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이별식

2017. 10. 16. 18:08★ 나와 세상

 

 

계약만료로 실업자가 되었다.

비정규직의 운명이 이런 것인가보다. 계약만료로 실업자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이번엔 개인사정으로 퇴사를 하는게 아니라고 나라에서 실업급여를 준다고 한다.

처음이다. 백수가 됐다고 나라에서 돈을 주다니....

몇 번 이런 실업급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동료들은 이런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듯 싶었다.

하지만 난, 맘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내가 실업급여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하며 실업급여를 받고 재직자 카드를 받았으니

뭔가 또 공부를 해서 자격증 하나를 취득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나를 고깝게 생각하는 동료들의 시선을 느꼈지만,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나라에서 혜택 받은게 없다고, 나라에서 해준게 뭐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나라, 대한민국이 존재하고 그래서 나라 독립을 위해 독립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우리나라가 진정한 독립국가가 아니라는 사람들의 주장도 있지만.

 

 

 

 

 

먼저 그만둔 동료가 일부러 꽃다발을 들고 찾아왔다.

애교나 말을 이쁘게 하는 법을 모르는 나는, 이런 것들에 심한 어색함을 느낀다.

무뚝뚝하고 쑥스러운 미소로 고맙다고 말하며 인사는 했지만, 이런 이별 행사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몇 십년을 근무하다 정년퇴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고작1년 근무하고 계약만료로 그만두는건데......

이런 소소한 작은 것에 감동한 적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런 것들이 어색하기만 했다.

그리곤 혼자가 되었을 때 괜히 코끝이 찡해져선 손등으로 눈을 비빌때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이별들로 감정이라는 물렁한 것이 단단하게 굳어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내 스스로가 단단해지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했는지도 모른다.

 

 

 

 

6개월은 도서관 <안내 데스크>에서 근무를 했고, 6개월은 <문헌정보실>에서 근무했다.

각실 선생님들과 식사하는 자리를 가졌고, 현재 근무하는 문헌실 선생님들과 식사하는 자리도 있었다.

마지막 근무하던 9월 29일에는 생각지도 않는 꽃다발과 케익과 과자 꾸러미도 받았다.

10월 긴 연휴가 끝나고 나서 바로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수업 하나를 신청해서 시작했고

고용보험 센터에 들러 실업급여 신청을 하고 교육 날짜를 배정 받았다.

재직자 카드로 받을 수 있는 직업교육은 많지가 않았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원이 남양주에는 없고 구리까지 버스를 타고 나가야 했다.

요양보호사나 중장비 자격증은 내가 취득한다고 해도 그와 관련된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 같다

세무, 회계2급 자격증 수업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봉사시간 관련하여 <명사천> 회의에도 참석했다.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4개월동안이라도 맘 편히 쉬고 싶은데 추석 연휴가 끝나자

바로 가슴이 답답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실업자가 되어 나라의 세금으로 실업급여를 받는다는 것에 작은 죄책감을 가졌다.

내년엔 무기계약직을 채용한다는데, 그리 되면 나이든 아줌마인 내가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희박해지는게 아닐까?

컴활 자격증과 도서관 근무 2년 경력으로 낼 모레 오십줄에 접어드는 아줌마가 비정규직이라도

무기 계약직으로 취업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하지만 이런 정보들도 정확한게 아니고 떠도는 소문일 뿐이니 시청과 도서관 관련된

채용공고를 자주 들여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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