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시험과 응급실 진료

2018. 7. 25. 11:10★ 나와 세상







밤근무때마다 느끼는 속쓰림과 통증이 나날이 심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3교대 근무는 내 체력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7월 초, 집 근처 도서관 기간제 채용 공고를 봤다.

이메일로 이력서와 경력서, 자격증 및 기타 서류들을 첨부해서 보냈다.

1차 서류 합격과 7월 10일 오전 9시15분까지 면접 보러 오라는 문자를 받았다.


밤샘 근무를 마치고 한숨도 못 자고 면접을 보러갔다. 2시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최저시급이 보장되고 공공기관에서의 근무, 그리고 여느 근무조건보다 좋아서인지 나날이

도서관 기간제 경쟁률은 치열해지고 있었다.

나와 함께 면접을 봤던 응시자는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문헌정보 전공) 무슨 연구소에서

사회생활을 1년정도 했다는 20대 처자들이었다. 대학 2학년인 된 내 딸이 생각났다.


면접 본 다음 날, 휴무였다. 대학생 큰 딸 전세계약 때문에 수원에 가 있었다.

남편 회사에서의 대출과 그 동안 모아 놓은 비상금을 털어 큰아이 전세를 계약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 딸아이 집 근처 감자탕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축하합니다! 귀하는 **도서관 기간제 채용 2차 면접전형에 합격하였습니다"

를 문자를 받았다. 너무 기뻤다. 남편과 큰 아이에게 도서관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터였다.



급여는 20만원 정도가 줄어 들 것이다.

하지만 대신 밤근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고, 집에서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이니 교통비가 들지 않을 것이다.

나만큼이나 남편과 큰 딸이 좋아했다. 도서관 지원한 것은  떨어질 수도 있어서 남편과 큰 아이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9월 1일부터 근무하게 되었다. 8월 31일까지는 톨게이트 근무를 하기로 했다.

그리고 2주일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 약간의 복통과 두통으로 동네의원을 찾아 X레이를 찍었다. 위장과 대장이 좀 부었단다.

장염 약 처방을 받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또 밤근무였다. 밤새 속이 타는 듯한 통증으로 혼자 뒹굴어야 했다.

식은땀 범벅이 된채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남편이 이미 조기축구를 하러 나가고 집에 없었다.

대충 씻고 택시를 타고 2차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링겔을 맞고 약 처방도 없이 돌아와야 했다. 내일 외래 진료 받으라는 의사말만 듣고

( 작년 5월에 위내시경을 했던 병원이고 오래전부터 다녔던 내 진료기록이 보관되어 있는 2차병원이었다)


미안함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사무실에 전화를 했다. 출근을 못할 것 같다고.....

세상에서 젤 싫은게 그런 때였다. 나로 인해 회사에 민폐를 끼치는 것, 건강관리 못한 것도 무능한 사원임을 증명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만 둘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9년 톨게이트 근무를 그만둘 때즘에도 밤근무 마치고 올 때마다 응급실에 들러

링겔을 맞고 출근을 했었다. 그러면서 그 일을 그만 둔 기억이 났다.


월요일 오전에 복부 초음파와 위내시경을 실시했다.

좀 심한 위궤양(구멍이 좀 컸음)+미란성 위염역류성 식도염+ 위출혈/ 장염으로 인한 처방 받은 진통제와 항생제 성분으로 인해

원래 안 좋았던 위에 큰 무리가 간 것 같다고 했다. 다행히 복부 초음파상으로 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담배, 커피는 일체 입에 대지도 않고, 되도록 밀가루 식품은 안 먹으려 노력하며, 식사도 규칙적으로

노력하며 사는 나는 왜 이모양일까? 매일 술을 퍼마시고 다니는 우리집 남정네는 위가 멀쩡하다는데...

요즘 크게 스트레스 받는 일 있냐는 의사 질문에도 짜증이 났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스트레스  안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유독 나만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 같아서......


열심히 약 챙겨 먹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장염기가 남아 있고 명치통증은 간헐적으로 지속되고 있지만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어젠 마트에서 마와 불가리스를 갈아서 마셨다.

아프고보니 남편은 철저히 남이다. 집안일도 도와주고 내 눈치를 보고 있지만 내 아픔을 대신 해줄 수는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체중이 또 얼마나 빠질지.... 낼 모레면 친정엄마와 약속한 시골방문과 고추수확도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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