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남편과 시트콤 한 편을 찍다.

2017. 6. 13. 19:54★ 나와 세상





속초 해수욕장엘 다녀왔다.  결혼하고 남편과 단 둘이 바닷가를 찾은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여행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남편 고등학교 축구회에서 강원도 고성 운동장에서 시합이 있는데

내친 김에 하루 전날 몇몇 친구들도 미리 내려 간다고 함께 가자고 제의를 했다.

물론 처음엔 거절 했다. 난 어떤  모임이든 잘 어울리지 못하는데다가 사람과의 만남을 그다지 즐기는 성격이 아니다.

남편 친구들과 친한 편도 아니고 특히 또 만나면 술을 한 잔 할거라는 걸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이번에 어찌어찌해서  남편과 동행하게 되었고, 뜻하지 않게 바닷가 여행을 하게 되었다.


사교적인 성격도 아닌 나는 남편에게도 무뚝뚝한 아내인편이다. 특히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깡마른데다

내가 입을 열고 몇 마디라도 하면  부드럽고 편안함이 느껴지는 여인네 모습하고는 아주 거리가 먼 인상이기도 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실제의 내 모습보다 더 과장해서 센 척하고, 겁이 없는 사람처럼 굴 때가 많다.

특히 남자 앞에서 여성스럽고 연약한 척 하는 건 영, 내 스타일이 아니다.



21년만에(연애기간까지 합해서)남편과 바닷가를 거닐다 사진 한 컷 찍어보겠다고 해변가 주변에 있던

바위들을 징검다리 삼아  바다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내 손을 잡아주려는 남편의 손을 뿌리치며

''됐어..!! 자기보다 내가 더 이런 데 더 잘 걷너거든" 라며 잘난척을 하면서 전진해서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사진을 찍고 해변가로 다시 걸어 나오면서 다시 손을 잡아주겠다는 남편 손을 모질게 뿌리쳤다가

발목이 어긋나면서 바위에 머리 쳐박고 바닷속으로 빠질뻔했다.

그 짧은 순간, 놀란 남편이 얼마나 큰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던지.......

남편의 큰 소리에  더 놀랬다. 다행히 넘어지면서  손바닥으로 바위를 디디면서 무릎이 먼저 닿아

크게 다치는 참사(慘事)는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넘어지면서 남편의 비명에 가까운 큰소리 덕분에 해변가 주변에 앉아 있던 몇 몇의 사람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집중됨을 느끼는 순간 손바닥과 무릎에 생긴 찰과상으로 인한 통증보다 사람들 눈에 비쳐질

내 우스깡스러운 모습에 훨씬 더 신경이 쓰였다.

쪽팔림이 밀려오면서 고개도 못 든 상태로 남편에게 소곤거렸다. "제발 좀 조용히 좀 해!!! 쫄리니까!!!"



마누라가 바다에 빠지거나 바위에 머리를 부딫혀 뇌진탕으로 다칠까봐 걱정된 마음에  

남편도 순간적으로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나는 나의 쪽팔림이 먼저여서 목소리가 컸던 남편이 밉기만 했다.

그만큼 나란 사람은 그동안  ~척 하거나 체면치레를 중요시하며 살았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늘 나는 그런 사람으로 살았던 것 같다.

예전 톨게이트 근무 때도 한여름 낮에 차량들이 줄서 있는 부스 앞을 뛰어가다가 쭈욱 미끄러진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꺽다리 빼빼로  아줌마가 훌러덩 넘어진 모습이 정말 우스꽝스러웠을 것 같다-반팔에, 당시 170키에체중이 43키로)

손목과 무릎이 까지고 피가 꽤 났을 정도로 심한 찰과상을 입을 정도로 상처가 컸던걸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넘어진 광경을 지켜보던 차 안의 운전자들이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눈으로 

벌떡 일어나는 나를 향해  "아줌마 괜찮으세요?" 물었고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어머, 어떡해...어떡해.. 많이 다쳐겠네.... 어떡해," 하며 호들갑을 떨며 

넘어진 나보다 지켜보던 운전자들이 더 어쩔줄 몰라 하는데도 피범벅이 된 몸의 상처 보다

다른 사람들 눈에 비쳐지는 나의 몰골에 더 신경이 쓰였다.

아픈 것보다 그런 상황에 놓인 내 처지가 너무 창피하다고만 느꼈던 사람이었다.


그런 경우는 자주 있었다.

첫 아이 출산 때도 난산으로 워낙에 많은 피를 많이 흘려서 수혈이 필요항 상황이었는데도

심한 하혈로 피범벅이 된 침대시트를 치울 간호사들에게 더 미안해 했던 정신 나간 산모였다.


나의 많은 단점중에 하나인 것을 알고 있는데 여직 고치질 못하고 있다.

나의 본 마음을 들여다 보는게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늘 다른 사람, 사회적인 시선을 더 의식하며 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하는 것엔 어느 정도 덤덤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순간적인 쪽팔리는 순간에 대처하는 것에는 남의 눈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살고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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