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이틀전

2005. 8. 27. 15:42★ 부부이야기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혜를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둔지가 이틀째인데 벌써 바닥이 보이고 있다. 내가 듣기 좋아하는 말이 몇가지가 있다. 그중 한가지는 내 아이들이 밥한공기를 다비우고 "엄마, 밥 더주세요!"라는 말을 들을때면 그게 무슨 천상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들릴때가 있다. 그만큼 우리집 아이들은 먹는양이 적은편이다. 그래도 나는 어릴때부터 밥을 담아 먹던 그릇이 어른들이 먹던 커다란 주발이엇는데 내 아이들은 참 뭘 많이 먹질 않는편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듣기 좋아하는 소리가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고 들어오면서 지금 출발해! 라는 소리이다. 늦게 퇴근을 해도 술만 마시지 않고 들어오는날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돈을 왕창 들고 온날보다, 일찍 들어오는날이나 술자리가 있는데 그냥 들어오는 날엔 난 기분이 좋아진다. 아마도 내 남편이 칼퇴근을 하는 남자였다면 날마다 저녁 찬거리 걱정에 또 다른 걱정을 하고 살았을런지도 모르고, 어쩌다가 늦게 들어와주는날을 더 기다리는 아내가 되어 있을런지도 모른다. 일찍 들어와봤자 좋을것도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그런날에 여지 없이 책방에서 무협지 서너권 빌려서 새벽시간까지 읽다 잠이 드는 재미없는 남편인데 그래도 일찍 들어오는 남편은 내눈엔 젤 이쁘다. 다음 주 월요일이면 큰아이가 개학을 한다. 방학숙제를 봐주르랴 요 며칠 게으른 엄마인 나, 거의 미치는줄 알았다. 매일같이 방학숙제 하라고 잔소리만 했지 팔을 붙잡고 직접 함께 하질 않는탓에 밀린 방학숙제 하르랴 언성이 높아져선 큰아이가 눈물을 몇번 흘리기도 했다. 그게 어찌 8살짜리인 내딸만의 잘못이겠느가? 당연히 엄마인 내 잘못이지.. 참 못된 엄마다. 나는... 난 정말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는 일은 못하겠다. 수학문제 몇개 틀린것 가지고 야단치는일에도 윽박즈리기 일쑤고, 20문제중에서 두세개 틀린것만 지적하고 야단치지 정답을 맞춘 18문제에 대한 칭찬은 해준적이 거의 없다. 이제 1학년이다. 그런데 벌써 내가 이런다. 또래 엄마들에 비하면 나는 내 아이 학습에 그다지 투자도 하지 않는편이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편인데 막상 어쩌다가 날잡아 아이를 가르칠려고 하다보면 이건 내 드러운 성질머리가 나와서 도저히 학습 진행이 되질 않는다. 그런데 내 아이가 아닌 다른집 아이를 가르칠때는 절대로 소리 지른법이 없고, 그 애가 틀리고 못알아듣는다고 해서 화가 나거나 하지 않으면서 아주 친절하게 잘 이해시켜주는 아줌마로 변한다. 내 아이에게, 내 남편에게 하는 행동을 남들, 타인을 대하는것처럼 대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들도 엄마를 더 따르고 좋아할것이고 내 남편도 훨씬 날 편한 마누라로 생각하고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기대치가 높아서인가 보다. 따지는 일도 야단치는 일도 윽박지르는일도 내 가족에게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화낼 일도 없을뿐더러 화가 난다해도 안보면 되는것이고, 그런 화낼 일이 그다지 생기지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남들과는 그런일로 다툴만한 일따위는 아예 만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 관계를 유지를 위해선 적당한 거리, 그리고 서로의 대한 조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다음주 월요일부터 개학을 하면 작은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시 한번 검사를 하고 걸어도 된다는 의사 진단을 받게 되면 그때부터 걸을수 있을것 같다. 지금도 한쪽발로 토끼처럼 뛰어다니려는것을 막르랴 기운이 빠지고 있다. 슈퍼 가는 어제 그제도 이젠 조금은 커버린 6살짜리 아일 등에 업고 가려니 땀이 삐질삐질 흐르고, 그렇다고 밖의 공기에 목말라 하는 애를 하루에 한번이라도 데리고 나가줘야 해서 밤에라도 한번 업고 나갔다 오면 온몸이 젖은 솜뭉치로 변한다. 많이 나이진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두번 다시 이런일로 재발같은것은 안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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