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살 좀 쪄야 쓰것소!!

2018. 8. 31. 15:29★ 나와 세상




어제 톨게이트에서의 마지막 근무를 마쳤다.

사직서를 제출했음에도 회사에서 실시한 건강검진도 하고, 주임들과의 면담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 출근하는 버스안에서 웬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도서관 일을 그만 두면서는 이런 기분이 아니었는데.....

톨게이트 퇴사는 10년전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나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하이패스 차선 점검으로 닫혀 있는 요금소 문을 열기 위해  톨게이트 진입로 <통행금지>표지판을 치우고

뛰어가는 나를 뒤쫓아 오는 트럭 운전자분이 숨이 차서 부스 안 의자에 헐떡거리는 나를 측윽한 눈길로 바라보면서

"아줌마, 아줌마는 진짜로 살 좀 쪄 쓰것소!!!, 달려가는데 바람에 날라갈라고 합디다!!"( 그날 비오며 바람 부는 날이었다)

웃으면서 답했다. " 그러기 말이예요. 저도 살이 찌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안되네요!. 1100원입니다. 고객님!!"

이번 톨게이트 6개월 근무하면서도 살 좀 찌라는 말과 함께 측윽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던  운전자분들을 몇 분 만날 수 있었다.

10년 전 그 때처럼. 여자 운전자들은 어떡 하면 살이 안 찔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작년보다 2키로 체중이 빠졌다. 48키로.

광대뼈는 더 튀어나오고 볼은 더 홀쭉해졌으며 팔 굶기는 더 가늘어졌다.

피부는 탄력을 더 잃었고 눈은 더 휑 하니 들어갔다.



이번에도 나는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이별이 가장 아쉬웠다.

도서관 근무가 끝날때는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이별에 아쉬움 같은 건 없었는데....

3교대 근무는  동료애가 조금은 깊은 것 같다. 10년전에도 그랬다.

밤근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보다는 함께 근무했던 그녀들과의 이별은 아쉬웠다.

늘 그랬던 것 같다.


농담처럼 1년 뒤에 다시 오라는 사무실 주임님의 말에 울컥했다.

밤근무만 아니라면 여길 계속 다녔을지도 모른다.

급여도 3교대 근무 때문에 내 나이또래 아줌마들이 받는 금액보다는 많은편이다.

6개월 동안 적금 통장 하나가 다음달이면 만기가 된다.

그걸로 작은아이 1년치 대학등록금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도서관 일을 하게 되면

체중을 좀 늘릴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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