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피는 남자들...

2005. 8. 30. 22:06★ 부부이야기


내 남편이 혹시 바람이 나서 그 사실을 내가 알게 되면,
이전 남편들이 사고 친것들하고는 다르게 당장에 헤어져야 하고
이혼신고서에 도장을 쾅 ~ 하고 찍어야만 마땅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지 못할것 같아도 무조건, 억지로라도
바람 난 남편이랑은 살지 말아야 하며, 그런 남자랑은
도저히 불결하게 느껴져서 함께 더이상은  살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었으며, 바람난 남편 마음 잡으려고 바둥거리며
매달리고 눈물 콧물 짜는 이 세상 많은 조강지처들을 동정하던 여자였다.
부부사이의 수많은 문제들중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고,
용서하기가 힘든 부분이 난 그 외도부분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그처럼 자신 있게 말할수 없을것 같다.
내가 모르게 내남편의 바람이 지나갔을수도 있고,
지금 진행중일런지도 모르는데 다만 바보 같이 내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인터넷글을 읽다보면 바람 한두번 안핀 기혼 남자들은
눈씻고 찾아보기가 힘든것 같기 때문이다.
내 남편처럼 술좋아하고 술때문에 늦게 댕기는 남자라면
백에 90명은 바람 피는게 일반화된 사실처럼 되어 있는것처럼
애기하는것 같기 때문이다.
도박으로 수천만원 돈을 날리거나, 술값으로 가산을 탕진하거나,
친구 보증서줘서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상황보다도,
말도 안되는 엽기적인 시댁때문에 매일매일 피터지게 싸우는것보다도,
더 슬프고 여잘 힘들게 하는것이 바로 남자들의 외도라고 생각했었다.
한 친구가 언젠가 그런말을 했었다.
자긴 남편이 바람을 펴도 되고 뭔짓을 해도 되니까
돈만 왕창 벌어다 주면 제일 좋을것 같다고....
자긴 남편에게서 나는 돈냄새가 제일 좋다고, 그리고 남편이
감춰둔 돈냄새를 아주아주 잘맡는다고... 아직 넌 그 돈냄새 모르지?
그때는 나도 깔깔대면서 말도 안된다고 웃어 넘기면서
그 친구의 말을 전혀 진심으로 듣지 않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는 그 친구말을 가끔 생각하게 된다.
나도 만약 내 남편이 날이면 날마다 술을 마시고 다음날 새벽에
들어와도 달달이 내게 갖다주는 돈이 부족함 없이 풍족하다면,
남편의 술에 대한 애정과 그리고 귀가시간 그리고 혹시라도
내 남편에게도 나 말고 다른 핑크빛 사랑의 색깔이 보이더라도
모르는척 하면서,남편에게 기생해서 사는 기생충처럼
남편이 벌어다준 돈만으로 내 아이들과 만족하면서 식모처럼
유모처럼, 하녀처람 사는것을 참으면서 남편에게 아부하면서
살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전업주부로 있으면서 늘 남편 한사람만 바라보면서 생활하는 나의
생활이 한심스럽게 느끼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8살된 나의 큰딸이 언젠가 무슨말끝에 나도 나중에 신랑이 벌어다준
돈받아서 살면되지.. 라는 말을 했을때,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분노심이 일었던 이유가 뭔지 나도 그땐 잘몰랐다.
전업주부의 생활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그로 인한 어떤 자부심을
느낀적이 몇번이나 있었는지 모를정도로 나는,
전업주부의 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뭔가를, 경제적으로 내가 수입원을 찾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시간을 할애한적도 그리 많지가 않았다.
생활정보지 가끔 들썩거리거나, 집에서 할수 있는 부업거리만
찾는 이유가 진정 아직 내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아이들 돌보는게 우선이라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것 또한 나에겐 육아에 적극적인 엄마도 아닌 관계로
나에겐 어디까지나 핑계였을뿐이었다.
내 자신이 직장이라곳에 얽매여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자체에 굉장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고 그 모든게
귀찮았기 때문에 내 스스로 집안에만 틀혀 박혀 있으려 했다.
그리곤 그 모든 원망을 남편을 향해 쏟아내려고 했었다.
분명 남편은 과거의 전적이 불성실한면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아내인 내가 감당해야할 고통의 몫도 큰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어떤면에선 나는 그런 남편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런 전적이 있는 남편이었기에, 그나마 시댁의 황포가
지금 이정도로 그칠수 있는것이고, 전업주부로 있으면서도
남편 앞에서 내가 당당할수 있는것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내 아주 가까운 사람중엔 남편이 바람이 난 사람은 없었다.
건너건너서 아는 사람이 그런 경우는 들어서만 알고 있지만,
동생이 아는 언니 남편이 영업을 하는 남자였는데
아내 몰래 다른 여자를 1년넘게 만났다드라,
시어머니의 이모집 딸의 남편이 순 바람둥이라서 한여자 떼어내면
또 다른 여자 만나서 바람피고, 차가지고 미행해도 소용없고
어쩌고 하는 애기들만 들었을뿐, 내 직접적인 가까운 사람중엔
바람 피는 남정네는 아직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 망할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글을 읽다보면
세상 모든 유부남들은 다 결혼해선 한두번쯤은 거의 바람을
피는게 일반화 되어 있는듯 하고,
핀놈은 또 피고 바람 핀 남편을 족치는것보다 바람난
남편의 상대녀에게 더 많은 화풀이를 해대는 글을 너무 자주 접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그러지 않아도 남편에 대한
의심병이 많은 나는 쓸데없는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남편에게 쓰잘데기 없는 힐책과 의심의 단어들을 지껄어대기 시작했다.
그럴때마다 남편의 대답은,
망할놈의 인터넷이 사람 다 버려놓는다고만 했다.
바람도 아무나 피는것인줄 아냐고, 것도 능력 있고 돈있어야 가능한것이라고.
그런 말을 하면 또 되받아선, 나는 분노를 해댔다.
그럼 자기는 돈좀 생기면 바람 피겠다는 소리네.
피고는 싶은데 돈이 없어서 못핀다 말이지.....
그러면서 남편을 괜히 추궁하고 힐책하는 마누라가 되어 있었다.
바람피는놈들은 다 쳐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람 피고 싶어하고 마음으로 혼자서 간음하는 사람은 용서할수 있지만
현실에서 그걸 실행에 옮기는 기혼자들은다 쳐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바람피는것은 아내의 잘못도 크다고 지껄이는 인간들도
다 입을 재봉틀로 박아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결혼한 여자가 바람이 나면 그 여잔 그 이유를 막론하고
쳐죽일년이 되는데,
결혼한 남자가 바람을 피면 남자가 그런 실수(?) 할수도 있다고,
그럴수록 남자에게 잘해주고 해야한다고,
남자가 바람 나는것은 다 마누라 탓이라고 나불대는 인간들은
몽그리 잡아다가 구덩이를 파서 묻어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였다.
대개 보면 바람 난 남자들은 이유가 없다,
마누라가 지나치게 미인이고 상냥하고 해도 필놈들은 피고,(본인들도 마누라에게
불만이 있어서 그런것은 아니라고 지껄이드라)
마누라가 객관적으로 보면 참으로 별볼일 없어 보여도
안필놈들은 멍석 깔아주면서 바람 피라고 해도 안핀다는말이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 남편에게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가 생긴다면 나는
정말로 쿨하게 보내줄수 있다고, 매달리거나 하는 행동은
절대로 안할거라고 말하는 여자들도 분명 있다.
그리고 그 여자들은 정말 그럴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 여자들은 남편보다는 자기 자신을 훨씬 더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일것이다.
문득 오늘 어떤 친구와의 전화통화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내 남편에게 나 말고 다른 여자가, 꽤 오랜 시간을 보낸(내가 모르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는것을 내가 알게 된다면,
난 여지 없이 울고불고 난리치고 매달릴수 있는 소지가 분명 있는 여자이다.
하지만 그와 정반대의 모습일수도 있을런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내 길지 않은 결혼생활의 경험을 봐서
늘 어떤 일이 생기고 그 일에 맞닥트렸을때의 반응은
내가 예상했던것들하곤 늘 엄청난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어떤식으로 그 일을 대처할런지는 모를일이기 때문이다.
한 친구, 경제적으로 조금씩 풍족해져 갈수록
웬지 자기 남편의 대한 의부증 증상이 생기기 시작된것
같다는 말을 듣곤 나는 오늘도 쓸데없는 오만가지 잡담들을
나열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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