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월급쟁이으로 산다

2018. 8. 10. 16:25★ 나와 세상




근무자들에게 설문지를 배부해 건의사항이나 불만 사항 및 행정업무 관련 좋은 의견을 적어 제출하라고 한 적이 있다.

불만 사항, 건의사항, 부당대우를 받은 적이 있거나, 개선되었으면 하는 의견을 제출하라는 설문지였다.

모든 문항에 "없음"으로 기재했다.

예전에 나였으면 모든 문항들에 조목 조목 적었을 것이고,  내 생각들을 정리해서 장황하게 작성해서 제출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젠 그런 열정이 없다. 돈 버는 직장에서 그저 시간만 떼우면서 근무하다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그저 그런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이라는 마음 가짐으로 일하고 있을 뿐이었다.


운전자들에게 미납 요금을 받는 걸 <차로 수납>이라 한다.

근무자들 차로 수납을 월말이면 순위가 매겨진다.

그래서 매달 1등, 2등에게 상품권을 지급한다. 미납요금 합계와 건수를 종합해서.

성과금을 받는 달엔(1년에 한 번 받는다고 들었다) 1년치를 정산해서 차등적으로 지급된다고 들었다.

내가 꼴찌다.

미납 요금을 받다보면 차가 잠깐이라도 밀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뒷차 운전자들이 있는대로 욕을 하거나

클락숀을 울리며 짜증을 낸다.

무엇보다도 운전자에게 미납 요금이 있으시네요. 라는 말을 나는 하지 못한다.  무슨 빚쟁이 같아서...

그래서 미납 요금 있지 않냐고 확인해 달라고 하거나 본인이 미납 요금을 내겠다는 운전자에게만 차로 수납을 한다.

그러니 당연히 꼴찌일 수 밖에 없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일을 피하고 싶어한다.

경쟁하는 일을 해야 한다면 1등 보다는 꼴찌를 하고 싶다. 그게 맘이 편하니까.

직장생활을 오래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승진을 해서 관리직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그냥 가장 말단 월급쟁이만 하고 싶다.


20여일정도 남았다. 톨게이트 근무가.

8월 31일 마지막 근무는 밤근무라 연차를 냈다.

9월1일이 도서관으로 첫 출근인데 밤근무 하고 바로 출근을 할 수 없는 탓에.

다시 도서관에 근무할 수 있게 된 것이 분명히 기쁜일임에도 설레임이나 기대가 없다.

그 일도 또 11개월이 지나면 계약만료로 그만둬야 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세상 어떤 일도 돈 버는 일은 다 노동으로 생각해서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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