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22주년 기념일에 받은 축하금

2019. 2. 24. 12:23★ 아이들 이야기






토요일은 우리 부부 22주년 결혼기념일이었다.

기념일이면 대부분 가족끼리 저녁외식을 하거나 남편이 봉투에 10만원을 담아 주는게 전부였다.

딸들에게 늘상 말했다.

나중에 결혼 해서 남편에게 결혼 기념일을 챙겨 받고 싶거든, 니네들도 남편에게 결혼기념일 선물을 줘라!!!


작은딸이, 2/28일이면 대학 기숙사에 입소하게 된다.

지난 금요일에 마지막 알바를 끝내고 토요일 아침 07:30분 부산행 KTX를 타고 1박2일 부산여행을 갔다.

집을 나서기 전, 작은딸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어이, 아줌마!" 하고 나를 부른다.

그리고 봉투를 내밀고 후다닥 나가버렸다.


만원권이 여럿장이었다. 십만원은 넘을 듯 싶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알바 하는 작은딸을 보면서 기특하고 미안했고 신기하기도 했었다.

지각 한 번 하지 않고 집을 나서는 것도 대견했고(물론 두 번 택시 타고 출근한날 있었지만)

힘들다고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는 것도 기특했다.








작은딸이 건네준 봉투안 지폐를 세지는 않았다. 20만원이라 짐작했을뿐이다.

무뚝뚝하고 시크한 척 하는 작은딸은 큰 딸과는 여러면에서 다르다.

부산에 도착한 저녁에 가족 톡방을 만들어 부산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렸다.

영상전화를 걸어서 숙소를 보여주면서 숙소가 개좋다는 감탄사를 여러번 남발했다.


그리고 물었다. 아빠 왔냐고 묻는다. 남편은 토요일에도 어김없이 축구를 갔고 (내가 가라고 했다. 함께 보내는 것도 피곤할 것 같아서)

나는 쉬는 날이라 종일 밀린 집안일과 도시락 반찬을 몇 가지 만들었다.

벌써 내가 스무살짜리 딸에게 챙김을 받는 늙은 엄마가 되었다.

작은딸이 준 봉투안 금액은 만원권으로 25만원이었다. 아마도 30만원을 채워서 주려고 했던 것 같다.



한 없이 딸 들에게 미안한 엄마인데....

이렇게 저렇게 딸 들이 스무살이 되면서부터 나와 남편을 챙겨준다고

선물을 주거나 용돈을 주는 건,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이번 작은아이가 준  돈도 지난 주에 개설한 작은 아이 3년짜리 적금통장으로 송금했다.


작은딸이 돌아오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해주고 꼭 안아줄 것이다.













'★ 아이들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사랑하는 꼬맹이 작은 딸내미  (0) 2020.02.13
좋은 아빠의 실체  (0) 2019.03.23
국립대와 사립대  (0) 2018.12.15
나도 나중에 똑같이 할께!  (0) 2018.04.25
고3 딸의 부탁  (0) 2018.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