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증에서 벗어나기

2017. 11. 23. 11:42★ 나와 세상




일을 하지 않고 돈 받는 기분을 느껴봤다.

어제 처음으로 실업급여라는 것을 받아봤다.(지난 달엔 8일치만 받아서 실감을 못함)

결혼해서 직장생활을 오래 하진 못했지만 늘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했던 탓에 실업급여라는 걸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계약만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 뒀기 때문에

나라에서 내게 구직활동을 하는 동안 일정 금액을 지급해준다고 했다.

기분이 참 묘했다.

실업급여도 우리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지급되는 거라는 걸 알기에 이번 돈을

내가 받을 만한 국민인가라는 오지랖 넓은 생각까지 해보게 된다. ^^*


퇴사하기 전에 발급 받은 '재작자카드'도 발급 받아 실업자가 된 후에

예전 부천에서처럼 고용보험을 통해 직업훈련을 받아볼 생각까지 했지만 이런 저런 생각과 망설임 때문에

사무나 컴관련 학원을 등록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지난 달부터 집근처에 있는 읍사무소(내가 근무했던 도서관 바로 옆 건물)에 예전부터

한 번은 배워보고 싶었던 <캘리 그라피> 3개월 수강 신청을 했다.(수강료 60,000 원, 재료비 58,000 원)

여전히 종이 가계부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필체까지 안 좋아지는 나를 보면서

예쁜 글씨를 써보고 싶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신청을 했었다.

이제 배운지 한 달 반 정도가 되었다.(1주일에 하루 2시간씩)

어제 처음으로 첫 작품(?)을 써서 작은 액자를 만들어 봤다.

최소한 앞으로 1년 정도는 더 연습을 해야지만 제대로 글씨를 완성할 수 있다고 한다.





화요일엔 읍사무소(자치센터)에서 진행하는 <컴퓨터 활용반> 수업도 수강 신청해서 듣고 있다.

부천에 살 때 취득한 컴활 자격증하고 별개로 '파워 포인트'와 '한글' 기능을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신청을 했다.

하지만 신청자가 적어 '기초 컴퓨터 반'에 다니면서 6,70대 어르신분들 컴을 배우시는데 도움을 드리고 있다.

자격증이 있지만, 지금은 컴퓨터 용어나  도서관 근무하면서 사용한 기능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내년에 공공기관이나 도서관 기간제나 무기계약직 채용공고가 났을 때, 이력서에 채울 경력과 자격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를 알기 위해, 이쪽 계통에서 오래 근무했던 사람들과 모임에도 가입을 해놨다.

봉사시간을 보고 자격증과 경력, 그리고 이제는 '준사서 자격증'도 필수라는데....

나름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고졸에 자격증 하나와 도서관 근무 2년 가지고는

나이 많은 아줌마가 도서관 기간제 근로자자로 채용 되기도 쉽지 않을 듯 싶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요동 칠 때, 붓을 들고 글씨 연습을 하기도 한다.

서예하고는 다르게 이런 저런 나만의 필체로 그림 그리듯이 써서 될 것 같은 마음에

캘리를 배워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오랫동안 쓰고 도서관 근무도 해보고 컴활 자격증도 있지만

나는 지금도 독수리 타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사람이다.

컴퓨터 수업 강사가 말한 것처럼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이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 두드리는 모습이

과히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기에 이번 주부터 뒤늦게 열 손가락을 이용해 자판을 연습 중이다.

손목이 아플 지경이다. 하루에 30분도 연습 안하는데.... 역시 나는 뭘 배우는데 남들보다 느린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증,

경제적으로 필히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의 혜택을 받는 사람으로 필요한 국민이 되어야 한다는,

이런 저런 의무감에 강박증을 갖고 산다.

뭔가를 하지 않고 배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남편 모르는 적금 통장 몇 개 정도는 갖고 있어야 할 것 같고,

두 아이 등록금과 결혼 비용도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모아야 할 것 같은,

시댁에서는 맏며느리로서, 친정에서는 맏딸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해야 할 것 같은,

부실한 체력을 가진 사람으로, 일을 잘 하진 못하더라도 남보다 늘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강박증,

누가 내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늘 내가 넘 안일하게 살고 있다는

자책을 하면서 살고 있는 듯 하다.

이런 병적인 강박증에서 벗어날 때도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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