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16. 21:11ㆍ★ 나와 세상
코로나 19로 한달이나 늦춰진 출근이었다.
방문자들의 체온체크와 방문일지 작성하는일을 안내하는 일이었다.
본래 지원했던 업무가 아닌 코로나19로 대체된 파견근무였다.
여섯시간 근무다.
대면업무라 매일 긴장하면서 근무를 했었다.
37.2도가 넘는 방문자와 대면후엔 나도 모르게 손소독제를 찾게 되고
화장실로 달려가 손을 씻기도 했었다.
퇴근후에 인후통이 쪼끔이라도 느껴질라치면 혹시 내가 코로나...? 라고 겁을 내기도 했다.
4월20일부터는 <경기도 재난기금 > 신청 현장접수일을 시작했다. 현장신청이 시작되고 지난주까지는
오전 시간이 어찌 지나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보냈다.
목이 마르고 화장실이 급해도 대기자 수를 보면 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이런 생활이 좋다.
몸은 고단하지만 생활패턴이 규칙적이 되었다.
신경쓰이는 잡스러운 집안일들에 둔감해질 수 있는게 좋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때 배우는것도 좋고,
매뉴얼에 나와 있지 않는 새로운 사례들을 접하면서 새롭게 알아가는 것도 좋다.
지난 투표일에는 투표사무원 일도 해볼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온라인 신청이 생소한 어르신들에게 재난기금 관련 일을
마스크를 착용한채, 설명해드리는 일은 많은 체력을 필요로 한다.
그럼에도 나는, 젊은 사람들을 대하는 것보다 그 분의 삶이 보이는듯한
어르신들을 대하는게 훨씬 편하고 좋다.
퇴근해 저녁을 먹고 나면 병든 닭처럼 온몸이 쳐지고 기운이 없다.
그래도 시간은 지나 첫월급도 받았다.
매일 도시락을 싼다.
매일 나 혼자 도시락을 먹는다.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이 나뿐이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혼밥을 즐긴다.
2층으로 내려가 사무실 한켠에 위치한 전산실 한구석 에 앉아
드나드는 사람 눈에 초라해 보이지 않게 우아(?)하게 도시락을 먹는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도서관 일도 좋아했지만 지금 하는일도 좋다.
어쩌면 일할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짧은 시간이라 내가 더
최선을 다해 일하는건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1주일중에 5일을 만난다.
가난하고..부자이기도 하고...상식적이기도 하고...몰상식적이기도 한
사람들을 만난다.
새삼 나는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많은것을 배우게 되고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것들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는것을.
그리고 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참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것도 알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다.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들도.
일할수 있는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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