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것과 순수한것의 차이

2005. 9. 2. 22:40★ 아이들 이야기

작은아이를 보면 단박에 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얼 먹고 싶어하는지 단박에 알수가 있다. 그만큼 작은아이는 아직 어리고 어린애다운 기질을 많이 가지고 있다. 지금도 낯을 많이 가리고 숫기가 없는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작은아이를 보면 내 기분까지 밝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에 비해 큰아이를 보면 이제 8살인데 쟤가 정말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고 말을 하는지 모르겟다는 생각이 들때가 종종 있다. 어떤 거리감 같은것을 벌써부터 큰아이에게서 느껴질때가 있다. 내품에 안기고, 학교에 가면서 나누는 포옹에서도 웬지 모를, 작은아이에게서는 느끼지 못하는 그 무언가를 큰아이에게선 내가 느끼는 경우가 있다. 나는 지금도 남편이랑 다투는 경우가 있다. 아직도 나는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고 있으며, 술에 관한한 포기와 체념을 터득하지 못한채 살고 있는 연유로 결혼9년차인 지금도 투사처럼 남편을 훈육시키는 교관처럼 살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술때문이거나 늦은 귀가때문이다. 큰아이가 지금보다 어릴때보다는 그래도 그 다툼의 강도나 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남편과 다투는 경우가 있다. 큰아이에겐 여러가지로 미안한 마음이 참 많은 엄마이기도 하다. 큰아이가 작은아이보다는 우리 부부가 다투는 모습을 자주 봤었고, 그 다툼의 강도도 지금보다는 강햇을때 봤을거니까......... 그래서 난 큰아이에겐 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으면서도, 큰아이의 실수나 잘못에 있어선 훨씬 더 인색한 엄마로 대하게 된다. 같은 실수를 해도 작은아이에겐 너그러운 일도 큰아이에겐 더 야멸차게 야단치는 경우도 많았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모르겠다. 외향적으로 큰아이가 날 많이 닮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난 이상하게 큰아이에겐 더 엄격하고 바르고 정돈되어 있는 아이의 모습을 강요하는 엄마로 존재하고 있다. 작은아이의 어리광은 받아주면서 큰아이의 어리광은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면서 키운것 같다. 웬지 큰아이가 나 같은 성격으로 자랄것 같은 두려움내지는 걱정이 되서인지, 큰아이에게 나와 닮은 부분을 발견하게 될때마다 화가 더 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나 스스로가 나를 정말로 싫어하는것 같다. 작은아이에게서 날 닮은 부분을 발견할때는 그게 싫치 않은데 큰아이에게서 나와 닮은 성격의 일부분을 발견하는 날엔 왜그리도 그게 싫은지 모르겠다. 나는 내가 가진 가치관이 바르고 맞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처럼 살아가는, 성격적으로 정해진 틀안에 갇혀 사는 멍청한 여자인게 너무너무 싫은것이다. 나 스스로 나는 참 못나고 별볼일 없는, 잘하는것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으로 변해 있다. 나 스스로 나의 대한 자부심을 다 잊어버리고 살고 있다. 분명 몇해전까지만 해도 내 나름대로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고 좋은점도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내 자신이 참 하찮은 사람처럼 느껴지고 있다. 여자 나이 가장 이쁘다는 20대엔 나도 청순하다는 말을 제법 들었었다. 그 나이때 이쁘지 않고 그 청순하다는 말을 한두번 들어보지 않는 처자가 어디 있겠냐마는 나도 그 20대엔 이쁘고 맑고 투명한 마음을 가지고 살면서 청순하고 이쁘고 바른, 그리고 아주 밝은 웃음을 간직한 처자였다. 그때 내가 가장 듣기 좋아하던 칭찬의 말은 순수하다는 말이었다. 순진하다는 말과는 분명 다른 순수하다는 말이 제일 듣기 좋았다. 순진한것은 싫었다. 멍청하다는 말과 어느점에선 일맥 상통한 단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도 그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맑은기운과 깨끗함이 느껴지는, 건전함이 묻어나는 그런 사람을 좋아한다. 웬지 분위기가 있고 가라앉아 있어 보이고,묘한 매력같은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은 분명 매력은 있어 보이나, 그런 사람은 가까이 하기가 두려워진다. 그냥 밝고 투명한 사람이 좋다. 말하는것이랑 행동하는게 일치가 되는 사람, 거짓말을 해도 그 거짓말이 결코 밉지 않고 훤히 다 드러나 보이는 그런 사람을 보면 내 기분까지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 좋다. 아마도 어린시절, 캔디만화의 영향때문인지 캔디처럼 밝고 씩씩하고 순수한 사람이 나의 이상향이 된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웃는 모습이 너무너무 착하게 보이는 사람이 좋다. 물론 그것때문에 내가 지금의 내 남편을 선택했지만... 선량하고 투명한 사람이 좋다. 거짓말 안하고........... 뭔가고 겹겹이 자신을 싸고 있는 그런 사람은 부담스럽고 두렵다.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것이랑 진짜 모습이랑은 많이 다르다고 하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사람의 첫인상이 그사람의 진짜 모습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2,30대때는 외모만으로 그사람의 성향을 파악하기 쉽지 않치만, 정말로 나이가 40이 넘어가면 그 사람을 봣을때 받은 그 느낌이라는것과 인상이 그사람의 본모습이라는것에 이의를 달고 싶지가 않아진다. 난 지금도 가끔 거울을 보면 나에게 놀랜다. 내 웃는 모습이 하나도 남아 있는것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가끔씩은 멍하니 정신없이 텔레비젼을 보다가 입술 근육을 입술양쪽 끝을 땡겨 올리면서 인위적으로 웃는 얼굴을 만들어본다. 순진한 사람으로 살기보다는, 뽀쪽한 사람으로 살기보다는, 순수하고 둥글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살고 싶은데, 그리 어렵지 않는것 같은게 왜 그리도 잘안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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