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는 미래의 내 모습이다

2020. 1. 28. 15:59★ 나와 세상






7월엔 하루에 세 번씩 전화통화를 했다. 출근하면서, 점심시간 때, 그리고 퇴근하면서.............

그리고 한 달에 한 번꼴로 친정엘 다녀왔다.

혼자 된 엄마 마음이 조금이라도 덜 허전하시라고.......

이사와 나의 일자리 알아보기와  동생의 병원 입원과 두 딸내미 몸종 노릇과 자원봉사시간 등등

으로 엄마에게 하던 안부전화 횟수는 줄어 들었고, 나중엔 엄마 전화가 귀찮아지기까지 했다.

부재중 엄마의 전화를 확인하고도 전화를 하지 않는 날도 생겼다.


친구를 만나러 나간 작은 딸,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

걱정되는 마음에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서 언제 들어오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참는다. 작은아이의 스물살  나이를 생각하고 나의 스물살 시절 기억을 애써 떠올려본다.

엄마의 모든 말은 잔소리로 취급되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본다.

문자로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워 "지금 엄마, 잔다." 그리고 딸 아이의 답문자를 기다린다.

어줍잖게 배우고 익힌 '자식과 좋은 관계 유지하는 엄마가 되는 법' 들을 기억해내려 한다.



시골에 내려갈 때마다 엄마는 온 집안을 뒤져서 좋은 것들을 바리바리 싸주신다.

지난 달엔  전화로 우리집에 덮고 잘 이불이 없어서 춥지 않냐면서 엄마집에 있는

새 이불들 많다는 말로 내가 한 번 더 다녀갔으면 하시는 마음을 내비치셨다.

귀찮은 마음과 아울러 그런 엄마의 마음에서, 내가 두 딸들에게 가져지는 마음이 오버랩 된다.

바리 바리 싸주는 엄마의 먹거리들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오고, 그걸로 가끔 생색을 내는

엄마의 모습을 웃으면서 받아 줄 수 있는 착한 큰딸의 모습이면 좋을텐데.... 난 그걸 잘 못한다.

혼자 되시고 나서 엄마 소유의 현금을 자꾸 띄엄 띄엄 쪼개서 주시려 하거나, 큰 돈을 갖다쓰라는

말씀을 자주 하신다. '돈' 에 유독 예민함과 강박증을 갖고 있는 나는,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다.

살면서 남편과 내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면 족쇄이고 빚이라는 확고함을 가진 나의

가치관은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학교앞에서 자취하는 큰 아이가 집엘 오면 집에 있는 좋은것들은 다 챙겨주고 싶다.

2년 넘게 커피숍에서  알바를 하며 용돈을 벌고 있는 큰 아이는 늘 용돈이 부족하다고 한다.

계획성 있게 돈을 분배해서 사용하라는 뻔한 잔소리를 하면서도 마음이 약해져서 큰 아이 계좌로 추가 용돈을 송금하게 된다.

주말마다 알바를 하는 큰 아이는, 방학중에도 집에 몇 번 오지 않는다.(대중교통으로 40분, 자동차로 20분거리)

보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지만, 강요할 수 없는 일이고 아직도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다니는 걸 더 좋아하는 큰아이를 보고도 잔소리를 하지 않으려 노력중이다.

딸 들이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들과 노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나처럼 되길 바라지 않는다.

형편껏 살라고 잔소리를 하는 엄마일 때도 종종 있지만, 예전처럼 딸들에게 그런 걸 강요하지는 못한다.

엄마로서 두 딸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때도 많지만

그래도 딸 들이 조금 못되고 버릇 없어도 이기적인 사람으로 살길 바라는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고, 화도 잘 내고, 사소한 것에도 감동도 잘 하는 친정엄마의 성격을 고스란히 닮았고,

그 외에도 친정엄마 나쁜 성격을 가장 많이 닮아있는 큰 딸인 나,

훗날 내  두 딸들에게 귀찮은 엄마가 될 것이다. 그게 두려워서 나 나름대로 지금부터 조심은 하고 있지만 글쎄..

미래의 내 모습, 지금의 친정엄마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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