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자랑

2023. 11. 8. 11:42★ 나와 세상

 

 

친구 딸이 연대를 졸업하고 서울 강남 모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중이다.

친구 딸이 스물셋에 임용고시 합격해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한지 2년이 넘었다.

아는 언니의 딸도 경기도 구리시에 모중학교 수학교사로 5년 넘게 재직중이다.

함께 근무하던 분의 아들은 대기업에 취업한지 4년만에 1억이 넘는 돈을 저축했다고 한다.

누구네 딸이 1월에 결혼을 하는데 딸의 직업은 교사, 사위 될 사람은 의사란다.

사위집이 워낙 부자인데다가 인격까지 훌륭해서 혼수고 뭐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단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난 별 감흥이 없다.

그냥 나랑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고

연예인들 이야기처럼 막연하게 느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다른집 살아온 과정과 우리 가족이 살아온 과정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두 딸들이 지금 정도만큼(?) 자라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느껴질 때가 많다.

 

우리 부부는 그다지 모범적인 부부로 살지 못했다.

그래서 두 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더 많다. 

요즘 MG세대처럼 버릇 없다고 느껴질 때도 종종 있지만 그 정도는 뭐. 그런 마음으로 산다.

마음 한 켠엔 내 딸들이 세상을 살면서 조금은 이기적으로, 자기 위주로 살기 바라는 마음도 있다.

큰 딸도 입사하고 3,4개월동안은 자주 울었다. 일이 힘들다고.....

지금은 잘 버티면서 지옥철을 경험하면서 서울 방배동까지 출퇴근을 잘해주고 있다.

 

남편이 간만에 고등학교 친한 친구 모임에 다녀온 날이었다.

친구가 벤츠를 타고 왔는데(그전에 탔던 차도 비싼차였다고 한다)

그 벤츠를 큰딸이 사줬다고 했단다. 딸이 대학병원 의사가 되었다. 전문의가 된지 1,2년 됐나..

부럽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하는 남편의 표정이 석연치가 않다.

부러운가..... 의대 뒷바라지와 의사가 될 때까지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런지....

 

친정엄마 이야기 중 대부분은 다른집 자식 자랑이다.

누구네 아들은 매달 자기 부모에게 몇백만원씩 생활비를 준단다.

아들 딸이 다들 가까이 살아서, 하루가 멀다하고 혼자 사는 팔순의 엄마를 들여다본단다.

아들은 사업 하는데 돈을 얼마나 잘 버는지, 아래 동생들까지 다 챙기고 산단다.

휴일이나 명절이면 엄마 모시고 별장에 가서 하루 이틀 지내다 온다고도 한다.

엄마 이야기속 자식들은 왜 그리 다들 효자 효녀들뿐인지....

엄마의 이야기를 믿지도 않을뿐더러, 내 마음 속엔 그래서 어쩌라고.. 하는

마음도 있다.

 

나이 들어 늙으면, 원래 그렇게 변하는 걸까?

우리 부모 세대랑, 우리 세대가 달라서 그래서 그런건가...

아님 본인도 모르게 늙어감에 불안한 마음이 커져서 자식 자랑 하는

낙 말고는 자랑할게 없어서 그러신건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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