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지처

2024. 8. 17. 12:19★ 나와 세상

 

 

이사하고 두 달동안은 바빴다. 친구들도 다녀갔다.

친정 식구들과 시댁 식구들도 다녀갔다.

꼼꼼하게 이사 비용을 계획했지만, 늘 그렇듯이 생각보다 많은 지출이 있었다.

그래도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 애를 썼다.

이사와서도 건강이 뒷받침 해준다고 생각한 남편은 매일 술독에 빠져 지냈다.

 

 

 

거르지 않고 매일 산책도 했었다. 아파트 단지 주변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주우면서.

틈틈히 시청 게시판에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세 차례의 면접을 봤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더워지고 나서 산책하는것도 멈췄고 쓰레기 줍는 일도 ㅎ지 않았다.

그리고 매일 술을 마시던 남편이 고질병인 허리병으로 병원에 열흘 정도 입원을 했다 퇴원을 했다.

 

 

 

건강에 자신 하던 남편의 체중이 8키로나 줄었다.

그 동안 치과 진료 가라던 나의 잔소리를 거부하던 남편은

임플란트 시술과 아울러 허리병까지 겹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온갖 짜증과 투정은 다 부렸다. 내 탓도 아닌데....나 아플 때 남편이 내게 어떻게 했더라...라는 생각을하게 된다.

기운 없고, 아프니까 집에 일찍 들어온다. 손톱 발톱을 깍아줘야하고 속옷까지 입혀주라고 한다.

 

 

 

 

남편의 치과 치료비로 6백만원이 넘게 지출될 듯 싶다.

내일 모레 다시 입원을 하기로 했다. 허리병을 포함해서 종합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중간에 술마시는 것은 포기하지 못하는 남편이다.

오늘도 선배님을 태워서 모시고, 용인까지 축구 시합을 다녀오겠다고 나갔다.

남편에게 말했다. 이번 기회에 몸이 힘들면 회사도 그만 두라고 말했다. 진심이다.

 

 

 

 

남편이 아파서 드러눕게 되는게 제일로 두렵다.

난 병수발 할 자신이 없다. 시아버님 당뇨로 인한 병수발을 해야 했던 시댁 식구들과 며느리였던

내가 감당해야 했던 그 기억들이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나도 늙었다.

평소에도 열정이 넘치고 건강했던 체질은 아니었던 나였기에 갱년기인 난,

호되게 갱년기를 겪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되려 건강했던 친구들이 갱년기를 더 힘들게 보내는 듯 싶다.

 

다음 주 수요일에도 면접을 보기로 했다. 주말에만 근무하는 일이다.

남편의 입원도 크게 염려 하지는 않는다.

화도 크게 나지 않을뿐더러.... 점점 나에게 분노와 화라는 감정은 저 깊은 곳으로 가라앉기만 하는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희망으로 오늘도 버텨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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