에, 아니면 짧은 이력이나
봉사시간 부족으로 재취업에 실패하지 않을 않을까 하는 불안함 때문이리라.
지난 달 만난 친구가 학원샘과 더불어 알바로 시작한 타로로 나의 타로점을
봐주면서 해줬던 이야기들까지 마음에 걸린다.
유독 불안 카드를 자주 뽑는 나, 평생을 불안해 하며 직장도 계속 계약직만 전전할거라는 말이 불현 듯 떠 올랐다.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한다.
노트북을 덮고 누워 있던 작은방으로 들어가 다시 누워 본다.
1시간을 넘게 뒤척거리다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주방으로 가 싱크대 그릇들을 꺼내 정리를 한다.
깁밥 재료를 준비하고 멸치 다시 국물을 내서 뜨금 없는 꽁치김치말이를 요리한다.
열대야의 후덥찌근함과 가스렌지 불꽃열기가 주방은 물론 거실까지 달궜다.
쌀을 씻어 앉히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고 나온다.
지끈거리던 두통이 조금은 덜 한 듯 싶었다.
도보로 등하교를 했던 작은 아이가 이 곳으로 이사와서는 버스 통학을 하게 되어
6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면 일어나 학교 갈 채비를 한다.
그 즘에 남편이 일어나 거실에서 허리 강화 스트레칭을 한다.
그 때부터 나는 졸리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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