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2022. 12. 23. 10:28★ 나와 세상

 

2022년 11월 10일 토요일

서울과 인천에 사는 두 친구가 각자 우리집까지 차를 끌고 왔다.

오래된 친구들이다. 둘 다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나의 부실한 체력도 잘 알고 있으며,  어떤 경우에도 내 편을 들어준다.

약속했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약속을 깨도 흠 잡지 않는 친구들이다.

언제부터인가 내 체력은 더 부실해졌다.

 

2022년 11월 17일 목요일

친정 엄마가 고속버스를 타고 올라 오셨다.

이번엔 엄마를 모시러 시골까지 가지 못했다.

터미널로 마중을 나가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

그 날부터 친정 엄마와 4일간의 짧은 동거가 시작됐다.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엄마의 팔순을 우리집에서 치뤘다.

두 동생들 가족들과 돌아가신 새아빠의 자식인 큰오빠, 큰언니, 막내오빠 가족들도 왔다.

밥, 미역국과 LA갈비, 소갈비 10근, 무쌈, 토란국, 찰밥, 새 김치만 집에서 준비했다.

동생이 잡채와 홍어무침,굴무침과  샐러드를 준비해 왔다.

큰 언니라는 분이 전3가지와 무쌈, 찐밥을 준비해 오셨다.

생선회와 찐게살은 식당에서 사왔고, 과일과 음료들도 샀다.

팔순 케익은 작은 사이즈로 준비 해서 오전에 찾아왔다.

팔순상을 차리는 데 지출된 비용은 우리 세 자매 회비 통장에서 지출했다.

22명의 사람들이 모이니 하루 종일 북적댔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술(남편이 그동안 가져온 술들은 모아놨다)과

마스크, 대형 샴푸, 화장품들과 남은 음식들과 떡을 챙겨 들려 보냈다.

그리고 술 마신 남편을 대신해 남편 차로 엄마와 이모, 막내 동생을 

부천까지 모셔다 드렸다.

 

 

2022년 11월 23일 수요일

목이 살짝 불편했다. 간질거렸다.

화요일에 코로나 확진을 받은 작은딸에게 옮은 것 같았다.

7월 20일경에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어서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자가키트에서 양성이 떴다.

독서실에 가 있는 큰 아이를 호출해, 코로나 전담병원에 가서 신속항원 검사를 했다.

병원에서는 딸과 나, 모두 음성이 나왔다.

그런데 병원 검사 과정에서 내가 자가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고 해서 그랬는지

목과 코를 다 검사한 딸과 다르게, 나는 코만 쑤시는 검사를 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약을 처방 받아온 그 날부터 나는 작은 딸과 작은방에서 격리를 했다.

허나 격리가 제대로 될리 없었다.

큰 아이는 7월에 코로나를 심하게 앓았던터라 자취하는 친구집으로 피신을 갔고,

남편(하숙생 수준)은 우리 가족과는 부딫힐 시간이 짧아 무사히 지나갔다.

물론 엄마 팔순에 모인 모든 가족들에게 증상 있으면 검사하길 권하는 전화를 다 돌렸다.

특히 팔순이신 엄마가 걱정이었다. 다행히 나머지 가족들은 다 괜찮았다.

그 날 이후에도 집에서 해본 자가키트 검사에서는 계속 양성이 떴다.

15일간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생활을 했다.

 

 

2022년 12월 10일 토요일

큰 아이가 보양식으로 보쌈 고기와 삼계탕까지 해주면서 내 회복에 마음을 써줬다.

몸이 회복됐다고 생각했다. 거의 20일만의 외출이었다.

남편의 고등학교 축구회 송년회를 서울에서 한다고 대리운전을 부탁해서 나선 외출이었다.

나간 김에 친구와 영화도 봤다.

집을 나설 때 부터 컨디션이 좋은편은 아니었다.

전철을 타면서부터 약간의 구역질과 식은땀이 났다.

코로나 휴우증인지 갱년기 증상인지 구분이 안 가는 증상이 지속되는 나날이었다.

남편 송년회 장소에 도착할 때쯤엔 운전할 수 있는 몸상태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도착했다.

화장실로 직행해 변기 잡고 토하고, 두통과 어지럼증에 내내 누워 있어야 했다.

건강한 친구에게 올해 초에 나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다.

병원에서 별의별 검사를 다 했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다고 했다는 것까지.....

 

 

 

그 날부터 컨디션이 매일 매일 달랐다.

병원에 여러 번 갔다. 영양 수액도 맞았다.

그런던 중 지난주엔 늦은밤에 시작된 구역질과 두통 때문에 응급실을 찾았다.

그 날, 나는 도서관 면접을 봤었다. 점심 먹은 게 또 체했던 것 같다.

도서관 지원한 것은 엊그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머리 CT 까지 찍었다.

신경과 진료도 봤다. 편두통 약도 처방 받았다.

다음주엔 혈관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괜찮아진 듯 싶다.

마음이 불편해서 그런건지, 나의 갱년기 때문에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이또한 지나갈거라 생각하고 버텨보기로 한다.

'★ 나와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달래 산책로  (6) 2023.04.06
취업 도전기  (16) 2023.01.04
친정 엄마 팔순  (18) 2022.11.23
버티는 삶  (17) 2022.10.03
착한 것과 바보 같은 것  (12) 202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