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것과 받는것

2005. 5. 8. 11:23★ 부부이야기

      퇴원을 하신 시어머니를 뵈러 갔었다. 오후 4시까지 잠만 잔 남편을 깨워서 시댁엘 갔다. 여전히 많이 편찮으신 모습으로 누워계시는 시어머니를 보곤 짜증스러움과 함께 가슴 답답함을 느꼈다. 학교재량으로 어린이날 다음날과 그 다음날까지 쉰다는 덕에 어린이날 보미와 혜미를 데리고 그렇게 시댁에 갔었다. 뭐든 드셔야 하는데 아무것도 못드셔서 손발이 떨리고 한기가 들리시는 시어머니는 그런 몸을 하고도 일을 나가셨다. 지금 다니시는 회사 그만두시면 두번 다시 그런 편한 일자리(그나마) 구하기 힘드시고 돈을 벌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시다고......... 여전히 그 아픈 도중에도 돈애기를 줄줄 외우시는 시어머니, 물론 짜증스러웠다. 그래도 그런 현실때문에 그런 몸을 하시고도 새벽 일찍 집을 나서는 시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외로워서 병이 나신것 같았다. 이젠 차려준 밥상을 받고 싶어하시는 연세신것 같다. 6일날 일을 마치고 오후 4시쯤에 돌아오신 시어머니, 여전히 손발을 떠시고 입언저리는 다 헤지고..... 아침 일찍부터 나는 시장을 봐다 속이 편하지 않으실 어머님이 드실 음식들을 몇가지 만들어놨었고, 늘 내가 가는 날이면 오는 큰시누 아이들이 먹을 김밥과 부침개를 만들었다. 나머지 시댁 식구들이 먹을 찌게도 큰냄비 가득 끓여놓고........ 그정도 찌게면 우리집엔선 2,3일은 국 안끓여도 되는 양인데 이번에도 시누 가족들과 남편 그리고 막내시누까지 저녁을 먹으니 한끼 먹고 나니 냄비 바닥이 보인다. 대가족 살림을 하는 주부들은 그래서 힘들것이다. 그래도 보람은 있었다. 맛있게 잘먹어주니까... 김밥도 12줄을 쌌는데도 순식간에 없어졌다. 병원을 모시고 가려고 하니 어머님이 애들 보라고 혼자 다녀오셨고, 어린아이 달래듯히 어머님의 애기들을 들어드리고 보미가 고모부에게 받은 돈까지 탈탈 털어 배 두개와 참외 만원어치를 샀다. 그리고 배는 속을 파서 꿀을 재워 푹 쪄서 어머님을 드시게 했다. 차려준 밥상이라고 어머님은 죽겄다고 하시면서도 드셨다. 내 오래 살지 못할것 같다고, 자꾸 니 시아버지가 꿈에 보인다고, 니 시누랑 시동생는 결혼시키고 눈을 감아도 감아야 하는데... 라는 어린애 같은 푸념을 내게 하신다. 내가 아주 어린시절 부터 내 할머니에게 자주 들었던 그런 노인성 푸념들의 레파토리랑 한치도 틀리지가 않았다. 성의껏 들어드리고, 그런 약한 말씀 마시라고 잘드시면 된다고 말씀드리면서 아픈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마음은 잠시 접었다. 찐 배를 드시고는 서너가지 반찬들과 새로 미나리 무친 반찬을 차려서 밥상을 쳐려드리니 반공기 정도를 드셨다. 애미 너 아니었으면 오늘도 밥굶었을거라고 말씀하신다. 그래 스런 심정은 이해 된다. 젊은 나도 나 한명 밥먹겠다고 밥상 차리기 귀찮아서 대충 떼우는게 다반사인데, 어머님도 일댕겨와서 혼자 먹자고 썰렁한 집안에 들어와서 밥통 뚜껑 열고 밥챙겨 먹기가 귀찮으실것이다. 작년에도 관절염때문에 아프실때도 내가 시댁에 있는 3일동안에도 어머님 그나마 식사를 하시면서도, 니덕에 밥먹고, 니네가 있으니 사람 산것 같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어린애가 되신다. 내 친정엄마와 동갑이신 시어머니, 아마도 시어버님의 빈자리때문일거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못된 마누라고 남편이라도 열효자보다 낫다는 말이 왜 있는지 잘알고 있는 나였다. 외러워서 이번에도 병이 나셨을것이다. 나도 시댁가서 시누들 가족들과 함께 밥먹고 하는일 좋아한다. 퇴근하는 남편에게 일러서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회도 사오게 했다. 그도 맛나게 드시는걸 뵈니 참,,, 진짜로 시어머님이 외롭고 못드셔서 병나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시어머니의 돈에 관한 끊임없이 이어지는 푸념만 듣지 않을수만 있다면, 나도 시댁 가는것 좋아한다. 늘 갈때마다 아이들을 위해 빵을 챙겨주는 큰시누도 고마웠고, 큰시누 아이들과 노는것을 너무 좋아하고, 우리 아이들과 잘놀아주는 큰시누 아들들을 위해 먹거리를 만드는일도 나는 즐긴다. 이번에도 막내시누가 내 친정엄마 갖다드리라고 화장품들을 잔뜩 챙겨주었고, 아이들이 입을 옷들도 사가지고 왔고, 직접 만든 아이들의 목걸이도 챙겨주었다. 나도 뇌물에 약한 사람인지 시댁에서 내 친정가족들 화장품까지 챙겨주는 막내시누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시어머니에게 서운한 마음을 조금은 풀게 된다. 역시 나도 뇌물에 약한 속물인가보다. 어젠 친정아버지 기일이었다. 둘째가 제사 음식을 전부 만들어와서 10평짜리 막내동생집에서 제삿상을 차렸다. 둘째에게 시누가 건네준 가장 고가의 화장품 세트를 주었다. 화장품 회사에 다니는 시누덕에, 그리고 방송국에서 그동안 받은 화장품들로 결혼해서 여직 화장품을 돈주고 산 기억이 없다. 그덕에 내 동생들까지 거의 화장품은 돈주고 사지 않아도 되었다. 친정아버지 제사를 내가 내년부터 지내겠다고 했다. 남편또한 몇년전부터 그런 애기를 했었는데 제사는 지낼수 있지만 차렛상을 내가 차릴수 없다는 이유로 망설였다. 늘 친정아버지 제사때마다 나와 남편은 가시방석이엇고 도저히 불편한 마음을 떨칠수가 없었다. 밤새 꿈을 꾸었다, 친정아버지 제사 문제로 동생들과 피터지게 싸우는 그런 꿈이었다. 친정엄마에게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드렸다. 맏이가 부모 제사를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지내지 못한다는 자체가 너무 화가 났었고 그런 관습에 익숙해져 있는 내 자신이 싫었다.

'★ 부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살  (0) 2005.05.20
부업 병행하기  (0) 2005.05.14
새벽녘에 지껄이는 수다  (0) 2005.05.05
어리석은 며느리의 말로  (0) 2005.05.02
능숙한 주부  (0) 2005.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