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을 기다렸던 영화 <택시 운전사>

2017. 8. 10. 19:42책,영화,전시회, 공연





개봉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 예매를 하려고 했더니 만석이었다.(물론 앞자리는 몇 좌석 있었다)

구리와 남양주에는 극장이 많지가 않아 부천에서처럼 영화 한 편 보는게 쉽지는 않다.

어렵게 토요일 오전 10:40분 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늦잠을 자겠다는 작은 딸에게 통사정을 해서 함께 관람을 했다. (젊은 세대, 청소년은 꼭 봐야 할 것 같아서)

- 큰 딸은 오전에 운전면허 도로주행 시험이 있어 함께 관람하지 못했다.


개봉 전부터 <군함도>와 함께 화제가 되던 영화였다.

<군함도>는 '개봉관 독점' '홍보 홍수' 의 언론의 비난때문이 아니더라도 웬지 보고 싶다는 맘은 들지 않았다.

<택시 운전사>는 개봉하면 무조건 봐야겠다고  다짐했던 이면에는 내가 전라도 사람이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송강호라는 배우를 좋아해서였을까?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관람했던 영화 <화려한 휴가><26년>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너무 기대가 컸던 것 같다.

<택시 운전사>에 대한 줄거리와 리뷰들을 너무 많이 읽어서였을까?

호평의 글들만 읽고 관람해서였을까?

뭔가 2% 정도가 부족하게 느껴졌다.

송강호라는 대배우의 연기는 흠 잡을데 없이 훌륭했고 광주시민 피해자 시선에서가 아닌

외국 기자라는 외부인 시점에서 담담하게 그려진 영화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아마도 그건 영화속 80년 5월의 광주의 모습을  너무 약하게 보여준 것 같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영화를 관람 하기전 <택시 운전사>라는 영화가 "지극히 외부인의 시선이 한계적"이라는 비판의 글을 읽고도 무시했다.

감독보다는 배우 송강호가 선택한 영화라 믿고 봐도 될거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주인공은 80년 광주를 취재한 독일 기자가 아니라, 독일기자를 태우고 광주까지

내려간 서울 택시운전사  김만섭이라는 인물이다.

[각주:]김만섭은 아내와 사별하고 11살난 딸을 키우며 돈 버는 것에 급급한 홀아비이다.

서울 택시운전사인 그가 1980년 5월에 독일기자를 태우고 광주를 가는 목적은 돈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만섭이 독일기자를 태우고 도착한 광주에서 목격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국가와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광주시민을 죽이(살해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집에 혼자 아빠를 기다리고 있는 딸을 외면하지 못해 혼자라도 서울로 돌아올 결심을 한다.





영화를 보고 2%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이유는

80년 5·18 민주화 운동을 적나라하게 담아내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전 광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와 비교해 너무 무난했고 당시의 참혹함을 표현하는게 약하게 느껴졌다.

광주의 참혹한 모습을 보고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어린딸 때문에 갈등하다 다시 광주로 돌아가는

모습이나, 죽은 아내를 추억하며 어린 딸에 대한 아버지로서의 연민을 표현하는 연기는 보는 내내

눈물을 자아냈다. 역시 송강호다! 싶었다.




나도 80년 5월 광주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

광주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40분 걸리는 전라도 끝자락에 위치한 장흥이라는 곳에

살았던 11살 여자아이였던 내가 직접 본 건,  작은 시골에서도 얼굴에 검정칠을 한 채, 총칼(총에 칼을 꽃은)을

맨 군인들 모습을 몇 번 보았고, 머리에 흰띠을 두르고 흰색 와이셔츠를 입었던 젊은 청년들이

트럭 뒤에 타고 무슨 구호를 외치면서 달려가던 모습을 본 게 전부였다.

그리고 출처를 정확히 알 수 없었던 흉흉하고 믿을 수 없는 계엄군인들의 만행에 대한 소문들을 들었을 뿐이다.







그 시대에 데모를 하던 대학생들을 보면서 혀를 차던 수 많은 어른들이

80년 5월의 광주의 모습을 영화 속 주인공 김만복처럼 직접 목격했어도

데모하는 대학생을 욕하고 광주시민들을 폭도라고 했을까?

당시의 광주 시민들을 폭도로 단정하고 욕하는 사람들이 80년 광주에 살고 있는

시민이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자신들을 폭도라고 욕하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국민들을 이해했을까?

80년 광주의 모습을 보지도 않고 겪지도 않았으면서 언론에서 광주 사태를 폭도들과 빨갱이들의

소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용서하고 조용히 덮을 수 있었을까?




이 영화를 두고도 많은 호평과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아쉬운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꼭 보라고 추천해줄만한 영화임은 변함이 없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