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

2005. 5. 31. 15:19★ 아이들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는 지은지 이제 16년이 되어가고 있는걸로 알고 있다. 부실공사의 원조처럼 이곳저곳 문제가 없는곳이 거의 없는듯하다. 그래서 이 근방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가격이 가장 싼데다가 근래들어선 매매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매매가나 전세값도 폭락을 하고 있는 추세라고들 하고 있다. 근방에 새로 들어선 수많은 아파트 단지에 비해 도로는 10년전과 거의 달라진게 없어서 우리가 이곳으로 이사온지 5년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교통체증이라곤 없던 이곳도 2년전부터는 출퇴근시간이나 연휴때가 되면 서울시내 교통체증 현상을 쉽게 볼수가 있으며, 늘어난 인구들에 비해 문화시설이나, 쇼핑센타나 기타 병원이나 관공서시설로 낙후되어 있는편이며, 내가 살고 있는곳은 은행까지도 차를 타지 않고 찾아갈수 있는곳은 새마을금고 딱 한군데뿐이다. 대부분의 집들이 물방울이 생기는 결로현상을 경험하거나, 장마철에 한두군데 비가 새는 누수현상쯤은 그려려니 하고 지내고 있다. 그래서 아파트 20평대가 7천이 넘지 않는거니까 하면서... 보미로 인해 몇몇의 나와 같은 위치에 있는 주부들을 알게 되었다. 이 동네수준은 서울에서 좀 살다가 망해먹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사는경우가 대부분이고 이곳 토박이는 거의 찾아볼수 없다는 말은. 여기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익히 듣고 있던 말이었다. 몇몇 알게 된 엄마들도 서울 저어기 강남에서 사업하다가, 장사하다가 것도 조그맣게 한 사람들이 아니라 그럴싸하게 규모 있는 가게를 하다가 IMF 경기로 또는 여타 비슷한 이유들로 있던 재산 탕감하고 여기에 터를 잡고 이악물고 사는, 자기들 나름대로는 이런 후진동네와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 멀지 않아 이 거지같은곳을 벗어날거라는 희망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이 아파트를 제외한 근래들어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아닐런지 모르겠지만, 이 근방에서 가장 후지고,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가난하고 부실한 아파트 단지가 내가 살고 있는 이 5층짜리 단층 아파트단지이다. 2300세대라는 어마어마한 가구가 살고 있음에도, 가장 후진 아파트로 취급되어지고 있는 이 아파트를 나도 사랑하진 않고 있으며, 나도 언제쯤이면 이 아파트를 벗어나서 깔끔하고 30평대가 넘는 집에서 살아볼까 하는 꿈을 꾸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때론 나는 예전엔 공동묘지였다는 이 가장 후진 아파트가 주는 후지근한 느낌과 정취를 정겹게 느끼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서울에선 맡을수 없는, 아직은 맑고 신선한 공기가 그랬고 밤이면 풍기는 시골비슷한 내음이나 두엄썪는 냄새에선 어린시절 내가 맡앗던 그 추억의 내음을 기억하게 만들어준다. 아파트라면 어디나가 있는 승강기가 없어 4층까지 하루에 두세번만 오르락 내리락만 해도 운동이 따로 필요없을정도로 그런 후진 이 아파트를 좋아하려는 노력을 해보기도 했었다. 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단박에 윗집이나 옆집에 다 들려서, 쪽팔려서라도 쌈박질로 맘놓게 못해보고, 밤에 부부들이 나누는 거사에도 조심조심 숨소리 조절해가면서 가만가만 치루어야 하는 그런 방음을 자랑하는 그런 이 후진 아파트가 요즘 들어선 정감이 가고 있다. 어쩌면 내 스스로 이곳에 정을 더 부치려 애를 쓰고 있는것인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