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여자

2005. 8. 16. 13:08★ 나와 세상

      나는 비겁한 사람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되도록이면 타인과의 언성 높히며 싸우는 일을 일단은 피하고 보자는 주의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부싸움할때는 나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는 마누라인데, 남편과의 언쟁은 우리 두사람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필요악이라 확신하고 있으면서도, 때론 남편의 입에서 나의 대한 단점이 지적될때도 자존심 상하고 기분도 나쁘지만 나의 그런 단점들을 다른 사람이 아닌 남편이 해준 충고라면 난 기쁘게 받아들일줄 아는 그런 아내이고 그런 충고를 나에게 해준 남편에게 너무나 고맙고, 나에겐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애기도 해주는거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내가 남편 아닌, 타인들과의 트러블엔 굉장히 소심하고 스스로 다른사람과의 언쟁은 피하려 하고 혹시라도 싸움으로 이어질 기세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그래 내가 잘못했다... 미안해 라고 사과하는 제스처로 그사람과의 다툼을 빨리 휴전하고 싶어한다. 특히나 그 상대가 내가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아닐수록 더더욱 그렇다. 진짜로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그런게 아니라 귀찮고 나는 싸움엔 전혀 소질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난 어려서부터 싸움을 잘할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친구하고의 다툼에서도 조금이라도 언성 높아지는 일이 있을라치면 눈물부터 뚝뚝 흘리는 비겁한 성격을 지닌 여자였으며, 동생들과의 다툼에서도 늘 내가 눈물을 쏟는 그런 그림을 연출하는 나약하고 비겁한 언니이기도 했다. 동생들과의 다툼에선 동생이 나에게 반항(내기준에선 반항으로만 느낀다)하고 나에게 대든다는 그 사실만으로 나는 심하게 절망했으며, 나를 상대로 그런 생각을 한다는 그 자체에 서운해서 주르륵 눈물부터 쏟았고, 언니인 내 말을 거역한다는 자체를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말로 날 공격하는 사람과의 싸움에선 나는 말문이 막히고 그에 대응하는 대답을 모르지 않음에도 기가 막혀 아무 말을 못하는 경우가 참 허다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종종 내가 잘못한게 하나도 없으면서도 타인에게 공격을 받고도 적절한 대처나 방어도 하지 못한체 당한적이 많았던 사람이기도 했다. 형제나 부모에겐 대들고 잘난척을 했으면서도 타인들에겐 끽소리 못한체 멍청하게 당한적이 참 많았던 좀 모자란 여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당하면서도 내 머릿속으로 나를 해한 날 다치게 한 그 타인에게 잔인하게 복수하는 꿈울 꾸는걸로 나의 나약한 복수에 마침표를 찍기도 했던 그런 나약한 사람이었다. 종로 거리를 휘양청 밝은 대낮에 걸어가다가 멀쩡하게 생긴 남정네가 내 가슴을 세게 치고 아무일도 없엇던것처럼 천천히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무안하고 부끄러운 수치심에 뒤돌아 보지도 못한체 혼자 질질 짤때도 있었고,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넘쳐나는 만원버스안에서 내 엉덩이에 요상한 물건으로 장난을 치는 남학생을 멀쩡하게 눈뜨고도 아무 말도 못하고 뛰는 가슴 주체못한체 내릴 정류장도 아닌 곳에서도 급하게 내리곤 식은땀을 식히 다음에 그냥 지나쳐 간적도 몇번인지........... 인도에서 날 넘어트린 자동차 운전자에게도 아무 소리 못하고 넘어진게 더 창피해서 도망가기 바빴던 나의 지난날들이었다. 내가 다치고 당한것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이 더 우선이었고 그래서 수치스러움에 나의 잘못은 전혀 없이 당한적에도 아무런 대처도 말도 못하고 그 자리를 피하기에 급하던 나였다. 나는 싸움을 잘하는 여자가 돈 잘버는 여자 다음으로 부럽다. 그리고 잘난게 많아서 남앞에서 대놓고 잘난척 하는 여자도 부럽다. 잘난게 쥐뿔도 없이 잘난척하면서 허풍을 떠는 고상떠는 여자는 지금도 재수 없어 하지만, 이유가 어째튼 잘난게 많은 사람이 잘난척 좀 하는 것은 과히 나빠 보이지 않는다. 보리는 익을수록 숙이는법이라는 말, 이젠 그런 말 난 이젠 좋은 말이라는 생각 절대로 안하게 되었다. 겸손이라고 자길 늘 낮추고 타인들에 맞춰서 살다보면 어느순간부터 그런 나를 우습게 알고, 그 사람들이 날 그렇게 우습게 생각하고 좀 함부로 대하게 만든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능이 있으면 남들앞에서 가끔씩은 자랑도 적당히 할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치부가 될수 있는 것들은 되도록 타인앞에서는 떠벌이지 않는게 현명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앙칼지고 언성이 높아서 목소리로 이기는 그런 싸움이 아니라, 적절하게 상대에 따라서 때로는 침묵으로 일관해서 상대를 더 약오르게 해서 이기거나, 때로는 그런면이 있었나 할 정도로 아주 무식할 정도로 고함을 칠줄도 아는 그런 싸움을 너무 잘하는 여자가 젤 부럽다. 자신에게 모욕을 주고 봉변을 당하게 한 사람에겐 그만큼 돌려줄줄도 아는 그런 여자, 잊지 못할정도로 타인에게 상처를 심하게 말이나 행동으로 당하게 된것을 때로는 죽을때까지 뼈속까지 새겨 절대로 잊지 않는 그런 독한면도 있고, 겉으로는 웃지만 상대방의 대한 미움을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간직할줄 아는 그런 면도 있는 그런 멋진 여자가 되고 싶다. 한마디로 나는 처세술이 좋으면서도 그게 지나쳐서 영악하고 약삭 빨라 보이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치의 혀로 남의 기분 좋게도 만들줄 아는 그런 기술도 있고, 침묵으로도 타인을 모욕할줄도 알고 남들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냐에 상관없이 살면서도 마음이 따뜻한 그런 여자, 그러면서도 절대로 헤프지도 않고 세상의 그 어떤 사람에게도 속하지 않는 그런 매력도 간직할줄 아는 그런 여자, 한마디로 야무지게 옹팡지면서도 상대방의 대한 배려도 할줄 아는 그런 여자, 자신감에 늘 당당하면서도 그게 잘난척 하는 모습으로 보여서 지나치게 잘난척만 하는 모습으로 보이지는 않고, 적당히 겸손하지만 그렇다고 겸손함이 지나쳐 자기 자신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못난 여자는 안되는 그런 여자가 되고 싶다. 지나치게 감정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늘 냉정하지도 않는 그런 적당함을 잘 조화시켜서 살줄 아는 그런 여자가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꼭 한가지 정도로 갖고 있고 여가도 활용할줄도 알고 자기 자신을 사랑할줄 알아서 남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할줄도 아는, 그런 멋진 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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